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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시대를 놓치면, 산업 전체를 놓친다
전기의 시대를 놓치면, 산업 전체를 놓친다

왜 한국은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가

먼저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의 정치적 행보와 별개로, 기술과 제조업의 방향을 읽는 감각만큼은 분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산업의 시간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전기차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은 전기차(EV)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전기차는 결과일 뿐이고, 핵심은 전기의 시대(Electric Age)입니다. 지금 세계 산업은 아주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 증기를 쓰던 시대 → 내연기관(석유·가스)을 쓰던 시대 → 그리고 이제 전기를 직접 쓰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전환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기차 논쟁은 “환경이냐 아니냐”, “보조금이냐 아니냐” 같은 엉뚱한 싸움으로 흘러갑니다.

Electric Tech Stack: 전기 기술 스택이 산업 인프라가 되는 순간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이란, 전기를 기반으로 한 기술들이 층층이 쌓여 하나의 산업 공통 인프라가 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조금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과거의 기술: 내연기관 중심 세계

내연기관은 다음의 특징을 가졌습니다.

  • 연료를 태워 폭발을 만들고, 그 힘으로 기어를 돌리고, 기계 구조가 복잡하고, 유지·보수가 어렵고, 다른 산업으로 전용하기가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는 자동차, 선박은 선박, 발전소는 발전소였습니다. 산업마다 기술이 달랐습니다.

3대 핵심 부품: 배터리, 모터, 전력 전자

그런데 지난 20~30년 사이, 세 가지 기술이 결정적으로 발전했습니다.

  1. 배터리 → 전기를 작고 가볍게 저장하고, 빠르게 꺼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희토류 기반 전기모터 → 전기로도 강력한 힘(토크)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전력 전자(Power Electronics) → 전압 변환, 전류 제어, 교류 및 직류 변환, 스위칭 등 많은 전기를 아주 빠르고 정밀하게 조절하는 전자 기술이 크게 진화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서, 내연기관이 가졌던 거의 모든 장점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자동차, 드론, 로봇, 가전, 산업기계, 군사용 무기까지 모두 같은 부품 조합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전기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다”

아래 비유가 핵심입니다.

  • 전기차 = 바퀴 달린 스마트폰
  • 드론 = 프로펠러 달린 스마트폰
  • 로봇 = 움직이는 스마트폰

왜냐하면 모두 같은 구성요소를 쓰기 때문입니다.

  • 배터리, 전기모터, 센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즉, 하나의 기술 스택이 모든 산업을 집어삼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입니다.

전기차는 환경 기술이 아니라 우월한 기술이다

여기서 가장 큰 오해가 생깁니다. 전기차를 “환경을 위한 착한 선택”으로 보면 실패합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를 이념의 스펙트럼으로 읽는 건 명백한 오류입니다.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더 나은 기술”로 봐야 합니다.

전기차는

  • 움직이는 부품이 훨씬 적고, 고장이 적으며, 유지비가 낮고,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가속이 빠르고, 소음이 적습니다

이제는 주행거리도 충분하고, 배터리 수명도 길고, 급속 충전도 빠르고, 재활용도 가능하며, 자원 부족 문제도 과장되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승부가 끝났습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25% 이상이 전기차가 되었습니다.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지 출처: Canary Media)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 온다

기술 전환에는 티핑 포인트가 있습니다. 전기차가 늘면 주유소가 줄어듭니다. 주유소가 줄면 내연기관차는 더 불편해집니다. 그 순간 전환 속도는 폭발적으로 빨라집니다. 그래서 내연기관은 어느 날 갑자기 점진적 쇠퇴가 아니라 급격한 퇴장을 맞습니다. 따라서 사라질 기술은 질질 끌지 말고, 속도를 내서 역사로 보내야 합니다.

한국의 과제: ‘잘하고 있다’가 아니라 ‘더 빨라야 한다’

현대자동차 및 기아는 전기차 전환을 상당히 잘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디자인, 성능 모두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각오입니다. 전기차를 “기존 사업의 한 축”으로 보는가, 아니면 “미래 산업 전체의 핵심 인프라”로 보는가, 양자 택일의 문제입니다. 이 두 선택의 차이는 큽니다. 내연기관은, 점점 확장성이 떨어지고, 다른 산업과의 연결성이 낮으며, 전기 기술 스택과 호환되지 않는 고립된 기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왜 전기차를 놓치면, AI, 로봇, 국방까지 위험해지는가

전기차를 만들지 않으면, 단순히 자동차 산업만 뒤처지는 게 아닙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BESS), 드론과 로봇의 핵심 부품, 국방 무기의 필수 요소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배터리, 모터, 전력 전자, 센서, 컴퓨팅)은 AI 데이터센터(BESS), 드론, 로봇, 방산 장비와 거의 동일한 산업 기반입니다. 그래서 전기차 전환이 느리면 배터리, 전력 전자, 모터의 규모와 학습 속도가 떨어지고, 인재 및 공급망이 약해집니다. 그 결과는 자동차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로봇, 드론, AI 인프라, 방산 경쟁력까지 연쇄적으로 약화됩니다. 한마디로, 전기차는 ‘자동차’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입니다.

전기는 환경 의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전기를 환경 문제로 제한해서 볼 것인가, 아니면 산업, 안보, AI, 제조 경쟁력의 핵심으로 볼 것인가에서 양자 택일을 해야 합니다. 내연기관은 사라질 기술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단호하게 보내느냐입니다. 전기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시대를 따라갈 것인가, 놓칠 것인가입니다.

사례로 이해하기: 우주 발사와 제조업 스케일

우주 발사에서 전기차까지, 공통점은 단 하나다

먼저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 이 글은 일론 머스크 개인을 찬양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그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어낸 몇몇 사례는 어떤 국가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예시입니다.

우주 발사,  왜 한 기업이 판을 바꿨을까

과거 우주 발사는 이렇게 생각됐습니다.

  • 국가만 할 수 있는 일, 비용이 매우 비싸고, 발사 한 번에 수천억 원이 드는 사업

그런데 한 민간 기업이 등장해 이 상식을 깨버립니다. 로켓을 재사용하고, 대량 생산하고, 발사 비용을 급격히 낮춥니다. 그 결과는 단순합니다.

  • 발사 횟수 급증하고, 발사 비용이 낮아지고, 관련 기술 축적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우주가 아닙니다. 고난도 제조업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아래 그림을 보십시오. 스페이스X가 없었다면, 중국은 우주 발사 분야에서 미국을 훨씬 앞질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 덕분에 미국이 중국을 한참 뒤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Ken Kirtland IV)

일론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산업, 중국이 잘하는 것과 정확히 겹친다

중국이 지난 20~30년간 집중해온 전략은 단순합니다. 첨단 제조업을 빠르게 키우고, 그 규모를 키우고,
비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드론, 전력 장비 등에 모두 같은 전략이 적용됐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일론 머스크가 초기에 뛰어든 산업도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우주 발사

이것은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입니다. 미래 산업의 공통 기반이 되는 기술에 제조 역량을 얼마나 빨리 집중할 것인가입니다.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은 한 세트다

많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이 생각합니다.

  • 전기차 = 자동차 산업,
  • 배터리 = 화학 산업,
  • 태양광 = 에너지 산업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의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하고, 전기모터는 전기를 힘으로 바꾸고, 전력 전자(Power Electronics)는 전기를 정밀하게 제어합니다.

이 세 가지를 확보한 국가는, 자동차도 만들 수 있고, 드론도 만들 수 있고, 로봇도 만들 수 있고, AI 데이터센터도 운영할 수 있고, 군사 장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산업 전체의 공통 기반입니다. 미래 산업의 승부는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크게 키우느냐’에 있습니다. 전기 기술 스택(Electric Tech Stack)은 이미 승부가 난 방향입니다.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일론 머스크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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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닷 에이아이에서 AI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석사를, 비텐-헤어데케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 연구원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 교수를 거쳐,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및 투자회사 ㈜메디아티의 CEO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 2년간 대통령 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맡았고, 현재는 ‘AI 경제’ 및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기업과 언론에서 강의하고 있다.

『생성 AI 혁명』,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테슬라 폭발적 성장 시나리오』, 『보이스 퍼스트 패러다임』, 『알고리즘 사회』 등의 공저자이며, 『당장 써먹는 틱톡 마케팅』 저자이다.

프로필: www.linkedin.com/in/berlinlog >>
강연문의: berlinlog@mediasp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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