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영상들이 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스트레스 해소 영상'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이 검색된다. 불 보며 멍때리는 '불멍'이나 '물멍' 같은 영상도 있다. 그리고, 커다란 죽순을 자른다거나 핸드폰 필름을 완벽하게 붙인다거나 팩을 깔끔하게 떼며 피지도 같이 딸려나온다거나 정확하게 물건의 프린트를 찍어낸다거나 하는 영상은 반복적으로 재생되며 왠지 모를 쾌감을 준다.
그중 스트레스가 가장 뻥 뚫리는 영상은, 말 그대로 '뻥 뚫어주는 영상'이 아닐까.
'하수구의 제왕' 채널은 배관공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6년전부터 운영된 이 채널은 처음에는 막힌 하수구를 뚫는 방법들을 정보 형식으로 보여주었는데, 요즘은 하수구가 왜 막히는지를 직접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들이 큰 주목을 받으며 성장중이다. 대체로 음식쓰레기 등 기름덩이들 때문에 하수구가 막히는 상황을 보여주고, 그런 장애물을 꺼내며 고속세척으로 뚫고 난 뒤 내시경으로 시원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영상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도 많이 되며 100만 조회수 이상의 영상이 15개를 웃도는 등 소위 '대박'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누구나 세면대 물이 잘 안내려가면 답답할 것이다. 홈쇼핑에서는 세면대 뚫는 약품을 판매할 뿐 갑자기 막힐 때 해결법은 알기 힘들다. 별 약품 없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 영상이 뜨고난 후 이 채널은 다양한 하수구를 뚫는 영상을 보여주는데, 뻥 뚫릴 때마다 묘하게 쾌감이 있다.
하수구가 막히는 이유는 대부분 하수구에 버려서는 안되는 것을 버려서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욕심이나 편리를 위해 공공의 편리를 무시하니,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것. 왠지 영상을 보다보면 우리 사회 이면의 맨살이 어떤 모습인지 고민하게 된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이 썩어내려가면 결국 문명은 무너진다.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문명이 부패해 사라지는 것을 봐왔다.
21세기라고 하더라도 결국 문명을 지탱하는 시스템은 몇 천년 간 변하지 않았다. 지저분해 지하로 숨어 있지만 하수구야 말로 문명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다. 고담시의 하수구에서 펭귄맨이 나왔듯이 말이다.
문명 사회의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하수 시설. 하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배관공은 문명의 혈맥을 뚫는 의사같은 존재가 아닐까? 여하간 뚫리는 그 모습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다! (다만, 식사시간은 피하고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패스하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