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책이 번역됐다. 원서가 예일대 출판사에서 간행된 게 2006년. 10년이나 지났건만 영향력의 무게는 여전하다.

‘펭귄과 리바이어던’으로 국내에 데뷔했던 그다. 공유의 철학을 설파해왔던 그다. 개인의 증대된 역량이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전파해왔던 그다. ‘네트워크의 부’는 바로 그를 드러내는 진수다.

요차이 벤클러. 난 그의 이름을 그렇게 변역해 옮겨적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읽은 탓에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설명할 순 없다. 다만 그가 조금은 기술 낙관적인, 유토피아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정도만 안다.

벤클러, 대중적 공론장이 네트워크 공론장으로 질적 전환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이 정치적 공론 형성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와 시장에 대응해 증대된 역량의 개인들, 그리고 그들의 네트워크가 더 큰 민주적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나 또한 증대된 개인의 역량에 시민사회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가 책을 쓴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10년 뒤를 예측한 건 아닐게다. 그의 이상을 존경하고 믿고 싶지만, 그날이 오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떠받들 순 없는 처지가 됐다. 어찌됐든, 벤클러의 정치철학, 기술철학은 기술을 통한 권력 질서의 변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여러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나에게도 네트워크의 부 전체, 그리고 ‘요하이 벤클러’를 읽어볼 기회가 왔다. 깔끔한 번역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