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대한 의심과 진정성 이슈

ESG, 위선 혹은 비효율이란 오명: 투자 수익률 저하와 ESG 워싱

최근 몇 년 동안 ESG는 일종의 비즈니스 트렌드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는데요. 주식시장에선 ESG 테마주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ESG가 인기를 끈 배경엔 환경과 기업의 건전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와 사회 불평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며 경제 주체들, 특히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진 건데요. ESG는 이러한 목소리에 대한 기업의 대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anace(거버넌스)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입니다. ESG는 단순히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이상향을 나타내는 관념이 아니라, 각 기업들의 평가지표로 쓰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선 한국ESG기준원에서 매년 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ESG 등급을 평가해 공표합니다.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 그리고 ‘ESG 통합’에 대해 7개 등급(S, A+, A, B+, B, C, D) 중 하나를 매기는데요. 보통 ESG경영이 이뤄진다는 말은, ESG 등급이 우수하다는 말과 동어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ESG는 실효성이 있는가?’를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경기 침체 등을 계기로 ESG를 팻말로 내세운 기업들이 하나 둘씩 위기에 빠지거나, 팻말을 슬그머니 내렸습니다. 이 글에선 ESG와 기업들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이 왜 나왔고, ESG는 지속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ESG에 대한 의심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첫번째 의심은 ‘ESG가 진정 사회정의 실현에 공헌하는가’이고, 두번째는 ‘ESG는 기업의 생산성, 혹은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첫번째는 ESG가 위선적임을, 두번째는 ESG가 비효율적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ESG는 위선적인가?

ⓐ ESG 등급 평가는 신뢰할 수 있나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ESG 평가는 한국ESG기준원에 의해 이뤄집니다. 해외 ESG 지표는 미국의 MSCI ESG, DJSI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평가 기준이 없단 겁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ESG 분석자료 <ESG NEVER SLEEPS>를 발간했습니다.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데이터 제공기관별 ESG 점수 상관계수’입니다.

ⓒSTATE STREET, 신한금융투자

위 사진을 보듯 각 기관별 ESG 평가는 서로 상관관계가 부족합니다. 어느 기업이 높은 ESG 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평가기관이 달라지면 ESG 등급도 크게 바뀔 수 있단 겁니다. 이는 ESG 등급의 신뢰성과 직결됩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를 출범해 ESG 등급의 국제 표준을 논의 중입니다. 흔히 세계 4대 회계법인으로 꼽히는 딜로이트(Deloitte), KPMG, EY, PwC도 세계경제포럼(WEF)과 손을 잡고 ESG 등급 기준을 간소화/표준화 중입니다.

ⓑ ESG 워싱?

ESG가 트렌드가 되며 여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ESG를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이 때문에 ESG는 더 이상 사회공헌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단 지적을 받곤 합니다.

ESG는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용될 뿐만 아니라, 관련 투자 상품을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 실제로 ESG를 실천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를 ‘ESG 워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ESG 워싱은 과장/허위 홍보부터 분식까지 다양하게 이뤄집니다. 월마트는 인조 견직물로 만든 침대 시트, 베개 등을 대나무로 만들었다며 ‘지속가능, 친환경’이라 홍보했습니다. 결국 FTC에게 딱 걸려 허위 광고 혐의로 300만 달러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독일 도이치뱅크 사태가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자산운용사 DWS는 ‘2020년 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 운용 자산 900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을 ESG기준에 따라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DWS의 ESG 부문 본부장이 미국 SEC, 독일 연방금융감독기관에 이를 허위라고 고발했습니다. 압수 수색 결과 DWS는 소규모 투자 자산에만 ESG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 밝혀졌고, 결국 CEO가 사임하게 됐죠.

이러한 워싱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ESG는 점차 신뢰성을 잃어갔습니다. 결국 기업들이 ESG를 꺼린다는 이미지만 생겼습니다. 이는 곧 ‘ESG는 비효율적이다’라는 의심을 낳게 됩니다. ‘ESG=기업들이 회피한다=비효율적인 것’이란 고정관념이 생긴 것입니다.

2. ESG는 비효율적인가?

ⓐ ESG는 ‘독’?

ESG는 사회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무래도 기업은 더 많은 비용을 쓸 것을 요구받게 됩니다. 요즘과 같은 경제 위기 시기에 이런 고비용 지출은 기업의 재정에 부담을 줍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원자재, 원료 공급 문제가 불거지며 ESG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해당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천연가스 사용 비율을 늘렸지만,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로 ‘천연가스 수출 금지’를 시행하며 원료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ESG 경영은 결론적으로 기업의 선택지를 좁히게 됩니다.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하락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안 그런 사례도 굉장히 많습니다만,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ESG=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하락시키는 것’으로 인식돼버렸습니다.

ⓑ ESG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는 ESG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휘하는 영향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재무학회 IF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서 ESG 등급과 주가수익률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를 발견됐습니다. 이는 아직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ESG 지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함을 나타냅니다. 우수한 ESG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에 투자를 철회(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E(환경), S(사회), ESG 통합 등급이 높을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량이 적었는데요. 역시 개인 투자자들은 ESG 등급에(그중에서도 E와 S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삼성자산운용에서도 'G등급이 높으면 배당이익이 크다'는 논리로 ESG를 홍보(?)중입니다. ⓒ삼성자산운용

다만 재밌는 것은 G등급이 높은 기업만큼은 순매수량이 많았습니다. G가 높은 기업은 보통 배당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투자자의 유입을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주식시장에서 ESG등급의 영향을 살펴보면, 여전히 국내에서 ESG는 ‘효율적인 경영에 방해가 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SG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유독 국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위의 조사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투자자들과 달리 ESG등급과 주식 순매수량 사이엔 어떤 방향의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 한가지, E(환경)등급이 높을수록 순매수량이 많다는 것을 빼면 말이죠.

이는 국내 투자자와는 다르게 ESG 등급의 가치를 (주식시장에서의 수익률 측면에서만큼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SG의 가치를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수치만으로 판단할 순 없습니다. ESG는 이름 그대로 기업이 환경, 사회 등 비재무적 요인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단기적인 수익성이 낮다고 해서 ‘ESG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건 지나치게 섣부릅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니,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죠? 노동 시간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앞서 언급한 의제들이 결국 기업 활동의 부정적 외부효과임을 막연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을 텐데요. 이 문제들이 전부 해결되기 전까지는 ESG를 단순히 ‘한때의 유행’,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수작’이라고 치부해선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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