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와 'PC'함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대항해서 내놓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현재 가장 인기있는 영화/시리즈는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이다.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현상금 사냥꾼 장고 펫, 보바 펫이 속한 만달로리안의 한 멤버가 우주를 돌아다니면 벌이는 전투와 모험을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속한다. 디즈니 플러스의 런칭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시리즈로 현재 시즌2가 진행 중.

[ PC함이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

특히 주인공 딘 자린이 데리고 다니며 애정을 갖고 보호하는 ‘아기(the Child)’는 팬들 사이에 “베이비 요다”라는 별명으로 통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호머의 오딧세이를 연상시키는 모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매 회 엉뚱하고 귀여운 행동을 하는 베이비 요다는 이 시리즈를 디즈니 플러스를 소셜미디어에 퍼뜨린 수훈갑이다.

그런데 지난 6일에 올라온 두번째 에피소드(S03 E02)에서 베이비 요다가 한 행동이 문제가 되었다. 승객(The Passenger)이라는 제목의 이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딘 자린(만달로리안)은 한 외계인 여성을 우주선에 태우게 된다. 이 여성은 자신의 알(egg, 영어에서는 여성의 난자도 egg라고 표현한다)들을 커다란 유리병에 담아 남편이 있는 행성으로 가려는 중이다. 이 부부는 자신들이 속한 종족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개체라서 알들을 수정란으로 만들어 아기를 얻지 않으면 종족은 영원히 사라진다며 주인공에게 꼭 좀 태워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문제의 장면은 베이비 요다가 그 외계인 여성이 안 보는 사이에 유리병에서 알을 꺼내 먹어버리는 장면이다. 평소 귀여운 행동을 하고 철이 없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지능을 가진 여성이 소중하게 운반하고 있는 자신의 난자를 몰래 먹어버리는 장면은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비판에 대한 루카스 필름의 해명

게다가 한 번만 그런 것도 아니고 에피소드 내에서 몇 차례를 그렇게 몰래 훔쳐 먹었을 뿐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도 한 번 더 그렇게 훔친 알을 먹는다. 마지막 장면에도 그걸 넣은 것으로 보아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일종의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드라마틱하고 긴장된 플롯에서 벗어나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는 극중 장치)’였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농담으로 생각하기에는 잔인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 반발했다.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그런 비판에 대해 제작자인 루카스 필름에서는 가벼운 농담일 뿐이라며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내용에서 그 알들이 수정란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혔다. 우리가 먹는 계란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닭은 지능을 가진 존재는 아니다. 그런데 아기(베이비 요다)가 알을 먹는 건 일부러 소름끼치게 만든 거다. 코믹한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호러물을 좋아하는 팬들은 그런 소름끼치는 장면이 진저리를 치게 만들면서도 웃기다는 것을 알지 않나.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사이언스픽션에서의 정치적 올바름? 비판 및 반론

하지만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아기를 가지려고 애쓰고 있는 여성에게 정말 소중한 난자를 장난처럼 먹어버리는 장면을 보는 건 전혀 웃기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특히 많은 스타워즈 팬들이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이언스픽션의 줄거리에 까지 정치적인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을 찾아야겠느냐”는 것.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외계인들이 죽어나가는데 그런 건 별 문제없이 재미있게 보면서 수정도 되지 않은 알을 몇 개 먹었다고 흥분하는 건 우습다는 주장이다.

반론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동일시 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을 가진 존재가 전투 중에 사망하는 것과 그들의 죽음이 장난처럼 다뤄지는 것은 조금 다르다. 가령 만달로리안 시즌 1에 등장하는 아래의 장면을 보면 팬들에게 익숙한 외계인/생명체가 쇠꼬챙이에 꿰어져 불 위에서 요리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제작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구워지고 있는 자신의 동족을 보면서 괴로워하며 우는 (아마도 다음 차례가 될) 외계인을 보여준다.

요즘 나오는 공포영화들은 얼마든 더 끔찍한 장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만달로리안의 팬들이 이런 장면들을 문제를 삼는 것은 끔찍하게 보이는 설정을 코믹하게 보라는 의도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잔인한 장면을 비극으로 전달하는 것과 희극으로 전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끔찍한 장면을 항상 코믹하게 전달하는 '사우스파크(South Park)’ 같은 콘텐츠가 등장한 지 오래되었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개의치 않고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달로리안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코미디센트럴이라는 작은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사우스파크와 달리, 만달리로리안은 가족 콘텐츠를 지향하는 디즈니의 브랜드를 달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상영되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센트럴 같은 니치 채널과 디즈니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팬들은 “결국 베이비 요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알들을 모두 토해낼지 모른다”면서, 어쩌면 베이비 요다의 행동이 외계인 여성의 종족을 구하게 되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으니 지켜보자고도 한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전개된다 하더라도 이 시리즈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PC 감수성 논란의 확장

그런데 감수성 논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등장한 배우의 트윗이 문제가 되었다. 요즘 미국에서는 she/her, he/him, they/them처럼 트랜스젠더, 넌바이너리, 인터섹스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표기하는 방식을 시스젠더 여성, 남성들도 사용해서 다양성을 옹호하려는 노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만달로리안에서 카라 듄 역할을 하는 배우 지나 카라노는 그 사실을 몰랐던 듯하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하는 배우 페드로 파스칼에게 그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 설명을 듣고는 그들의 편에 선다는 투의 말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트위터 바이오에는 "boop/bop/beep”이라는 스타워즈의 로봇이 내는 듯한 소리를 적어놓은 것. 사람들은 이 배우가 she/her 같은 표현을 쓰는 대신 사람들의 진지한 노력을 장난으로 바라본다며 분노했고, 이 배우를 만달로리안의 캐스팅에서 빼버리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감수성 떨어지는 행동이 특히 아쉬운 것은 지나 카라노가 원래 이종격투기 선수로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며 초기 스타워즈에서 레이어 공주가 보여준 전통적이고 성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벗어나 여성 배우들의 연기 스코프를 확장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로서는 다른 영화들 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억울함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만달로리안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의 원칙(Peter Parker Principle)이 여기에 적용해볼 수 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더코어 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