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Disrupt가 ‘머니 게임’을 위한 파괴라면, 백욱인의 반동은 디지털 이용자를 위한 파괴다. 새로움을 좇는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전자는 독점, 닫힘, 통제로 귀결되는 반면, 후자는 나눔, 열림, 자유로 향한다.

미디어는 정치와 닮아서 열망과 절망 순환을 먹고 산다.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이용자 권리를 확장시킬 것이라던 등장 당시의 열망은 성숙기를 거치며 독점과 통제에 의해 전복되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식어버린 절망은 급진적 열망을 담은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다시금 희망을 채워간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미디어의 등장과 소멸 속에서 이용자들이 뉴미디어에 갖는 기대 총량은 조금씩 조금씩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젠 새로운 뉴미디어가 등장하더라도 “싸이월드와 똑 같겠지, 페이스북이랑 다를 게 뭐야 결국 다 그걸로 장사하려는 수작인 걸”이라는 회의와 비아냥만 남게 된다.

이용자를 위한, 이용자의 공유를 위한, 이용자의 문화를 위한 백욱인의 ‘반동 선언’은 거대한 플랫폼 속에서 가축화하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곱씹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그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