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ChatGPT와 Claude 같은 대화형 AI가 일상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중독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무한 스크롤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AI 채팅창이라는 더 교묘한 함정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생산적인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상적인 사고력을 잠식하는 '둠 프롬프팅(Doom Prompting)'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생산적으로 보이지만 공허한 반복

키보드를 두드리며 AI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겉으로는 매우 생산적인 활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소셜 미디어가 우리를 수동적 소비자로 만들었다면, AI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를 수동적 "대화자"이자 "창작자"로 훈련시킵니다. 행동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는 더욱 공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AI와 대화하며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서를 작성하고,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다듬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전이 없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입니다.

AI가 던지는 "이것은 어떠세요?", "제가 해드릴까요?" 같은 질문들. 이것들은 슬롯머신의 레버처럼 우리를 다음 프롬프트로 이끕니다.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죠.

'둠 스크롤링'에서 '둠 프롬프팅'으로

'둠 프롬프팅(doom prompting)'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끝없이 SNS를 스크롤하는 '둠스크롤링(doom scrolling)'의 진화된 형태입니다. 조금 더 위험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생산성과 창의성의 탈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AI와 대화하며 뭔가를 '생각'했다고 느낍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창작'했다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다릅니다. 사고의 퍼포먼스를 사고 자체로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 해결의 의식을 문제 해결 자체로 혼동합니다.

ADHD 같은 주의력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위험합니다. 끊임없는 정보 입력과 아이디어 생성이 도파민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인지적 과부하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죠.

AI가 놓치는 핵심 과정

글쓰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AI는 주로 작업의 앞뒤 단계에서만 유용합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초안을 검토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논증의 핵심이 살아있는 '지저분한 중간 과정'은 어떨까요? 여기서 AI는 약점을 보입니다. AI에게 핵심 작업을 맡기면 처음엔 인상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부한 표현과 빌려온 아이디어로 가득합니다.

AI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부족합니다. 바로 일관된 자아입니다. 결과에 대한 실제적 이해관계도 거의 없죠. 진짜 글쓰기는 이런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자와 생각할 수 없는 자

폴 그레이엄은 흥미로운 경고를 했습니다.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뉜 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닙니다. 사고를 가시화하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글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사고의 형태가 있습니다. 따라서 쓸 수 있는 자와 쓸 수 없는 자로 나뉜 세계, 이것은 곧 생각할 수 있는 자와 생각할 수 없는 자로 나뉜 세계가 됩니다.

모두가 동일한 AI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모두 평균적인 사고와 창의성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독창적 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갈 것입니다.

헨릭 칼슨이 지적했듯이, LLM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그것이 우리가 소비하는 글쓰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리듬과 단어 선택, 사고 패턴까지 모방하고 따라하게 될 수 있죠.

건설적 마찰이 필요한 이유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성 엔진이 아닙니다. 진정한 인지적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원칙이나 요령이 필요해 보입니다.

첫째, 잠시 멈추고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세요. 프롬프팅을 멈추고 탭을 닫아보세요. 디지털 소음을 차단하고 진정으로 흥분되는 아이디어를 찾아보세요. 외부의 조언이나 트렌드가 아닌, 내면의 관심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마찰이 있는 도구를 찾으세요. ChatGPT의 새로운 '학습 모드'가 좋은 예입니다. '사용자의 일을 대신 하지 말라'는 지침을 따르는 AI죠. 저항은 의도와 전문화를 요구합니다. 건설적 마찰을 고려한 전문 도구가 필요합니다.

셋째, 효율성보다 숙고를 중시하세요. 속도는 우리가 진보로 착각하는 마약입니다. 때로는 지름길이 실제로는 돌아가는 길입니다. 차를 운전하면 빨리 도착하지만, 때로는 경치 좋은 길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넷째, 아첨하는 시스템을 피하세요. 일부 AI는 명시적으로 아첨의 함정에 저항하려고 노력합니다. 순수한 검증은 지루하고 위험합니다. Claude의 헌법적 AI처럼, 명시적 가치에 기반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즉각적인 만족보다 건전한 반박이 가능한 시스템 말입니다.

다섯째, 실제 인간 파트너를 찾으세요. 인지적 의존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오래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지적 스파링 파트너를 기르는 것입니다. 독립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찾으세요. 당신이 신뢰하고 존경하며 도전하는 사람들을 사운딩 보드(sounding board, 원래 음향 용어로 악기의 소리를 증폭시키는 울림판을 뜻함. 일상에서는 '내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을 뜻함)로 만드세요.

작은 실행이 만드는 큰 차이

가장 작은 다음 단계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성 메모를 녹음하는 것도 좋습니다. 잠재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시작입니다. 첫 문장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불완전하더라도 시작하는 용기를 가지세요. 작은 행동이 큰 변화의 시작입니다.

생산적인 AI 사용은 균형입니다. AI의 강점을 활용하면서도 인지적 근육을 보존해야 합니다. 핵심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세요. 특정 선택을 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종 결과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AI의 통계적 평균이 아닌 당신의 진정한 사고를 반영해야 합니다.

인간과 기계의 건전한 협업

건강한 AI 사용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을 유지하세요. 문제와 씨름하려는 의지를 가지세요. 독창적 통찰력을 위한 역량을 보존하세요.

항상 AI에 의존하여 검증이나 방향을 구하지 마세요. 기계 출력의 깨끗한 효율성보다 인간 사고의 지저분한 과정을 선호하세요. 그 과정에서 진짜 창의성이 나옵니다.

경쟁은 인간과 기계 사이가 아니라, 두 가지 인간-기계 상호작용 모델 사이에 있습니다. 하나는 인지를 상품으로 취급합니다. 마찰 없는 소비를 위해 최적화하죠.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요? 인간의 특별함을 보존합니다. 한계를 만나고 돌파하는 인간 호기심의 건전한 투쟁 말입니다.

매 순간의 선택이 만드는 미래

기술은 우리가 시행하는 한계 내에서 시장 수요를 따릅니다. 진정한 선택은 어디서 일어날까요? 수십억 개의 일상적 순간들에서 일어납니다.

최소한의 인지적 저항의 길을 택할지 결정하는 순간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만듭니다.

더 나은 도구와 더 나은 습관 사이의 긴장, 이것은 결코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각각의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계속 묻습니다. 편의인가 인지인가? 편안함인가 변화를 위한 역량인가?

이번에는 우리가 그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목표가 희생되는 상황을 뜻함)를 미리 볼 수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Doomprompting Is the New Doomscrolling.
The new slot machines of thought — AI’s infinite scroll and the quiet outsourcing of our intention.
Prompting is the new doom-scrolling. | Hannah Power posted on the topic | LinkedIn
Prompting is the new doom-scrolling. We just haven’t realised it yet. You think you’re being productive, But you’re actually stuck in a cycle. It’s time to talk about fake productivity. Because typing into ChatGPT isn’t the same as taking action.→ you opened a doc→ you asked a prompt→ you 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