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는 사회

여러분은 유튜브 또는 넷플릭스를 하루에 한 시간씩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미국의 경우 넷플릭스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021년 기준 3.2시간입니다.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하루 1시간 넷플릭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에 유튜브 이용자도 하루 평균 1시간 이용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때 발생하는 CO2는 각각 100g입니다. 전기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와 핵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면 각각 55g입니다.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100g이 아닌 55g을 선택하겠습니다. 55g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300m를 달릴 때 발생하는 C02와 동일합니다.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2억2천만 명입니다. 유튜브의 하루 적극 이용자(DAU)는 약 1억2,200만 명입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소비는 하루에 자동차 한 대가 2억640만km를 달리면서 배출하는 C02와 동일한 양의 CO2를 지구에 배출합니다. 하루 2억 640만km는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입니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넷플릭스와 유튜브 소비를 멈춰야할까요?

화석 연료 함정(the fossil fuel trap)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를 아껴쓰는 것은 현재의 미덕(virtue)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은 빠르게 작별해야할 화석연료 시대의 에너지 패러다임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는 화석 연료와 동일하게 간주되어 왔습니다. 화석 연료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은 '에너지는 나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energy diet)은 미덕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에너지를 다시 말해 화석 연료를 지금처럼 사용한다면 지구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커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에너지는 인류 역사에 있어 (기술) 혁신의 가장 큰 전제 조건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화석 연료 사용의 시작과 폭발적 증가는 산업혁명과 산업화를 의미합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미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래 그림도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1900년에서 1975년 사이 급증했습니다. 1925년 미국 가정 곳곳에 전기 사용이 확산되었습니다. 1931년 미국에 수세식 변기(flushing toilet)가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1938년 냉장고가 미국 가정을 찾았고, 1940년대 세탁기가 서서히 보급되었습니다. 1950년대 미국의 자동차 보급이 대중화를 맞습니다.

출처: NPR

한국도 유사합니다. 자명한 이야기입니다만, 한국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대 이후 1인당 에너지 소비도 급증했습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산업국가에서 최근 10년사이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가별 에너지 믹스(Energy Mix) 조건에서 1인당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것은 지구 환경의 재앙일 것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화석 연료 의존도는 85%입니다. 화석 연료는 기술이 아닌 자원(resources)입니다. 자원은 혁신의 대상일 수 없으며 때문에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 효과에서 제외됩니다.

다른 선택: "기후 위기와 싸울 때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

만약 인류가 위 그림의 화석 연료를 클린 테크놀리지로 대체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더 좋은 사회와 경제에 대한 비전은 클린 테크놀리지의 한계와 실패를 상상할 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탄소 제로 에너지 사회가 성공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상상할 때 새로운 비전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0으로 수렴하는 시대를 상상해 보십시요. 풍부하고 값싼 전기로 인류의 삶은 더 큰 풍요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비용은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한시적으로 9유로 티켓을 도입했습니다. 한 달에 9유로를 지불하면 고속철도 등 일부를 제외하면 독일 전역에서 대중 교통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화석 연료를 클린 테크놀로지로 대체한다면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인 사회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가스레인지가 인덕션 레인지로 교체되고 가스 보일러가 전기 보일러가 바뀌고 모든 이동 수단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회. 전기 에너지를 크게 소비하는 수직농업(vertical farming)이 확산된다면 도심지 농업 생산도 가능합니다.

모든 전기 에너지가 클린 테크놀로지로 생산되는 사회를 상상합니다. 이 때 에너지는 더 이상 나쁜 그 무엇이 아닙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은 더이상 미덕이 아닙니다. 에너지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사회. 이로 인해 사회 구성원의 삶이 더욱 좋아지는 사회. 특히 가계 소득이 낮을 수록 클린 에너지의 혜택이 큰 사회. 새로운 클린 에너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상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아래 글은 2020년부터 클린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로서의 에너지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변화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혁명과 경제 황금기의 도래
재생에너지 가격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에너지 기술 혁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혁명 그리고 탄소중립 정책은 일부 국가 및 일부 산업에게 재앙이 되겠지만, (정의로운) 에너지 대전환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세기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이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그리고 서브스택(substack) 작가인 노아

The Atlantic의 로빈슨 메이어(Robinson Meyer)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투자 관련 법-Build Back Better Act-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국 전역에서 클린 테크놀로지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How the U.S. Made Progress on Climate Change Without Ever Passing a Bill
A “green vortex” is saving America’s climate future.  

로빈슨 메이어는 미국 뉴욕 주, 워싱턴 주,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녹색 소용돌이(green vortex)의 원인은 "(많은) 기업이 기후 변화와 싸우는 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making it profitable for companies to fight climate change)"는 점에서 찾고 있습니다.

(클린) 테크놀로지가 발달할 수록 클린 테크놀로지는 저렴해 집니다. 저렴해 질 수록 더 많은 기업이 클린 테크놀로지를 수용합니다. 또한 이들 기업의 대표는 (강화된) 기후 정책을 더 잘 수용합니다. ... 더 많은 기업 대표가 기후 정책을 지지할 수록 정치 지형은 변화하고 정부는 더욱 강력한 환경 정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클린 테크놀로지에 대한 정부 지원은 더욱 확대됩니다.) 이렇게 사이클 또는 Feedback Loop은 확장되고 다시 순환합니다(As technologies develop, they get cheaper. As they get cheaper, more companies adopt them. As more companies adopt them, their leaders grow more comfortable with climate policy generally. ... As more corporate leaders support climate policy, coalitions change, governments can pass more aggressive measures, and the cycle expands and begins again).

클린 테크놀로지는 (아직) 다양한 기술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해결될 수 있고 일부는 더 많은 R&D 투자를 통해 극복 가능합니다. 기술적 논쟁도 필요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값싼 에너지가 풍부한 사회에 대한 상상입니다. 이 상상이 풍부할 때 실체가 있는 낙관주의가 사회에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기후 운동가의 시각에서 큰 비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저는 기후 운동가의 가치와 기여를 존중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How dare you? You have stolen my dreams and my childhood"를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기후 위기는 절박한 문제이며, 이 해결 방식에서 기후 정의가 필요함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일부 기후 운동에서 주장하는 탈성장 및 탈자본주의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곧 다른 글로 이와 관련한 제 의견을 설명하겠습니다.

버스 차선 위에 태양광 설치 및 전기료 인하

독일정부는 철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녹색연합은 전국 고속도로와 철도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를 통해 "서울 주택 전력사용량의 45% 생산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적극 동의하는 제안입니다.

도심 곳곳에 있는 버스 중앙차선 위에 태양광 패널 설치도 가능합니다. 핵심은 그 혜택을 거주 시민에게 즉각 돌려주는데 있습니다.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생산된 전기를 (정부와 한전이) 구매하는 것처럼, 공공 장소에 설치되는 태양관 패널의 실익은 거주 시민이 매달 실감할 수 있도록 분배되어야 합니다. 고속도로와 철로에 태양광이 설치된다면 그 결과가 기차와 고속버스의 요금 인하로 이어질 때 기후 정책에 대한 수용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기후 저널리즘 공공 지원

복수의 매체에는 기후 저널리즘을 책임지는 훌륭한 기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 기자의 존재 여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후 저널리즘은 기자와 독자의 기후 상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GDP의 뜻을 모르는 스포츠 기자는 없습니다. 한국의 선거제도를 모르는 문화 기자는 없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기본 상식을 편집국 모두가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은 기후 (위기)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늘고 구독자가 늘고 관련 광고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절박한 것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경제 세력과 언론 미디어 세력을 형성하는데 있습니다. 이 두개는 녹색 소용돌이의 시작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녹색 소용돌이가 본격화되면 값싼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는 사회는 더 빨리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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