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인건비의 시대가 끝나면, 제조업은 결국 값싼 전기와 자동화를 향해 이동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AI, 반도체 공장, 전기요금,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같은 이슈가 따로따로 논의됩니다. 하지만 이 각각의 논의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더 큰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시대입니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전기+자동화+AI”를 묶어서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전기요금 인상은 얼마나 할 것인가” 수준의 논쟁에 머무르는 느낌입니다. 지금 이 흐름을 놓치면, 한국 제조업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원가 구조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다크 팩토리란 무엇인가?
제가 처음 다크 팩토리란 개념을 접한 것은 2025년 4월 뉴욕타임스 보도 “관세 전쟁의 진짜 무기: 중국 공장에 쌓이는 로봇과 AI(China Has an Army of Robots on Its Side in the Tariff War)”와 2025년 3월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중국, 스스로 ‘중국 쇼크’를 겪고 있다(China is suffering its own ‘China shock’)”입니다.
‘다크 팩토리’는 말 그대로 불 끄고 돌아가는 공장을 뜻합니다. 사람이 거의 없는, 고도로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떠올리면 됩니다.
- 로봇이 조립·포장·이송을 담당하고
- 센서가 불량·온도·진동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 AI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을 사전에 잡고,
-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공장 전체를 실시간 시뮬레이션하며 생산을 제어합니다.
다시 말해 로봇·센서·AI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거나 또는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여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을 의미합니다. 스마트 팩토리가 센서, IoT, 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고도화된 자동화 공장’이라면, 다크 팩토리는 그 최종 진화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다크 팩토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 조명·난방·냉방·휴게실·교대근무 같은 요소가 최소화되고
- 24시간 365일, 같은 품질로, 같은 속도로 돌아갑니다.
중요한 점은, 이게 더 이상 “미래 SF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 제조업체는 이미 야간에 불 꺼진 상태로 돌아가는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사람이 있는 공장과 없는 공장”의 단가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값싼 인건비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로봇, AI, 엔지니어가 중국 제조업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다크 팩토리를 통해 중국은 단순히 임금을 낮게 유지해서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자동화 강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값싼 인건비’가 아니라 ‘값싼 전기’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한국 제조업은 지난 20~30년간 이런 전제를 깔고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및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한국 본사는 R&D, 브랜드, 설계를 담당하는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다크 팩토리가 확산되면 이 논리가 무너집니다.
- 로봇이 작업을 하면 인건비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 대신 전기요금 + 자동화 설비 투자비가 핵심 비용이 됩니다.
그러면 생산 거점은 더 이상
지금은 중국과 미국이 바로 그 조건을 맞춰 가는 중이고, 한국은 에너지 및 산업 규제 측면에서 뒤쳐질 위험이 있습니다.
중국 저임금 제조업,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광둥의 신발 및 의류 공장들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개별 공장마다 100명 넘는 노동자가 북적였지만, 지금은 20명도 안 남은 공장이 많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첫째, 중국의 임금 상승때문입니다. 중국 남부 제조업 도시들의 임금은 꾸준히 올라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아닙니다. 둘째, 동남아 국가의 산업 경쟁 강화입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가 더 낮은 임금, 해외 기업 친화적 정책, 공급망 개선으로 중국을 빠르게 따라잡았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으로 향하던 주문이 이제는 동남아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저가 공장들은 지금 두 가지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하나는 로봇 및 AI를 통한 생산 자동화에 투자해 살아남기입니다. 이 때 문제는 중국 내부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생산 자동화 투자 없이 버티기입니다. 이 때 중국의 경쟁력 상실되며 결국 공장 폐업 증가합니다. 다시 말해, 자동화를 해도 일자리가 줄고, 안 하면 공장이 사라지는 진퇴양난 구조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내 노동집약 제조업 12개 산업의 고용은 14% 감소했고, 그 결과 약 4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2019년과 2023년 사이에도 340만 명 규모의 일자리가 추가로 감소했습니다. 예를 들어 섬유 분야는 40% 감소라는 극적인 수치를 보였습니다.
원래 “중국 쇼크(China Shock)”는 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쓰이던 말입니다. 중국의 값싼 제품이 대량 유입되면서, 서구 제조업 일자리가 붕괴되고 미국과 유럽의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은 현상을 “중국 쇼크”라 부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 자신의 저가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 이것이 ‘중국의 중국 쇼크’ 또는 ‘제 2차 중국 쇼크’입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미래는 고급 제조업”이라고 선언합니다. 즉,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AI 및 로봇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첨단 제조업은 사람을 별로 많이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조립 공장을 보면, 로봇이 용접, 코팅 및 운반을 거의 담당합니다. 사람은 감리 및 품질 검수 등 일부 고숙련 업무만 수행합니다. 이 또한 AI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중국 대다수 전기차 공장 목표는 “매년 인력 10% 감축”입니다. 따라서 이른바 ‘고급 제조업’의 고용 흡수력이 낮습니다. 저숙련 노동자 수십만 명이 일하던 봉제, 섬유 및 가구 공장이 줄어들어도,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으로 그 인력을 전부 받아줄 수 없습니다. 중국이 한때 미국과 유럽에 주었던 충격을 이제는 동남아가 중국에, 자동화가 노동자에게 주고 있는 셈입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집단은 중국 농촌 출신 저학력 노동자(농민공)입니다. 그들은 지난 20~30년 동안 의류, 신발, 가구 공장 등에서 중국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산업 및 공장들은 해외로 이전하거나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은 공장의 임금은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과 공장이 있었던 지역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이들 농민공의 설자리는 없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도 이들에게 경제 기회는 부족합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마틴즈빌(Martinsville)은 한 때 ‘세계의 스웨트셔츠 수도’로 불렸습니다. 마틴즈빌 인구의 상당 부분이 섬유공장이나 봉제공장에서 일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주요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미탄즈빌의 섬유 산업은 급속히 쇠퇴했습니다. 연이어 마틴즈빌은 빈곤, 실업 등 사회 문제를 겪게 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사한 문제가 중국 일부 도시에서 일어날 조짐이 있습니다. 중국도 기술 진보와 일자리 감소라는 서구의 오래된 문제를 똑같이 겪는 중이다.
이렇게 중국의 저임금 제조업 시대는 끝나가면서, 중국은 지금 “제조업 체질 변환”이라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거치는 중입니다. 중국이 값싼 인건비로 다른 나라 제조업을 붕괴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 내부의 산업 및 노동 구조가 붕괴하고 재편되는 중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 유지”를 강조합니다. 여기에 등장한 개념이 ‘다크 팩토리’입니다.
중국은 이미 ‘전기로 움직이는 산업국가(electrostate)’ 기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크 팩토리의 기반을 에너지 시스템에서부터 깔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The Core의 ‘중국 AI 반도체, 예상치 못한 속도로 성장: 한국 AI 전략 성찰’에서 소개한 것처럼, 중국의 태양광과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 발전은 중국의 전력 수요 증가를 상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서부 사막과 고원에서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대규모로 생산되고 있으며,
- 이것을 초고압 송전망(UHV: Ultra High Voltage) 으로 동부의 공업지대로 보내고 있습니다.
- 2025년 5월 파이낸셜 타임스는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 중국이 세계 최초 ‘전기 중심국’이 될까?(How we made it: will China be the first electrostate?)”에서 중국을 두고 “세계 최초의 전기 중심 국가”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산업용 기준) 전기요금이 싸지고,
- 공장이 필요로 하는 전기를 대량 그리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 그 전기가 점점 탈탄소 전기(재생에너지+원전 등) 로 바뀌면서,
- 탄소 규제 리스크까지 줄어듭니다.
여기에 완전 자동화된 공장, 즉 다크 팩토리가 얹히면, “값싼 전기 + 자동화 + 대규모 산업 생태계”라는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이 조합은 한 번 완성되면, 한국이 “기술력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뒤집기 어려운 구조적인 경쟁력이 됩니다.
한국의 현실: 기술 경쟁력은 앞서지만, 다크 팩토리의 핵심인 에너지 및 산업 규제는 뒤쳐질 수 있다
한국도 로봇과 자동화 기술은 세계 상위권입니다. 아래 표는 국제로봇연맹(IFR)이 2025년 9월에 발표한 2024년 국가별 산업 로봇 신규 설치 규모 자료입니다. 한국 로봇 설치 수는 세계 4위로 독일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1위 중국의 규모를 직접 보십시요.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및 자동차 공장의 설비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다크 팩토리 시대의 관점에서 한국의 약점을 보면 대략 세 가지입니다.
- 전기요금 구조
- 오랫동안 “산업용 전기는 싸게, 가정용은 상대적으로 비싸게”라는 구조로 운영해 왔습니다.
- 그러나 원전, 석탄, 가스, 재생에너지 혼합, 송전망 투자, 탄소중립 비용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값싼 산업용 전기”를 계속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2. 재생에너지 및 송전 인프라 갈등
- 풍력 및 태양광 입지마다 지역 갈등이 반복되고,
- 송전선 및 변전소 건설에도 민원이 거세서,
- “대규모 및 장거리 전력망”을 깔기가 쉽지 않습니다.
- 그 결과, 입지는 있는데 전기는 부족하거나 전기 요금이 상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규제 및 허가 속도
- 공장 증설, 송전선로, ESS(에너지저장장치),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등 다크 팩토리의 기반이 되는 시설은 모두 복잡한 인허가와 지방 정부 및 중앙 정부 갈등을 동반합니다.
- 중국, 미국, 동남아 일부 국가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수록 “내가 투자하려던 공장은 다른 나라로 간다”는 선택 발생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 압박은 낮습니다.
요약하면, 한국은 “기술 강국”이지만, “전기, 인프라 및 규제 속도”에서는 다크 팩토리 시대의 조건을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했습니다.
다크 팩토리 시대, 생산은 어디로 이동할까?
지금까지는 “인건비”가 공장 입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단순화하면 아래 공식이 적용됩니다.
- 임금이 싼 지역 → 조립, 봉제, 단순 가공
- 임금이 비싼 지역 → 설계, 브랜드, 마케팅
그러나 다크 팩토리가 확산되면, 기준은 이렇게 바뀝니다.
- 전기가 싸고 안정적인가?
- 규제가 예측 가능하고 허가 속도가 빠른가?
- 관련 부품, 장비, 물류·데이터센터, AI 인재가 한곳에 모여 있는가?
중국 선전 및 광저우 일대, 미국 일부 제조 클러스터는 이미 이런 조건을 맞추려고 국가 단위의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고착되면 새로운 다크 팩토리 클러스터는 한국이 아니라, 에너지, 규제, 인프라 조건을 이미 갖춘 지역에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 1: “거대 메가클러스터”를 따라 하기보다는, ‘시장 인접형 다크 팩토리’
중국의 메가클러스터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국토 크기, 인구, 내수 규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오히려 다음과 같습니다.
- 소비자 가까이에 있는 자동화 공장
- 수도권 및 광역시 인근에 고도로 자동화된 소형 공장을 두고,
- 온라인 주문을 받으면 24시간 내 생산 및 출고가 가능한 구조
2. 짧은 리드타임 및 유연성에 기반한 경쟁력
- 중국 및 동남아 대형 공장은 단가 경쟁력은 높지만, 생산 전환 및 소량 주문 대응은 느립니다.
- 한국은 빠른 의사결정 + 높은 자동화율을 살려 “빠르게 바뀌는 수요에 맞추는 제조업”으로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3. 도시형 공장 + 재생에너지 + ESS 조합
- 도심 및 도심 근교의 소형 다크 팩토리에서 건물 옥상 태양광, 근거리 풍력 및 연료전지, ESS를 활용해 전기 피크를 관리하고, 일부 전력을 자체 조달하는 모델도 가능합니다.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 2: “표준과 소프트웨어”를 선점하라
다크 팩토리는 기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센서, 데이터 형식, AI 모델, 보안, 안전 규정 등의 “표준 전쟁”입니다.
- 공장에서 어떤 데이터가 어떤 형식으로 수집되는지
- 로봇, 설비, 생산관리시스템(MES), ERP, 클라우드가 어떤 프로토콜로 연결되는지
- 안전 및 사이버보안 기준을 누가 정하는지에 따라,
나중에는 특정 국가 및 기업의 (다크 팩토리)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 국내부터 공통 표준 만들기
- 로봇, 센서, 설비, 클라우드 업체들이 “한국형 다크 팩토리 표준”을 함께 만들고
- 이를 아시아, 동남아, 중동 등으로 수출 가능한 패키지로 묶는 것
2. 소프트웨어,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 구축
- 공장 자동화 장비 자체보다 공장을 “설계, 운영, 최적화, 유지보수”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3. 해외 공장에 한국식 운영 시스템 수출
- 꼭 공장이 한국에 있어야만 한국 기업이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 세워지는 자동화 공장에 한국의 공정 설계, 운영 소프트웨어, 원격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모델도 가능합니다.
개발도상국의 제조 전략도 흔들리는 중, 이 때 한국의 역할은?
그동안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많은 개발도상국은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의류 및 신발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다크 팩토리가 확산되면, 가장 싼 노동력조차 로봇보다 비쌀 수 있는 시대가 옵니다. 일부 국가는 재빠르게 자동화, 다크 팩토리 도입을 시도하겠지만, 많은 국가는 자본, 기술, 데이터 인프라 부족으로 ‘제조업 사다리’ 자체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 경제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습니다. 대규모 메가공장이 아니라 소형 및 유연 자동화 공장 모델을 농산물 가공, 의료기기, 간단한 전자제품 수리 등 지역 수요에 맞게 설계해주는 것과 동시에 그 나라에 데이터를 관리할 인력, 소프트웨어 개발자, 유지보수 기술자를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공장+기술+인력”을 묶은 새로운 개발 모델이 될 수 있고, 한국 기업에게도 장기적인 파트너와 시장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결론: “로봇 및 AI 잘 만든다”로는 부족하다
다크 팩토리 시대는 결국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나라는 값싼 그리고 깨끗한 전기와 빠른 인허가와 일관된 규제와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과 국제 표준을 주도할 능력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가?” 한국 경제는 산업로봇,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네 가지—전기, 인프라, 규제, 표준—가 맞춰지지 않으면, 한국의 첨단 제조 기술은 ‘한국 공장’을 강하게 만드는 대신 ‘다른 나라 공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 산업용 전기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공급하며 그 가격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재생에너지, 원전, 송전망, 데이터센터, 공장 입지를 하나의 통합 거버넌스 체계 아래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 한국형 다크 팩토리 표준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국내를 넘어 아시아 및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가?
다크 팩토리는 단순히 “공장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에너지 정책, 산업 정책, 디지털 정책, 개발 협력 전략이 한꺼번에 걸린 장기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룰이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정해진 뒤에 한국이 그 규칙에 맞춰 움직이는 나라가 될지, 아니면 그 규칙을 함께 만드는 나라가 될지는 지금 한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통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블루닷 에이아이에서 AI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석사를, 비텐-헤어데케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 연구원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 교수를 거쳐,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및 투자회사 ㈜메디아티의 CEO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 2년간 대통령 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고, 현재는 ‘AI 경제’ 및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기업과 언론에서 강의하고 있다.
『생성 AI 혁명』,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테슬라 폭발적 성장 시나리오』,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알고리즘 사회』 등의 공저자이며, 『당장 써먹는 틱톡 마케팅』 저자이다.
프로필: www.linkedin.com/in/berlinlog >>
강연문의: berlinlog@mediasph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