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전략 실수: 저가 EV 전략 부재

영국 The Economist가 지난 4월 22일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현단계를 진단하고 중장기 도전과 발전 방향을 진단하는 9개의 분석 기사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이 특집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현대기아차가 범하고 있는 전략 실수를 진단하겠습니다.

먼저 The Economist가 밝힌 몇가지 사실입니다.

  • 신차 시장 양적 규모에 있어 중국 시장은 2009년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 중국은 2022년 자동차 수출에 있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독일을 제쳤습니다.
  • 전기차 시장엔서 시장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때문에 다수 EV 스타트업이 중국, 미국, 유럽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 전체 자동차 판매 수는 2017년 최고점을 찍고 2018년부터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 2017년 최고치는 7,300만 대였습니다. 2022년 세계 자동차 생산은 6,200만 대로 크게 줄었습니다.
  • 중국 자동차 수요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부족 현상은 이를 가속화시켰습니다.
  • 맥킨지(McKinsey) 수요 전망 분석에 따르면 2035년 년간 자동차 판매 수는 (다시) 7,000만 대에서 9,500만 대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시장은 아프리카, 인도,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입니다.
  • 따라서 저가 EV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중국도 곧 도달합니다.
  • 낙관적으로 볼 경우 중국 신차 시장 성장률은 2019년 이후 2.3%입니다. 그 전 성장률은 7.3%였습니다.

요약하면 세계 전체로 볼 때 자동차 시장은 축소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작은 규모지만 성장하는 시장은 저가 자동차가 판매되는 시장입니다.

여기에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BMW,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기업이 2019년 이후 높은 이윤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SUV 등 대형 및 고급 자동차 중심의 생산 및 판매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고급화 전략은 EV 전략에서도 동일합니다. 유럽의 5개 자동차 기업은 2019년 이후 640억 유로라는 막대한 규모의 이윤을 기록했습니다. 고급화 전략은 '적은 수의 차량을 비싸게 판매'하는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및 일본) 자동차 기업의 중국 판매가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Caixin 보도). 이와 동시에 위에서 설명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있고, 세계 자동차 시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적은 양을 판매하는 고급화 전략은 막대한 이윤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경영학 교과서에서는 Disruption Dilemma라고 부릅니다! 내연기관 시장의 고급화는 EV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EV 시장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시장 착시에서 오는 오류입니다. EV 고급화 전략은 자멸로 이르는 길입니다. 유럽 자동차 기업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곳이 바로 현대기아차입니다. SUV 집중 전략, 제네시스 중심 전략, 점점 대형화되는 EV! 전통 내연기관 시장의 고급화와 EV 시장의 대중화를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prompt: "a southeastern street, where there are 6 very small EVs of BYD and at center stands a very big EV of Hyundai Motor, in a sad mode, superrealistic, 4k", credit: 강정수 by midjourney

테슬라 저가 모델 전략과 BYD 등 중국 기업의 기세

EV 시장이 자동차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초기 EV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모델 또는 이윤이 아닙니다. 규모의 경제 효과 또는 양산(ramp-up) 구간에 누가 먼저 도달하는가입니다. 그 과정에서 테슬라처럼 (초기)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거나 또는 중국 기업처럼 내연기관 판매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EV 생산의 초기 적자를 견뎌내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추구해야 합니다. 몇가지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 중국 Wuling은 5,500달러 EV 모델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Rest of World 보도). 2022년 Wuling Air는 8,053대가 팔렸고 현대 아이오닉 5는 1,829대 팔렸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오토바이가 지배하는 시장입니다. 오토바이 시장이 아이오닉 시장으로 바로 전환하지 못합니다.
  • 일런 머스크는 시장 점유율을 위해 (판매) 이윤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파이낸셜타임스 보도). 심지어 판매에서 0 마진도 감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테슬라는 22년까지 20%가 넘는 23년 1/4분기의 경우 18%가 넘는 기록적인 판매 이윤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대량 생산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경기 침체와 높은 이자율이라는 어려운 시장 조건에서도 이 물량을 모두 판매하기 위해서 가격을 할인하겠다데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테슬라의 의지입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차량 판매 이후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이윤을 내고자 하는 전략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네스프레소가 기기 판매에서 이윤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캡슐 판매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과 동일한 꼴입니다. 테슬라는 FSD뿐 아니라 차량 앱스토어에서 수익을 꾀하고 있습니다.
  • 테슬라는 2030년까지 년간 생산량을 1천만대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이른바 모델 2라는 저가 모델 도입도 계획 중입니다.
  • 중국 BYD, Gilly 등도 13,000-16,000달러의 EV를 생산하면서 이윤보다는 시장점유율 다시말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EV 기업은 소프트웨어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장 잘 팔리는 앱은 노래방 앱입니다(The Economist 기사 참조).

아래 글도 참조하세요.

테슬라의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성장 전략: 생산 공정 혁신과 신모델
23년 3월 1일 테슬라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에 다수 언론과 분석가들은 적지 않은 실망을 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저가 모델을 기대했던 테슬라 팬들도 낙담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테슬라 주가도 6%이상 빠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베스터데이 발표를 뜯어보면 테슬라가 전기차 1위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기업 1위로 약진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꼼꼼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과 동남아 시장 그리고 인도 및 남미 시장에 보다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년동안 성숙한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은 매우 타당한 전략입니다. 이 고급화 전략은 신생 시장에 적용하면 이를 Disruption Dilemma라고 합니다. 신생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 점유율을 추구해야 합니다. 1만 달러 수준의 저가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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