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21년 10월 기준 총 17개의 자체 개발 상품(Private Label Product) 브랜드 또는 PB(Private Brand)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마트 또는 롯데마트가 복수의 PB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논란 대상은 PB 그 자체가 아니라 (1) 아마존 (쇼핑) 검색결과에서 아마존 PB가 우대 또는 특혜를 받고 있는지 여부와 (2) PB 우대 그 자체가 문제인가입니다. 아마존 PB 문제는 아마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는 쿠팡, 네이버 쇼핑 등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로이터 폭로: 아마존, "판매 데이터 활용하여 PB 만들고 검색결과에서 PB 우대"
로이터(Reuters)는 21년 10월 13일 아마존 내부자료를 근거로 아마존이 인도에서 PB 상품을 검색결과에서 인위적으로 상위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로이터가 공개한 문서에는 또한 PB 상품 개발에서도 아마존이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공개된 문서는 2016년 아마존 내부의 이메일, 전략 문서, 경영 계획 등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른바 Solimo Strategy라 불리는 프로젝트가 담겨있습니다. Solimo는 아마존의 PB 중 하나로 인도에서 시작했으나 2019년 인도 정부의 규제를 받아 인도 아마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상품 브랜드입니다. 지금 Solimo는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Solimo 전략은 간단했습니다. "아마존 인도의 정보를 이용하여 PB 상품을 개발하고, 아마존 인도 플랫폼을 활용하여 이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The Solimo strategy, it said, was simple: “use information from Amazon.in to develop products and then leverage the Amazon.in platform to market these products to our customers.”).
로이터 보도 뿐 아니라 복수의 언론 보도 그리고 인도 정부 규제, 미국 정부의 규제 시도, 유럽연합 조사 등은 아래의 두 지점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아마존은 자사 브랜드(PB) 상품 개발과 개선 그리고 성공적인 판매를 위해 아마존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 아마존은 이 PB 상품을 아마존 검색결과에서 우호적인 위치에 노출하고 있다는 부정하기 힘든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로이터 보도 직후 빅테크 기업 비판 미디어 The Markup은 PB와 관련된 아마존 검색 기능을 소개하는 글을 공개했습니다.
이 글은 아마존 검색 기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낸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상품이 아마존 PB 상품이거나 아마존에만 판매되는 상품-exclusive-일 경우, 이 상품은 10개 중 7개의 케이스에서 아마존 검색결과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검색결과 소스 코드를 확인해 보면 1위를 차지한 상품은 "sponsored"가 아닌 "search results"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We found that knowing only whether a product was an Amazon brand or exclusive could predict in seven out of every 10 cases whether Amazon would place it first in search results. These listings are not visibly marked as “sponsored” and they are part of a grid that Amazon identifies as “search results” in the site’s source code).
The Markup의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아래 도표는 아마존 검색결과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객 제품평 수(number of reviews)와 별점(star ratings)이 높은 경우 동전 던지기(Flipping a coin)보다는 아마존 검색결과 상위노출 확률이 조금 높습니다.
그러나 아마존 PB 상품이거나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판매되지 않고 아마존에만 판매되는 상품일 경우 검색결과 상위노출 확률은 크게 증가-71%-합니다. 만약 이 상품이 제품평 수 및 별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검색결과 상위노출 확률은 조금 더 증가-73%-합니다.
PB 상품 또는 아마존 전용(exclusive) 상품이 고객 리뷰 수보다 검색결과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도표는 The Markup이 미국 아마존 이용자 1,000명 대상 조사 결과입니다. (설문에 참여한) 아마존 이용자의 다수는 아마존 PB 상품이 아마존 검색결과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설문참여) 아마존 이용자 21%는 베스트 셀러의 상품-21%- 또는 평점을 높게 받은 상품-17%-이 검색결과 상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7%는 아마존 PB 상품이 상위를 차지한다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결과는 놀랍지 않습니다. 개별 브랜드는 이마트 또는 롯데마트의 상품 매대의 주요 위치에 자사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합니다. 이마트 또는 롯데마트는 때론 매대 주요위치에 PB 상품을 진열합니다. 대형 브랜드-예: 농심-는 복수의 브랜드 상품-A라면, B라면, C라면-을 매대 주요 위치에 진열함으로써 경쟁을 축소시킵니다. 이른바 공간 부족에 따른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입니다. 마트 이용자 중 쇼핑할 때 이 사실을 주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존 이용자가 아마존 PB 상품이 검색결과 상위에 위치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따라서 자연스럽습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상점에서 배운 점: 목좋은 자리를 선점하라
마크 앤드리슨(Mark Andreessen)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 기사 제목은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점령하는가(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입니다. 저 또한 크게 공감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아마존의 성공 요소를 주요하게 소프트웨어에서 찾는 사람은 아마존 PB와 PB의 검색결과 상위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전통 리테일 사업자의 100년이 넘은 매대 관행을 정확하게 배운 것입니다. 소프트웨어로만 아마존이 성공한 건 아닙니다.
아마존은 이마트 또는 롯데마트와 유사한 마켓플레이스 운영 사업자입니다. 또는 서울 명동 전체를 소유한 사업자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고객이 어디에서 와서 어느 곳을 향하고 어느 상점 또는 매대 앞에 머물며 무엇을 선택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 정보에 기초해서 아마존은 대형 마트 소유 기업으로서 또는 명동 전체 소유 기업으로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바로 이용자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에 자사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이러한 방법은 상거래가 존재한 그 오랜 옛날부터 인류에게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목좋은 곳에 PB 상품을 배치하는 일은 아마존이 또는 쿠팡이 새롭게 시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아마존 또는 쿠팡에 생계가 달린 셀러에게 미치는 효과
아마존 셀러에게 다양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기업 중에 JungleScout는 대표 기업입니다. JungleScout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셀러 중 22%는 아마존이 유일한 소득원입니다-정확하게 표현하면 JungleScout는 4,864 셀러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4,864 셀러는 아마존 총판매량(GMV)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설문의 대표성은 충분합니다-. 아마존 셀러 중 몇 %가 매출의 50% 이상을 아마존에 의존하고 있을까요? 또는 셀러 매출 중 몇 % 이상이 아마존에서 발생할 때 아마존 의존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JungleScout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22%의 셀러 매출의 100%가 아마존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아마존의 (거대한) 성공은 아마존 셀러의 아마존 의존성 강화로 연결된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대형마트 소유자 이상입니다. 아마존은 명동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 이상입니다. 비유하자면 아마존은 서울시 모든 땅의 소유 기업입니다. 아마존은 서울시 전체에서 발생하는 구매 행위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서울시 목좋은 곳 모두에 자사 PB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과거 수 백 년 동안 아니 수 천년 동안 이러한 행위는 관행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운이 없네요, 아마존이 지배하는 서울에서 장사를 하다니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마존 PB 또는 쿠팡 PB가 마치 새로운 악행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에 반대하고자 합니다. 이커머스 PB에 대한 정부 규제는 모든 PB를 금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Farfetch)도 PB 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지되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CNBC는 아마존 광고 매출의 급격한 성장에 대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Exciting f(x)에서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아마존 광고 매출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위 CNBC 보도에는 매우 주목해야할 내용이 있습니다.
"브랜드 제품 가격 중 50% 이상이 아마존에서 제품을 팔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요금에 해당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있습니다(“It’s not uncommon now for brands to be spending 50% or more of their product price on various fees to be selling on Amazon”).
이 다양한 요금에는 아마존 광고, FBA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 JungleScout 보고서에도 아마존 셀러 80% 이상이 아마존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57%는 FBA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셀러는 그 만틈 아마존에 종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른 긍정 효과도 있습니다. 아마존 셀러 62%는 2020년 이윤(profit) 증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셀러에게 아마존 종속이 (단기간) 나쁜 일은 아닙니다.
아마존 조직문화가 아마존을 위협한다
아마존의 개별 부서는 각각 Profit Center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광고 담당 부서, 아마존 FBA 부서 등 아마존 수많은 부서는 각 부서별 매출 극대화를 위해 달려갑니다. 이를 위해 각 부서는 셀러 등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때 개별 셀러는 아마존에게 더욱 종속됩니다. PB 그 자체를 반대하는 논리가 아닌, 아마존에 종속되어 가는 그러나 아마존에서 수익을 얻고 있는 다수 셀러의 아마존 PB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규제 당국이 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가 시작했고, 미국과 유럽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PB에 대한 규제 논리는 쿠팡에게도 적용될 것입니다. 아마존 개별 부서는 각 부서의 행동이 결국 아마존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PB 반대 목소리가 정당하다고 또는 부당하다고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아마존 PB 또는 쿠팡 PB를 마치 새로운 형태인양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을 규제하려는 규제 당국의 동인은 다양합니다. 그 중 하나가 셀러의 목소리입니다. 이 셀러가 아마존의 따스한 품에 종속되면서 불안해 하고 있고 PB를 그 불안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의 테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존 PB 규제는 Profit Center로 작동하는 아마존 조직문화의 직접 결과입니다. 이 조직문화는 아마존이 크게 성장하는데 작지 않은 기여을 했습니다. 그러나 팀과 부서의 최적의 결과-이른바 local optima-는 중기 및 장기 관점에서 볼 때 아마존이라는 기업 전체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