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캐롤은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목요일) 이후 부터 방송에 나온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그래서 캐롤을 라디오에서 처음 듣게 되는 때는 흔히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 부르는, 추수감사절 다음에 오는 금요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크리스마스 캐롤 방송은 정확하게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자정까지 이어지고 끝난다.

아무리 불문율이라고 해도 이런 룰이 만들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각 도시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많은 라디오 방송국들 중 한 곳은 블랙프라이데이~성탄절까지의 기간 동안 "크리스마스 방송국(Christmas station)"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자처하는 방송국은 이 기간 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일절 중단하고 오로지 크리스마스 캐롤만 틀어준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광고를 제외하면 언제 틀어도 수백 곡의 캐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짧은 거리라도 이동할 때는 반드시 차를 타야 하는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생각해보면 왜 이런 방송국이 생겨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차에 타면 라디오를 켜는 습관을 갖고 있다.
물론 집에서도 라디오를 틀어놓고 캐롤을 듣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깐 운전을 하더라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 위해 크리스마스 스테이션에 주파수를 기억시켜두고 캐롤을 듣는 것이다. 방송국은 한 달 동안 정규방송을  못하는 셈이지만 평소에는 찾아오지 않던 사람들이 일제히 주파수를 고정하기 때문에 광고수익은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