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음악의 즐거움을 알게되었습니다. 좋은 친구들 덕분이었죠. 라디오 방송을 즐겨듣고 꿈에 그리던 LP 오디오를 부모님이 구매해 주었고 용돈을 아껴 LP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이마이(ㅎㅎㅎ)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당시 중학교 친구들 다수가 가지고 있던 아이와 또는 소니 워크맨 보다는 못했지만 제겐 몹시 귀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알게되고 LP 가게에서 그 음악을 들어보고 맘에 들면 구매하고... 1980년대 음악 소비는 이렇게 단순하고 (돈이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제가 2023년 중학생이어도 음악 소비는 어렵지 않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악을 즐기면 됩니다.

제가 만약 2008년 중학생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다양한 그리고 그저그런 음악이 넘쳐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음악을 발견하거나 신문과 블로그 그리고 막 태동한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CD를 구매할지 친구들에게 부탁해 그들의 MP3 파일을 받을지 또는 토렌트 등 당시 불법 사이트에서 MP3 파일을 직접 내려받을지 고민을 했어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바는 단순했던 과거 상태-라디오와 LP 플레이어-에서 (다시) 단순해진 현재 상태-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의 이행(transition)은 결코 간단치 않은 과정을 동반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행은 미래를 위한 지저분한 싸움의 과정입니다. 이 단계에서 음악 산업을 거의 망할 뻔했습니다.

이 싸움은 두 진영의 격투였습니다. 한편에는 레이블, 인기 뮤지션 등 음악 산업이 서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소수의 해커 및 스타트업 그리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열성 이용자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존재했었습니다. 다수 전문가는 후자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었습니다. 해커들은 '모든' 음악을 인터넷 곳곳에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해커가 제공하는 무료 MP3 파일은 음악 산업이 제공하는 이른바 '많은' 30초 무료 음악보다 편리했고 DRM 등으로 무한 복사를 막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2010년 중반까지) 돈을 주고 음악을 구매하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판단이 대세를 형성했습니다. 돈을 내지 않고 '멜론 Top100'을 구하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 중 하나였고 이를 MP3 플레이어나 휴대폰-피처폰-으로 옮기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불법 다운로드는 단순하고 이용자 친화적(user-friendly)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