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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두려워하는 시대, 우리가 다시 낙관을 말해야 하는 이유

AI 관련 강의를 하다 보면 “AI에 대한 불신”을 흔하게 접합니다. 일부는 1년 전 ChatGPT, Gemini 등을 몇 번 사용해봤는데, 엉터리 답변이나 환각(할루시네이션)을 봤다며 “AI는 별거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른 일부는 AI가 너무 잘해서 “차라리 답을 듣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두려움을 말합니다.

이 두 입장은 서로 반대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AI를 쓰지 않는다”입니다.

  • “내가 AI보다 XY를 더 잘하니까 쓸모없다.”
  • “AI가 나보다 잘하니까 주눅 들어서 안 쓴다.”

하지만 AI는 우리보다 “뛰어난 존재”도, “형편없는 존재”도 아닙니다. AI는 우리의 지능을 더 좋게 만들 수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택해야 할 태도 역시 명확합니다. 낙관주의(optimism)입니다.

낙관주의는 AI를 맹신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 더 주체적으로 기술을 설계하고 활용하기 위한 태도입니다. 낙관주의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수동적인 태도로 빠져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설계하기 위함입니다. AI는 자연재해처럼 갑자기 우리를 덮치는 힘이 아닙니다. AI는 우리가 사용할 때마다 창조해내는 기술입니다. AI는 소수의 개발자나 기업에게만 맡겨둘 기술이 아닙니다.

ChatGPT, Gemini, Claude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개인화된 상호작용입니다. 우리가 어떤 프롬프트를 쓰느냐에 따라 AI는 완전히 다르게 작동합니다. 각자의 결정 하나하나가 기술의 방향을 조금씩 바꿉니다. 결국 AI 기술은 우리의 선택으로 형성됩니다.

교황 레오의 메시지: 기술은 ‘도덕적 선택’의 연속이다

지난 11월 7일 가톨릭 교황 레오가 남긴 메시지는 이 점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은 신의 창조에 참여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모든 설계 결정에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 그래서 AI 개발자는 도덕적 판단력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AI 개발 및 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 정의, 연대, 생명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것이 기술 방향을 결정하며, 이 책임은 개발자뿐 아니라 우리 이용자에게도 있습니다.

펜노의 역설: 우리가 빠져 있는 도 다른 착시

교황의 글을 보고 저는 ‘펜노의 역설’을 떠올렸습니다. 이 표현이 기억나지 않아 ChatGPT에 묻자 정확히 설명해 주었죠. 1975년 미국 정치학자 리처드 펜노(Richard Fenno)가 주장한 펜노의 역설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 미국 시민들은 의회 전체는 싫어하지만,
  • 자기 지역구의 개별 의원은 좋아한다.

그래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펜노의 역설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전체는 나쁘고, 내 것은 좋다.” 이 역설은 지금 AI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 “AI는 빅테크를 강화할 것이다.”
  • “AI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 “AI는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다.”
  • “AI는 기술 의존을 심화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AI를 좋아합니다. 매일 쓰고, 편리함을 느끼고,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AI 버전의 펜노의 역설입니다.

펜노의 역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펜노의 역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AI를 안 쓰는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 도구 AI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만약 모든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훌륭한 의원을 뽑는다면, 우리는 훌륭한 의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 개발자 그리고 우리 이용자가 신중함과 사회 정의 의식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AI 개발하고 이용한다면, 우리의 낙관론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AI 디스토피아’가 더 인기 있는 이유 - 맷 월시의 사례

디스토피아 메시지는 언제나 더 빠르고 강하게 퍼집니다. 미국 우파 논객 맷 월시(Matt Walsh)는 2025년 11월 13일 이렇게 말합니다.

"AI 때문에 앞으로 5~10년 안에 최소 2,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해요. 아마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죠. AI는 모든 창작 분야를 무너뜨리고, 현실과 가짜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며, 교육 시스템에 남아 있는 것마저 완전히 붕괴시킬 거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12년 동안 학교를 다녀도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시대가 올 거라는 거죠.
… 내 절박한 마음이 담긴 질문은 이겁니다. 정말 AI가 모든 걸 가져가도록 그냥 가만히 누워서 당하기만 할 건가? 이게 우리 계획인가?”

그의 말은 하나의 감정으로 요약됩니다. 절망.

맷 월시(Matt Walsh)에 주장에 좌파 저널리스트 라이언 그림(Ryan Grim)이 맞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반트럼프 우파 팀 밀러(Tim Miller)도 맷 월시의 주장에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공포는 쉽게 바이럴됩니다.

저는 맷 월시에게서 펜노의 역설을 봅니다. 우리는 재난의 언어의 익숙합니다. AI는 빅테크의 권력을 강화한다고 지적합니다. AI는 일자리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비판합니다. AI는 우리를 기술 의존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두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AI를 좋아합니다. 펜노의 역설의 AI 버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AI를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은 압니다.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그러나 일정한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그때 비로소 우리는 “무력한 공포”가 아니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AI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기술’

마리 돌레(Marie Dollé)가 2025년 10월 5일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우리를 강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우리를 대체하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니다. AI의 진짜 역할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저 또한 ChatGPT, Gemini, Claude를 이용하며, 제가 보지 못한 부분,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이 AI를 통해 형태를 얻는 경험을 합니다.

AI는

  • 첫 문장을 꺼낼 용기,
  • 첫 발판,
  • 첫 숨결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그 위에 더 깊이 쌓아 올립니다.

미래를 바꾸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 자신’

AI에 대한 공포가 더 빠르게 퍼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공포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확실한 이해, 신중함, 연대감, 그리고 자신감입니다.

AI를 꾸준히 사용하며 이해하고, 사회 정의를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기술과 함께 결정하는 이용자만이 미래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방향은 거대한 힘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만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능동적 낙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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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닷 에이아이에서 AI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석사를, 비텐-헤어데케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 연구원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 교수를 거쳐,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및 투자회사 ㈜메디아티의 CEO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 2년간 대통령 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고, 현재는 ‘AI 경제’ 및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기업과 언론에서 강의하고 있다.

『생성 AI 혁명』,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테슬라 폭발적 성장 시나리오』,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알고리즘 사회』 등의 공저자이며, 『당장 써먹는 틱톡 마케팅』 저자이다.

프로필: www.linkedin.com/in/berlinlog >>
강연문의: berlinlog@mediasp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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