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체임버(Echo Chamber, 반향실)가 인지 편향의 상징어로 등장한 건 대략 2000년대 초반이다. 미국 하버드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자신의 논문, 책 등 일련의 저작을 통해 이 개념을 소개하고 발전시킨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에코 체임버의 이론적 단초는 1995년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가 제공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당시 ‘더 데일리 미’(The Daily Me), 즉 나를 위한 뉴스라는 조어를 만들어내며 맞춤형 정보 포털이 지니는 긍정적 효능에 주목했다. “컴퓨터가 사용자의 기호, 취미, 관심사 등을 사전에 점검해서 수많은 정보 중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해 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도 했다. 심지어 이러한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미래의 뉴스’ 프로젝트를 손수 주도하기까지 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더 데일리 미’가 인류를 양극단으로 쪼개놓는 부정적 인지 효과의 원흉이 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가 에코 체임버라는 메타포를 꺼내들어 부정과 비관의 언어로 치환한 것은 2000년 미국 대선의 사회 분열상 때문이었다. 엘 고어와 부시의 정치적 대결 양상이 이념 집단의 극단적 분화를 초래하자 그 메커니즘을 반향실에 비유한 것이다(Sunstein, C. R. 2001). 이후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미디어로 적용 범위가 확장되며 오늘날 확증편향을 이해하는 학술 용어로 자리를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