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설립된 타이완 기업 폭스콘(Foxconn)은 애플을 위해 아이폰을 만들고 있는 것-약 70%-으로 유명합니다. 폭스콘은 애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Dell, HP, Intel, IBM, Sony 등 다양한 기업의 디바이스도 생산합니다. 폭스콘은 나아가 다른 기업이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전기자동차를 만들고자 합니다. 폭스콘은 2021년부터 고급 세단, SUV 및 버스 등 전기자동차와 전기버스를 만들어오면서 전기자동차 제조역량을 키워왔습니다. 앞으로 양산할 대표적인 차량은, 폭스콘의 자회사 폭스트론(Foxtron)이 생산하고 있는 모델 D입니다. SUV와 미니밴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스트론’이라는 브랜드 이름은 차량에 붙지 않습니다. 모델 D를 주문한 기업의 브랜드가 부착됩니다.
폭스콘은 애플을 위해 아이폰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폭스콘은 다른 기업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 폭스콘이 선보인 모델 C는 2023년부터 타이완 자동차 기업 Luxgen의 n7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시지요.
폭스콘의 폭스트론은 2025년부터 미국 시장에 모델C를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델 C의 미국 양산을 위해 폭스콘은 2022년 5월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로드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의 생산설비를 인수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자동차 모델 C가 미국에서 어떤 브랜드로 출시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테슬라 모델 Y를 경쟁 상대로 삼고 있으며 주행거리가 500km가 넘는 모델 B도 미국 로드타운 공장에서 2024년 12월 또는 2025년 상반기에 생산됩니다.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로 생산되는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모델 C와 모델 B가 2025년 미국에서 양산되어 미국 브랜드를 달고 판매가 시작됩니다.
모델 U는 중형 전기버스입니다. 한국의 마을버스를 대체하면 딱 좋은 크기입니다. 아쉽게도 Model U에 대한 기술적 세부 정보는 찾지 못했습니다.
폭스트론은 2022년부터 타이완 대중교통 기업을 위해 대형 전기버스 모델 T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버스는 최대 400킬로미터 주행 거리를 자랑하며 타이완 6개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에서도 전기버스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참조하세요.
2010년부터 테슬라에 차량 내부 스크린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폭스콘은 태국과 베트남에서 배터리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자동차용 마이크로칩 생산을 시작합니다. 인도네이사에서도 대규모 배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 자동차 기업 두 곳과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뉴욕타임스 참고).
폭스콘은 2020년 시작하여 2024년 10월 전기자동차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조 플랫폼 MIH(Mobility in Harmony)를 완성했습니다. MIH는 자동차 부품 및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복수의 기업이 결합한 컨소시엄(consortium)입니다. 74개국 2,769개 회원사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Acer, ARM, BASF, 블랙베리, Bosch, Cisco, Continental, Infineon(독일 차량 반도체 기업), Kia, Kyocera, Lenovo, LG Innotek, (미국) 로드타운 모터스, 마이크로소프트, Mitsubishi, Nippon Express, NTT, Oracle, Panasonic, Posco, Salesforce, 삼성 SDI, Siemens, (인도) 타타(Tata), 톰톰(유럽 네비게이션 서비스 기업), ZF 등이 속합니다. 나아가 MIH를 구현한 생산공장도 2023년부터 인도와 태국에서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폭스콘은 MIH를 기반으로 세계 (전기) 자동차 생산구조를 혁신하려 합니다. 반도체 산업에 비유하면 폭스콘은 TSMC와 같은 파운더리가 되고자 합니다. 가정하자면, 네이버 또는 넥슨 또는 쏘카가 자체 디자인한 전기자동차를 폭스콘에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 생산: 모듈화 기반 새로운 분업
폭넓은 공급업체-이른바 1, 2, 3차 벤더-에 기반한 자동차 생산 모듈화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1908년 포드 모델 T 생산 이후 자동차 산업은 분업화를 강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폭스콘의 폭스트론 및 MIH는 새로운 국면을 이야기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첫 째, 시장 관점에서 볼 때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기자동차의 시장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현대 및 기아자동차를 포함하여 내연기관 생산 기업은 지난 수 십년동안 내연기관 및 파워트레인에서 이룬 경이로운 성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부심은 (기술의) 복잡성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전기 모터는 이러한 복잡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복잡성이 적을수록 좋은 것이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생산이 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수 많은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등장한 핵심 이유입니다. 이것이 바로 폭스콘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자동차 산업이 작동하는 기본 논리를 바꾸려는 이유입니다.
둘 째, 이 글에서 우리는 평범한 타이완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TSMC를 제외하면 폭스콘보다 더 현대적인 제조 전문성을 갖춘 기업은 없습니다. 이른바 ‘아이폰 시티’로 불리는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는 약 20만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는 하루에 최대 50만대의 아이폰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가 50만대 양산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폰 제조 능력과 전기자동차 제조 능력을 서로 비교할 필요가 이젠 없습니다. 어쩌면 아이폰 제조 능력이 전기자동차를 앞설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 생산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생산공정의 소프트웨어화라는 점에서 폭스콘은 전통 자동차 기업을 앞서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스콘이 MIH라는 컨소시엄 형태의 글로벌 전기자동차 생산 플랫폼을 출시했다는 점은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17일 The Economist와의 인터뷰에서 폭스콘은 “전기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면 스마트폰처럼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폭스콘은 애플을 위해 아이폰을 생산한 것처럼 MIH 플랫폼에서 다른 브랜드를 위한 맞춤형 전기자동차 모델을 (화이트 라벨 방식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른 브랜드’는 반드시 자동차 기업일 필요가 없습니다. 전기자동차 판매에 관심이 있고 능력이 있는 모든 기업이 해당됩니다. 이는 (전기)자동차 생산 역사에서 새로운 전환점입니다.
이미 중국 샤오미가 SU7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SU7은 샤오미가 생산한 것이 아니라 중국 BAIC가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SU7에는 Infineon, Bosch, Continental, Nvidia 등의 부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화이트 라벨 공급업체로서 폭스콘이 전기자동차 생산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습니다.
가정: 네이버가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면?
가정을 해 볼까요? 네이버가 폭스콘 MIH에 생산을 주문하고 네이버 브랜드로 전기자동차를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죠. 이렇게 생산된 자동차에 언젠가 네이버 지도앱(네비게이션)에 테슬라 FSD를 결합시킬 수 있습니다. 이 때 네이버는 “Intel Inside”처럼 “Tesla (FSD) Inside”라고 밝힐 것입니다. 이것이 테슬라가 생각하는 FSD 라이센스 모델입니다.
폭스콘이 전기자동차 분야로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은 모든 전통 자동차기업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의 고효율 세계에서 새로운 글로벌 플레이어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폭스콘은 생산 공정에서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및 AI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통 자동차기업에게 가장 부족한 역량은 바로 소프트웨어 및 AI 파워입니다. 여기서 시장 공격 기회가 발생합니다. 폭스바겐은 2020년부터 Cariad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자회사로 운영해 왔습니다. 여기에서 일하는 개발자 수가 5,000명을 넘습니다. 그런데도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리비안과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합작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 Xpeng의 대표는 2024년 11월 의미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현재 중국에 존재하는 100여 개가 넘는 자동차 기업 중 앞으로 1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10개 미만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어떤 자동차 기업이 살아남고 어떤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든 상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중국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기업입니다. 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중국 자동차 기업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전기차 기업이 국제적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Xpeng 대표는 두 번째 이유로 폭스콘을 들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때 폭스콘과 같은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전기자동차 제조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스콘은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지만 타이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MIH 플랫폼은 판매 국가 또는 생산 국가에 따라 생산 협력 파트너를 쉽게 바꾸는 것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일까요? 유럽과 미국의 수입 관세에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함입니다. 폭스콘은 이미 인도에 전기자동차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폭스콘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에게 이는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 한국의 새로운 자동차 기업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과 판매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 In-Car 엔터테인먼트에서 풀어낼 수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싶은 기업 등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