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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온라인 게임은 게임 내에 자체 경제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자체 화폐를 사용하고, 자체 재화를 거래하는 식입니다.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은 보통 현실의 경제 시스템을 차용합니다. 따라서 현실 경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똑같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온라인 게임이 물가 문제로 유저들의 불만을 사곤 합니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아예 게임이 망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여러 게임사들이 게임 내 탄탄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선 인게임경제 시스템의 종류와 게임에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 특히 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을 살펴봤습니다.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온라인 게임이 물가 문제로 유저들의 불만을 사곤 합니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아예 게임이 망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여러 게임사들이 게임 내 탄탄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선 인게임경제 시스템의 종류와 게임에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 특히 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을 살펴봤습니다.
인게임 경제를 이루는 5가지 요소
온라인 게임의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크립토 관련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한 게임 경제 디자이너 Boffin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게임 경제는 크게 5가지 요소(Faucet, Inventory, Converter, Sink, Trader)로 구성됩니다.
- Faucet(수도꼭지): 게임 경제에 새로운 자원을 공급해주는 요소. 적을 잡으면 경험치(XP)가 쌓이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거나, 특정 퀘스트를 깨면 보상을 받는 게 바로 Faucet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Faucet은 유저가 게임을 계속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Faucet이 너무 활발하게 일어날 경우 게임 내 자원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습니다.
- Inventory(아이템 보관소): 유저가 아이템을 보관하고 소유하게 해 잉여물을 만드는 요소. 잉여물은 유저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Inventory가 있어야 게임 내 상점이나 거래소가 성립합니다. Inventory가 너무 편하거나 너무 많은 양의 재화를 (후술할 Sink 없이) 보관하게 해줄 경우에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재화가 쌓이게 될 수 있습니다.
- Converter(변환): 재화를 다른 성격의 재화로 변환하는 요소. 아이템을 여럿 모아 더 좋은 아이템으로 강화하거나 다른 아이템으로 바꾸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축적된 잉여물로 추가적인 생산을 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Converter 기능이 너무 뛰어나서 모든 아이템의 성능이 좋아질 경우 인게임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 Sink(소각): 게임 경제 속 재화를 제거하는 요소. 일종의 비용이라고 볼 수 있는, Faucet과 정반대 개념입니다. 아이템을 여러 번 사용하면 사라진다거나, 특정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식입니다.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막아주는 요소인 동시에 유저가 계속 게임 내 재화를 쌓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Sink가 없다면 게임 내에서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고, 반대로 Sink가 너무 자주 일어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른바 PK(플레이어 킬링: 다른 유저를 공격해 죽이는 것) 기능이 Sink 요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PK 당한 유저의 재화나 화폐를 Sink하거나, PK를 행한 유저가 해당 재화나 화폐를 가져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 Trader(거래): 재화와 재화, 재화와 화폐 간 교환을 뜻하는 요소. 게임 내 시장을 만들고,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게임 내 Trader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게임의 경제는 위 5개 요소로 굴러갑니다. 하지만 각 요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유저의 수와 유저 간 거래의 자유도 등에 따라 게임 내 경제는 다른 단계에 놓입니다.
경제 단계별 물가 문제
실물경제의 요소를 일부 차용한 만큼, 인게임 경제 역시 현실의 경제 단계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크게 '수렵채집-자유방입주의-혼합' 경제로 분류해봤습니다.
- 수렵채집 경제
수렵채집경제는 농경사회 이전의 자급자족 경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1997년 런칭한 <울티마 온라인>입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MMORPG의 개념을 만든 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극초기 인게임 경제 시스템을 선보인 게임입니다. 광부, 목수, 요리사 등 직업에 따라 다른 재화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유저 간 거래도 가능하지만, 거래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풍요로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기에 꽤나 이상적인 경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 자유방임주의 경제
본격적으로 유저 간 거래를 활성화시킨 시스템입니다. <리니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저는 상점 기능이나 NPC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기존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다른 유저와 거래할 수 있는 건 물론, 다른 유저와 결투를 통해 재화를 뺏어올 수도 있습니다. - 혼합 경제
인게임 경제가 게임 플레이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아예 인게임 경제를 게임의 핵심 컨셉으로 삼는 게임도 나타났습니다. 2001년 런칭한 <거상>과 2004년 런칭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면서 게임사가 인게임 경제에 개입하는 정도도 높아졌습니다. 그 전까지 '퀘스트'는 주로 (성능이 그리 좋지 않은)아이템이나 경험치를 주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퀘스트가 화폐와 고성능 아이템을 주는 빈도가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세 단계 중 무엇이 더 우월한 단계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게임마다 적합한 BM과 시스템이 있기에 게임의 특성에 따라 다른 인게임 경제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 단계 모두 서로 다른 이유로 인해 물가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각 단계별 발생하는 물가 문제와 해결 방법입니다.
- 수렵채집 경제
문제: 수렵채집 경제를 채택한 게임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력을 통해 채집과 생산을 하면 무한정 재화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티마 온라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Faucet과 Inventory 기능은 활발했으나 Sink나 Trader 요소가 딱히 없었기에 유저들이 소유한 화폐와 재화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PK를 금지시키며 Sink 요소를 없애며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고, 점차 유저들의 외면을 받게 됐습니다.
해결법: Sink와 Trader 요소를 강화합니다. 적절한 PK 기능을 추가하거나, 유저가 다양한 재화를 보유하게 만들 유인을 제공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게임에선 Inventory에 제약을 둔 후, Inventory의 제약을 없애는 Converter를 수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Trader가 필요하게끔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자유방임주의 경제
문제: 지나친 자유방임은 신규 유저의 진입을 막거나 일부 유저가 게임 내 재화를 독점하게 만듦으로써 인게임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리니지>의 경우 '바츠 해방전쟁'이라고 불리는, 재화를 둘러싼 유저 간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경제 시스템이 망가지기도 했는데요. 실력이 뛰어나고 보유한 아이템의 성능이 우수한 유저들이 Faucet 요소를 독점하며 일부 유저를 제외한 유저들이 느끼는 물가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입니다.
자유방입주의 경제 시스템 아래에선 아이템의 거래나 보유에 제한이 거의 없기에 '머드플레이션(MUDflation: 지속적으로 화폐가 쌓이며 시장에서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경우)'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Faucet에 비해 Sink가 부족하면서, 아이템 간 상하관계가 뚜렷할 경우에 모든 유저가 최상급 아이템만 가지려하며 생기는 문제인데요. 이 경우 극소수의 최상급 아이템의 가격만 극심하게 치솟고, 다른 아이템은 외면받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결법: Faucet의 원천을 다양화하고 유저의 성격에 따라 각 원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해야 합니다. 즉,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깨야합니다. 서버를 다양화하거나 유저 레벨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장소나 보유할 수 있는 아이템과 화폐의 정도에 제한을 둘 수도 있습니다. <이카루스>의 경우 '활력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게임 플레이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얻을 수 있는 경험치나 재화의 양을 줄어들게 함으로써 유저의 독점 욕구를 억누른 경우도 있습니다.
머드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선 Converter 요소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강화 확률을 아이템마다 다르게 설정하거나, 수요가 적은 아이템을 여럿 보유할 경우 얻게 되는 이득을 강화하는 식으로 머드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 혼합 경제
문제: 혼합 경제를 채택한 게임의 경우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인게임 경제에 개입합니다. 문제는 게임사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즉 게임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에 개입할 수 있단 건데요. 의도적으로 계속해서 더 좋은 아이템을 출시하거나 Sink를 강화해 유저가 계속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FC온라인>의 경우, 주기적인 Faucet을 통해 최고 성능의 아이템을 출시함으로써 이전에 출시된 아이템의 상대적인 가치를 Sink합니다.
해결법: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 시스템이 유저의 UX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입니다. 아이템의 성능보다 유저의 숙련도가 더 중요하게 만드는 게 하나의 예시인데요. 이 경우 오히려 유저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수 있고, 게임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단 부작용이 있습니다. 둘째는 Trader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유저 간 거래를 더 쉽게 만들거나, Trader를 유저의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 카테고리화한 뒤 카테고리 간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모든 유저가 최고성능 아이템을 원하지만, 실제로 구매 의사가 있진 않습니다. 모든 유저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대다수 게임이 '티어(Tier)' 시스템을 갖춘 것도 유저마다 경쟁 상대를 특정함으로써 티어마다 필요한 재화의 종류를 다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른바 고수들은 다른 고수를 이기기 위해 최고성능 아이템이 필요할 확률이 높지만, 초보는 다른 초보를 이기기 위해 반드시 최고성능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초보일수록 애초에 낮은 성능의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경쟁 상대보다 좋은 아이템만 가지면 되기 때문에 최고성능 아이템이 출시돼도 기존 아이템을 여전히 거래하고자 하는 유저들이 존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Sink의 기능을 약화하고 Trader의 기능을 강화해 인게임 물가문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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