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리즈 드라마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
📉 데이터로 본 드라마의 하락 시점
통계 분석 플랫폼StatSignificant를 포함한 여러 연구들은 대부분의 드라마는 시즌 2~4에서 정점을 찍고, 시즌 5~6부터 점차 하락세에 접어든다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하락 폭도 커집니다.
예를 들어, 히어로즈(Heroes)는 시즌 1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지만, 2007~08년 작가 파업의 여파로 시즌 2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시청자 수는 시즌 3에서 1,400만에서 700만 이하로 반토막 났습니다. 워킹데드도 시즌 5에서 1,7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지만, 시즌 11에는 200만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로튼 토마토 평점도 이를 반영합니다. 왕좌의 게임은 초반 시즌 평점이 90점대였지만, 마지막 시즌인 시즌 8은 55%로 추락하며 팬들의 분노를 불러왔습니다.
❓왜 드라마는 질이 떨어질까?—주요 가설들
1. 서사의 고갈과 중심 이야기의 마무리
강력한 중심 서사나 미스터리로 시작해 초반 동력을 얻는 드라마에서, 이 이야기가 해결되거나 또는 해결되지 않고 질질 끌수록 드라마는 방향을 잃습니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즌 1에서 탄탄한 긴장감을 유지했지만, 이후 시즌은 점점 억지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 자극의 과잉과 '상어 뛰어넘기(Jump the Shark)'
회차가 늘수록 제작진은 자꾸만 판을 키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 결과, 터무니없는 반전, 주인공의 죽음, 장르 전환 등 자극적인 전개가 늘어나지만, 정작 이야기의 개연성은 무너집니다. 리포트는 왕좌의 게임 시즌 8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제시했는데요. ‘Jump the Shark’라는 용어는 이런 순간을 지칭하는데, 이는 Happy Days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물 위에서 상어를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장면에서 유래했습니다.
3. 캐릭터 피로감과 '플랜더화(Flanderization)'
시간이 지날수록 캐릭터는 자신의 특성을 과장한 캐리커처로 변하기 쉽습니다. TV Tropes에서는 이를 '플랜더화'라고 부르는데, 이는 심슨가족의 '네드 플랜더스'가 점점 종교광으로 변해가는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예를 들어 빅뱅이론의 셸든은 초반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후반부에는 '기묘한 괴짜'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4. 외부 변수: 제작사 압박, 수익 모델
2007–08년 작가 파업은 수많은 드라마의 내러티브를 중단시켰고, 앞서 언급한 히어로즈처럼 회복하지 못한 작품도 많았습니다. 방송사는 수익을 위해 긴 방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핵심 줄거리가 끝난 뒤에도 억지로 시즌을 연장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알고리즘 데이터에 따라 너무 빨리 시리즈를 중단하기도 하죠.
5. 창작진의 번아웃과 핵심 인력 이탈
TV 시리즈 제작은 장기 레이스입니다. 작가, 주연 배우 등 핵심 인물이 중간에 하차하거나 번아웃될 경우, 서사의 일관성과 창의력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수퍼내추럴(Supernatural)은 애초에 5시즌으로 기획되었지만 15시즌까지 이어지면서 완전히 다른 톤으로 변해버렸습니다.
6. 팬의 기대 상승과 '기대 역치' 현상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수록 팬들은 더 많은 기대를 품고, 점점 만족시키기 힘든 상태로 돌입합니다. 시리즈 후반부는 초반부터 쌓아온 기대치와 비교되기 때문에, 실제로 나쁘지 않더라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로스트,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 덱스터의 마지막 시즌은 모두 이런 '기대 역치'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7. 문화적·산업적 변화
2012년에 신선했던 이야기나 연출이 2022년에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치적 분위기, 트렌드, 경쟁 콘텐츠의 등장 등 외부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현실 정치가 더 혼란스러워지면서 급격히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드라마는 낡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하락은 피할 수 없는가?
모든 드라마가 시즌을 거듭하며 ‘망해가는’ 것은 아닙니다. 브레이킹 배드는 마지막 시즌에서 오히려 최고점을 찍었고, 플리백,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는 몇 시즌 안에 자발적으로 종영함으로써 이야기의 밀도를 유지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계획입니다. 명확한 종결점과 유연한 서사 구조, 그리고 제때 멈출 수 있는 용기가 끝까지 성공적인 시리즈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즉, 언제 어떻게 잘 끝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최근 창작자들은 의도된 단기 시리즈를 선호하고, 3~5시즌 내 종결은 '조기종영'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는 길이보다 질, 그리고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