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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의 전제 조건: 전기 시대와 Electric Tech Stack

AI 혁명의 전제 조건: 전기 시대와 Electric Tech Stack

AI 혁명의 승부처는 AI 모델이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산업 전체(Electric Tech Stack)다.

엔비디아 NVIDIA 칩을 마음껏 못 쓰는 중국이, 왜 AI 경쟁에서 “초조해 보이지” 않을까요?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AI 모델(=두뇌)을 누가 더 잘 만드느냐가 승부다.” 그래서 미국의 빅테크들은 이른바 닫힌 가중치(Closed-weight) 모델, 즉 내부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는 방식에 집중해 왔습니다. 모델 자체가 곧 무기이고, 그 무기를 독점하면 승자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픈 가중치(Open-weight) 모델, 즉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쓰고 튜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에 힘을 싣습니다. 겉으로 보면 “최첨단 칩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공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궁여지책이 아니라, 승부의 무대를 AI 모델 경쟁에서 전기로 움직이는 산업 인프라 경쟁으로 옮기고 있는 셈입니다.

AI는 왜 ‘두뇌’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가

핵심은 간단합니다. AI 모델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로 “일을 하게 만드는” 인프라입니다. 그리고 그 인프라의 언어가 바로 전기(Electric) 입니다. 여기서 아주 좋은 프레임이 하나 있습니다. 원자력 스타트업 발라 아토믹스(Valar Atomics) 창업자 아이제이아 테일러(Isaiah Taylor)가 제시한 프레임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사실 세 가지뿐이다.
1. 에너지(Energy): 일을 할 수 있는 힘(전기, 연료, 전력망)
2. 지능(Intelligence):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능력(AI)
3. 행동(Action): 실제로 물건을 만들고, 움직이고, 현실을 바꾸는 능력(모터, 로봇, 드론, 공장)”

이 셋은 서로 보완재입니다. 지능만 좋아도 에너지가 없으면 못 돌리고, 행동(로봇·제조)이 없으면 세상에 영향을 못 줍니다. AI가 “두뇌”라면, 에너지는 “심장”, 행동은 “근육”입니다. 두뇌만으로는 경기를 할 수 없습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진짜 똑똑한 전략은 ‘보완재’를 지배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략이 갈립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유명한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2002년 조엘 스폴스키(Joel Spolsky)의 주장입니다.

“똑똑한 기업은 자기 제품의 보완재를 상품화(commoditize)하려고 한다(Smart companies try to commoditize their products’ complements.).”

뜻은 간단합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핵심 제품)을 비싸게 팔고 싶다면, 내 제품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주변 요소(보완재)는 싸게 만들거나 흔하게 만들어라”는 겁니다. 그래야 모두가 그 보완재를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 내 핵심 제품이 더 강해집니다. 이 프레임을 AI 경쟁에 그대로 대입하면, 질문이 뒤집힙니다.

  • 미국의 베팅: “지능(AI)을 독점하면 미래를 지배한다.”
  • 중국의 베팅: “지능이 의미 있어지려면, 에너지와 행동이 붙어야 한다.”

즉, 중국은 지능(AI)을 값싸고 흔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비싼 것은 “두뇌”가 아니라, 두뇌를 대량으로 현실에 연결하는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초조해 보이지 않는 진짜 이유

전기 시대(Electric Age)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결국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공급망과 제조 역량이 결정합니다.

이미지 출처: Our World in Data

중국은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 핵심 레이어에서 이미 강합니다.

  • 2010년 무렵 미국 수준을 따라잡은 뒤, 지금은 발전량이 미국의 약 2.5배
  • 전기차 및 ESS의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비중이 매우 큼
  • 모터가 도는 데 필요한 네오디뮴(희토류) 자석 제조가 압도적
  • 전력 전자, 임베디드 컴퓨팅에서도 빠르게 따라오는 중

이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전기차(EV), 드론, 로봇 등 각종 전기 기반 기계, 다시 말해 앞으로 “내연기관 기반” 기계들을 대체할 모든 물리 제품의 핵심 부품과 생산 능력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겁니다. 해마다 배터리, 전기 모터, 전력 전자 같은 부품이 더 싸지고 성능이 좋아지면, “전기로 갈 수 있는 영역”이 계속 넓어집니다. 그럼 “현실 세계의 최첨단 제품”이 점점 더 많이 Made in China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중국은 AI를 ‘상품’이 아니라 ‘비료’로 쓴다

여기서 중국 AI 모델의 오픈 가중치 전략의 퍼즐이 맞춰집니다. 중국이 오픈 가중치 모델을 확산시키면,

  • 개발자와 기업이 더 쉽게 AI를 채택하고,
  • AI 관련 서비스와 앱이 더 빨리 쌓이고,
  • AI 생태계가 넓어지고,
  • 결과적으로 AI가 더 많은 기계(전기차, 드론, 로봇, 공장)속으로 빠르게 들어갑니다.

즉, 중국은 AI를 “비싼 완제품”으로 만들기보다, 전기 스택 위에 깔아버리는 ‘기본재’로 만들려는 겁니다. AI가 흔해질수록, AI가 탑재될 “몸(행동)”과 “심장(전기)”을 가진 쪽이 더 이득을 봅니다. 그래서 중국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지능(=AI)을 풍부하게(cheap & abundant) 만들자.
  • 그러면 지능은 어디로 가겠나?
  • 결국 중국이 강한 영역—전기차, 드론, 로봇, 제조로 흘러 들어온다.
  • 그 결과 “지능이 들어간 물리 제품”의 중심도 중국 쪽으로 온다.

이 관점에서 보면, “최고급 GPU가 부족한데 중국은 왜 여유롭나?”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최고급 칩이 부족해도, 전기 시대의 승부처(에너지+행동)를 쥐고 있으면 지능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중국의 베팅입니다.

한국 정부는 “최고의 AI 모델만 만들면 경제 및 군사 패권을 잡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또한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고, 나아가 미국에는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AI 연구 역량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대량 생산 가능한 제품으로 바꾸는 제조력과 전기 스택이 없다면, 방어선은 얕아집니다. 다시 말해, AI 모델은 시작일 뿐이다. 승부는 전기 스택에서 납니다.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전기 시대

오늘날 길거리를 보면 조용히 달리는 전기자동차, 도심을 누비는 전기 스쿠터, 그리고 하늘을 나는 드론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생활 곳곳에서 전기(Electric)로 구동되는 기계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단순히 새로운 제품 몇 가지가 등장한 정도가 아니라, 이는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친 커다란 전환기의 일부입니다.

바로 모든 것이 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기 시대의 도래입니다. 전기 시대란 우리의 이동 수단, 가정 기기, 산업 장비 등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뀌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20세기 정보 혁명에 견줄 만한 기술 혁신으로,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기 혁명과 현재의 변화

전기가 인류 생활에 처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였습니다. 에디슨의 전구와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 전기 시스템 등으로 첫 번째 전기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 당시 전기는 도시의 밤을 밝히고 공장을 움직이며 가정의 가스등을 전등으로 바꾸는 등 생활을 혁신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동 수단과 중장비의 주 에너지원은 석유 기반의 내연기관이었습니다. 값싼 석유와 강력한 엔진 기술 덕분에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은 오랫동안 연소의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한편 20세기 후반부는 정보 시대로 불리며,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의 부상으로 우리의 관심은 주로 디지털 혁신에 쏠렸습니다. 상대적으로 에너지와 제조 분야의 변화는 더딘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과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서, 다시금 에너지 혁명, 그 중에서도 전기 에너지 중심의 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 전구와 전동기가 불러온 변화에 필적할 만한 두 번째 전기 혁명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핵심은 이전에 화석연료로 하던 일을 이제 전기로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휘발유 대신 배터리로, 집 난방은 보일러 대신 전기 히트펌프로, 공장은 디젤 발전기 대신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요? 우선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전기로 이러한 일들을 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져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몇십 킬로미터 가기도 어려웠고, 가격도 매우 비쌌습니다. 그러나 그 후 수십 년 동안 배터리, 모터, 전력 제어 기술(=전력 전자)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기 시대를 움직이는 네 개의 핵심 기술

새로운 전기 시대를 이끄는 핵심 기술 요소들을 이해해 보겠습니다. 흔히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이라고 부르는 개념입니다. 이는 전기 기반의 기계장치를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네 가지 기술 층(layer)을 가리킵니다. 이 네 가지를 잘 갖추면 자동차부터 드론, 로봇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기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1. 배터리 –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입니다. 전기차나 스마트폰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대표적입니다. 배터리는 일종의 연료통 역할을 하는데,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의 휘발유 탱크가 하던 일을 이제는 배터리가 맡고 있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및 방전을 반복할 수 있어 전기 시대의 심장이라 불릴 만합니다. 1991년 소니(SONY)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상업화한 이래 배터리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가격은 극적으로 내려가, 오늘날 대용량 배터리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기술들의 비용은 1990년대를 기준으로 무려 99%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말 그대로 과거에 1억 원 들던 전기차 부품을 이제는 100만 원으로도 만들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러한 비용 감소와 성능 향상 덕분에, 전기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해마다 급속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 그림: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 변화>

위 두 개의 그래프는 데이터 출처 두 곳의 데이터를 Claude를 통해 병합했으며, 이를 다시 Claude를 통해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상단 그래프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며, 하단 그래프는 1991년 기준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 하락 비율을 담고 있습니다. 2025년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1991년 대비 98.5%가 하락했습니다. 배터리 팩(pack) 가격은 1991년  $7,500/kWh에서 2025년 $108/kWh로 98.5%가 하락했으며, 연간 12.5%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첫 번째 출처(Our World in Data): 1991년부터 2018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 데이터
  • 두 번째 출처(Bloomberg NEF): 2013년부터 2025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 데이터

2. 전기 모터와 자석 – 전기에너지를 움직임(운동력)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모터는 전류와 자기장의 상호 작용(전자기 유도)을 이용해 회전을 만들어냅니다. 쉽게 말해 전류를 흘려 자석을 밀고 당겨서 축을 돌리는 원리입니다. 모터는 전기 시대의 근육에 해당합니다. 전기차에서는 바퀴를 굴리고, 드론에서는 프로펠러를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 전기 모터 자체는 19세기부터 있었지만, 1980년대 후반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 영구자석의 도입으로 전기로 움직임을 만드는 모터의 출력과 효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그 결과 모터 가격도 30여 년 만에 거의 99% 가까이 감소했고, 이는 매년 평균 12.5%씩 꾸준히 가격이 하락한 셈입니다.

< 그림: 전기 모터 가격 변화>

위 그래프 또한 다양한 출처의 자료를 활용하여 Claude로 제작했습니다.

  • 첫 번째 출처(Timothy E. Lipman):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전기 모터 가격 데이터
  • 두 번째 출처(R. Saidu):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전기 모터 가격 데이터
  • 번째 출처(PricePedia):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전기 모터 가격 데이터

3. 전력 전자(Power Electronics) 장치전기의 흐름을 제어하고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모터를 위한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Inverter), 모터의 속도와 출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모터 컨트롤러(전력 제어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원공급장치  등이 모두 전력 전자 기술의 예입니다. 한마디로 전력 전자는 전기 기기의 신경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력 전자는 ‘전기를 얼마나, 언제, 어떻게 쓸지를 지휘하는 교통 신호등’과 같습니다. 배터리(에너지원 → 심장)와 모터(행동장치 → 근육) 사이에서 전기의 흐름을 조절하여 원하는 속도와 힘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이 분야도 지난 수십 년간 혁신이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대 등장한 새로운 전력 반도체인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는 전기를 빠르게 켰다 껐다 해 주는 전력용 전자 스위치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다양한 전력 전자 기술 도입 이후 전력 변환 장치의 비용이 99% 이상 하락했습니다. 예전에는 대형 공장에서나 쓰던 정류기나 인버터가 이제는 전기자동차 한 대에 여러 개씩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되고 저렴해졌습니다.

< 그림: 전력 전자 가격 변화>

주요 앵커 포인트:

  • 1988년: $533/kW (산업용 VFD, LBNL)
  • 1996년: $188/kW (대형 VFD, EPRI)
  • 2011년: $16.1/kW (Prius 인버터, Synthesis Partners)
  • 2017년: $12.8/kW (EV 생산, DOE)
  • 2018년: $5.06/kW (Tesla Model 3, Munro)
  • 2020년: $3.16/kW (Tesla Model Y, Munro)
  • 2024년: $2.00/kW (DOE 목표치 기준)

데이터 출처:

  • LBNL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 1988년 VFD 비용
  • EPRI (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 - 1990년대 대형 드라이브 비용
  • Synthesis Partners - 2011년 Prius 인버터 분석
  • DOE/INL (Department of Energy / Idaho National Laboratory) - EV 사양
  • NREL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 2017년 PV 인버터 벤치마크
  • Munro & Associates - 2018/2020년 Tesla 분해 분석 (teardown)
  • U.S. DRIVE EETT Roadmap - 2017년 EV 제조 비용
  • DOE EDTT - 2025년 인버터 비용 목표

4. 임베디드 컴퓨팅(Embedded Compute, 내장형 컴퓨터 칩) – 전기 기계장치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작은 컴퓨터들입니다. 가전제품이나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나 DSP 등의 칩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 임베디드 칩들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 모터 제어, 각종 센서 신호 처리 등에 쓰여서, 전체 시스템이 똑똑하게 작동하도록 해줍니다. 전기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할 만큼 수십 개 이상의 제어용 반도체 칩이 들어가 있는데, 이 덕분에 전기차나 로봇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임베디드 컴퓨팅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1970년대 계산기와 장난감에 쓰이던 수준에서 이제는 고성능 연산을 실시간 수행하면서도 가격은 거의 공짜에 가까울 만큼 낮아졌습니다.

< 그림: 임베디드 컴퓨팅 가격 변화>

주요 앵커 포인트:

  • 1990-1992: 1993년 기준으로 연간 -35% 역산
  • 1993년: ~$4.00/DMIPS (Microchip PIC16C84)
  • 1997년: ~$1.10/DMIPS (Atmel AT90S1200)
  • 1998년: ~$0.05/DMIPS (TI TMS320C5402 DSP) - 큰 도약
  • 2008년: ~$0.020/DMIPS (ST STM32F103)
  • 2010년: ~$0.010/DMIPS (Cortex-M3 parts from $1)
  • 2017년: ~$0.005/DMIPS (Multiple $1 MCUs)
  • 2019년: ~$0.0015/DMIPS (NXP i.MX RT1170)
  • 2023년: ~$0.0012/DMIPS (ST STM32C0 series)

데이터 출처:

  • Microchip - PIC16C84 공식 가격 ($3.72 @ 10k units, 1993)
  • Atmel/Microchip datasheets - AT90S1200 가격 ($1.65 @ 1k, 1997)
  • Texas Instruments (TI) - TMS320C5402 DSP 제품 문서 (< $5, 100 MIPS, 1998)
  • STMicroelectronics - STM32F103 공식 가격 ($1.68 @ 10k, 2008)
  • STMicroelectronics - STM32C0 series 가격 (Starting at $0.21, 2023)
  • NXP Semiconductors - i.MX RT1170 공식 가격 ($4.48 @ 10k, 2974 DMIPS, 2019)
  • Microprocessor Report - 산업 분석 보고서
  • Jay Carlson's MCU Survey (2017) - 독립적인 MCU 시장 조사
  • ARM - Cortex-M 시리즈 성능 스펙

이 네 가지 요소– 배터리, 모터(자석), 전력 전자, 임베디드 칩 –가 바로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의 구성 요소입니다. 쉽게 말해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기계의 필수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만들 때도 배터리와 전자회로(칩)가 필요하고, 전기자동차를 만들 때도 배터리, 모터, 전력제어 장치와 차량용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자동차, 전화기, 로봇을 만들 때 각각 전혀 다른 기술과 공정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이 전기 기술 스택만 잘 갖추면 다양한 제품을 비교적 쉽게 제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가전업체 샤오미(Xiaomi)는 스마트폰을 만들던 기술과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어, 짧은 시간에 전기차 제조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기 기술 스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전기 기술 스택은 ‘산업’이 아니라 ‘국력’이다

왜 전기 기술 스택에 주목해야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기 기술 스택이 바로 21세기 국방과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철도, 20세기 자동차와 철강, 그리고 20세기 후반기에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열쇠였다면, 21세기에는 배터리, 전기 모터, 전력 전자 기술, 임베디드 컴퓨팅으로 이루어진 전기 기술 스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의 전쟁 양상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소형 드론이 전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되었는데, 이 드론들을 움직이는 힘이 바로 배터리와 전기모터입니다. 2025년 3월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탱크와 포병 전력이 무력화되면서 파괴된 군 장비의 60~70%가 드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만큼 이러한 전기 기술 스택을 자국에서 확보하는 일은 현대전의 승패와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핵심 부품들을 외국에 의존할 경우 유사시에 공급이 끊길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배터리나 모터, 전력 전자 부품을 남에게서 구매해 온다면, 수만 대의 드론을 제때 생산할 수 없고, 전쟁 중에 공급국이 수출을 멈추면 속수무책이 되고 맙니다. 다시 말해 전기 기술 스택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하면 전시에 드론을 비롯한 무기 공급이 막혀 전력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이 기술 스택을 국내에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Kyle Chan

중국 기술 기업들의 겹쳐진 산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도식입니다. 배터리, 전기차, 드론, 로봇, 스마트폰, 반도체, AI 등 다양한 분야에 여러 기업들이 동시에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겹쳐진 산업 구조 속에서 중국의 주요 기업들은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의 핵심 기술부터 이를 활용한 응용 산업까지 폭넓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Xiaomi)는 스마트폰으로 성공을 거둔 뒤 전기차 개발에까지 뛰어들었고, 드론 기업 DJI는 라이다(LiDAR) 센서 분야로 진출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한 BYD는 배터리 제조로 시작하여 이제는 자동차에 드론을 탑재하는 기술까지 선보이고 있으며, 리오토(Li Auto) 같은 신생 전기차 기업도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 바이두(Baidu)는 자체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자율주행차용 AI 기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중국 기업이 배터리, 전기차, 드론, 로봇, 스마트폰 등 여러 분야를 동시에 아우르는 현상이 흔해졌고, 이제는 오히려 한 가지만 하는 기업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활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화웨이(Huawei)입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첨단 반도체 칩 설계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겹쳐진 산업 전략의 정점에 선 만능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 기업들은 전기 기술 스택 전반에 걸쳐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각 분야의 발전이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중국의 BYD 사례는 전기 기술 스택과 수직 통합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배터리 제조사로 출발한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중 하나로 성장하여 사업 영역도 전기버스, 트럭, 기차, 선박까지 넓혔습니다. 심지어 드론 분야 1위 기업인 DJI에 필요한 드론 부품의 절반 이상을 BYD가 공급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었던 비결은 BYD가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철저히 자력으로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 전력 변환 장치는 물론 차량용 반도체 칩과 최종 조립, 그리고 리튬 및 희토류 같은 원자재의 확보 및 정제까지 모든 과정을 이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냅니다. 생산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이룬 덕분에 BYD는 전기 기술 스택의 거의 모든 부분을 중국 내에서 자체 해결하며 탄탄한 경쟁 우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처럼 전기 기술 스택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나 전기 모터 같은 핵심 기술이 애초에 미국이나 일본에서 발명되었지만, 정작 오늘날 이 분야의 생산과 공급망을 주도하는 쪽은 중국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전기 기술 스택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이미 본격화되었습니다. 뒤늦게 중요성을 깨달은 미국과 유럽 등도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는 등 부랴부랴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이 첨단 기술 스택을 선점하는 나라가 21세기 국방과 경제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실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 시대의 장점: 왜 전기가 답인가?

전기로 모든 것을 바꾸는 게 과연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요? 그렇습니다. 우선 환경적 이유가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대신 전기를 사용하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하고 그 전기로 자동차나 공장을 돌리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산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환경만이 전기 시대의 이유는 아닙니다. 전기 제품 자체의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전기 모터는 내연기관보다 구조가 훨씬 단순해서 고장이 덜 나고, 출력 제어가 정밀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내어 강력한 가속 성능을 보여주고, 복잡한 기어변속 없이도 매끄럽게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주행 중 소음과 진동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서 운행 비용(연료비)도 절감됩니다. 실제로 타보면 전기차는 승차감이 조용하고 매끄러워 한 번 경험한 사람은 내연기관 차로 돌아가기 싫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비단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 보트는 매연과 굉음 없이도 고출력을 낼 수 있고, 전기 드론은 모터의 미세한 속도 조절로 바람을 타며 매우 안정적으로 비행합니다. 의료기기인 MRI 역시 강력한 전자석(전기로 작동하는 자석)을 통해 인체 내부를 촬영합니다. 이러한 정밀하고 강력한 제어는 전기 기술 스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기 기술 스택에 의존하는 기계들은 매년 성능이 개선되고 비용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는 해마다 저렴해지고 에너지 밀도는 높아져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모터와 전력 전자 장치는 갈수록 효율이 오르고 있고, 반도체 기술은 말할 것도 없이 빠르게 진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더해집니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단가는 내려가고, 보급이 늘어날수록 기업들은 더 투자하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전기 시대 핵심 기술들의 비용 곡선은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지는 미끄럼틀 모양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기화는 또한 디지털 혁신과의 궁합이 뛰어난 변화입니다. 앞서 임베디드 컴퓨팅에서 언급했듯, 전기 기계에는 필연적으로 전자제어와 소프트웨어가 깊숙이 들어갑니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의 힘을 물리 세계에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분야의 선도 업체인 테슬라는 OTA(Over-The-Air) 기술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성능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면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고 새로운 앱이 깔리는 것처럼, 전기자동차도 바퀴 달린 스마트폰처럼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은 기계적 한계 때문에 이런 유연한 개선이 어려웠지만, 전기차는 처음부터 전자식으로 제어되기 때문에 가능해진 변화입니다. 또한 전기 기기는 데이터 수집네트워크 연결이 용이해 AI 기술과 결합하기도 좋습니다. 전기 시대의 기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업그레이드되고 똑똑해지는 기계가 되는 셈이며, 소프트웨어 혁신의 혜택을 고스란히 물리세계에 전해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처럼 전기 시대가 열리면서, 이를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그리고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산업 패권이 석유와 자동차 산업을 통해 결정되었다면, 21세기의 산업 패권은 전기 기술 스택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 중국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기차에 필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 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모터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90%를 생산합니다. 전력 전자 부품과 차량용 임베디드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여 미국을 따라잡는 중입니다. 그 결과, 전기자동차(EV), 드론, 로봇 등 차세대 전기 제품을 만드는 핵심 공급망의 주도권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편 미국은 지난 수년간 AI 기술 등에 집중해왔지만, 정작 전기를 활용한 제조 역량에서는 뒤처졌다는 위기 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미래 산업의 쌀이라 할 수 있는 전기 기술 스택을 남에게 의존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제와 안보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전기 시대를 준비하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전기 시대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닌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온 거대한 변화의 흐름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미 조용하지만 거대한 혁명이 진행 중이며, 이는 앞으로 수십 년을 관통할 메가트렌드가 될 것입니다. 과거 증기기관과 전기가 산업혁명을 일으켰듯, 오늘날 배터리와 전기 모터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습니다. 경제성이 갖춰지는 대로 거의 모든 분야가 전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기 시대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에너지원의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산업 구조의 재편, 기술 패권의 이동, 그리고 우리 삶의 양식 변화를 수반합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AI,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멋진 미래상도 결국 그 밑바탕에 전기 기술 스택이 깔려 있어야 현실이 됩니다. AI 모델이 아무리 발달해도, 실제 세상에서 움직이고 작동하는 기계(액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잠재력을 온전히 펼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전기 하드웨어 양쪽을 모두 잘하는 나라와 기업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입니다.

이제 "왜 지금이 중요한가"에 대한 답이 분명해집니다. 현재 우리가 맞이한 전환기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개막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전기 기술 스택에 대한 이해와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높은 기술 역량과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이 흐름을 선도할 잠재력이 큽니다. 우리가 부지런히 준비하고 과감하게 도전한다면, 전기 시대의 거대한 물결은 한국 경제와 산업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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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닷 에이아이에서 AI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석사를, 비텐-헤어데케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 연구원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 교수를 거쳐,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및 투자회사 ㈜메디아티의 CEO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 2년간 대통령 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고, 현재는 ‘AI 경제’ 및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기업과 언론에서 강의하고 있다.

『생성 AI 혁명』,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테슬라 폭발적 성장 시나리오』,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알고리즘 사회』 등의 공저자이며, 『당장 써먹는 틱톡 마케팅』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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