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얘기 좀 하려고 전화했지..."
휴일 오전, 미국에서 전화가 왔다. UC Irvine대학 김경현 교수였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라 안부도 나눴지만, 50분 가량 이어진 보이스톡 통화는 '오징어게임'이 단연 화제였다.
그는 요즘 '오징어게임' 때문에 포린팔러시와 블룸버그, AFP 등 언론들의 잇따른 인터뷰 혹은 기고 요청 때문에 바쁘다고 했다. 어바인대학 한국학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교수는 USC에서 영화비평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잠재적 한류: 세계화 시대의 한국영화(Virtual Hallyu: Korean Cinema of the Global Era)’ 등 다수의 책과 논문을 펴냈다.
"미국 언론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주로 어떤 것이야?"
필자는 미국 대중들의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할 만한 현지 매체들의 구체적 반응과 질문이 궁금했기에 자세한 응답을 청해서 들었다.
크게 3가지로 압축됐다.
1. 오징어게임의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2.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다. 요즘 한국 사회의 특징은 무엇인가?
3. 한국 콘텐츠 산업, 경쟁력이 높아보인다. 어떻게 가능했나?
이에 대해 그가 방송인터뷰나 기고글을 통해 주로 밝힌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선,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정말 남다르고 그 의미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대중문화 속으로 치고 들어온 것이다. 기생충이나 미나리와는 조금 다르다. 기생충은 식자층에서 많이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 물론, 강남스타일이 있었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은 오리엔탈리즘이 스며든 성공이었다. 미국인들이 웃고 즐긴 것은 맞는데 그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희화화와 조롱이 섞여 있다. 우리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대목이 포함된 성공이라 하겠다.
- 그런데 오징어게임은 다르다.
그리고 세련된 스토리텔링으로 공감과 재미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 선악구도를 뚜렷이 하던 통상적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예술적으로 다소 난해한 방식, 즉 세련된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냈다.
- 즉, 암울한 사회현실을 보여주면서 자본가를 타도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든지, 가난한 자의 성공을 보여주는 신데렐라 식의 작법을 탈피했다.
- 승자와 패자를 교차시키면서 현실을 그렸고 또한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판타지를 섞었다. 그래서 (지역을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미국 대중들도 재미있게 보게 되었다고 본다.
- 한편으론, 폭력성 등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제법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피비린내나는 잔인한 장면과 폭력이 과도하며 너무 극단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에서도 오징어게임의 폭력성이 10대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부모가 아이들의 시청을 막아야한다는 전문가 지적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