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뇌를 닮아가는가’를 마쳤다.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의 구분, 연결주의와 계산주의의 공학 전통, 분할 후 정복이라는 인공지능 개발 메커니즘, 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 하나하나가 쉬운 것 없는 내용들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개괄서로서 매력적이다. 저자는 철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면서도 결론은 기술주의, 기술결정론으로 흐른다. 그 스스로가 공학도여서리라. 예를 들면 이렇다.

“레이 커즈와일 같은 기술주의자들의 특이점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인공 지능의 성능을 높여보려고 하는 것도 이들 기술주의자들이다.” (p.229)

레즈 커즈와일의 무책임하면서도 위험스런 발언에 대해선 대체로 침묵한다.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지, 그것이 가져올 미래와 사회적 영향에 대해선 ‘공학자들이 고민할 거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오해 여지를 남긴다. 간간히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적 논의를 언급하고 있지만 깊지 않다. 반대로 철학자들의 인공지능 개괄서였다면 기술공학적 메커니즘은 빈칸으로 남아있어 설득력이 떨어졌을지도.

일론 머스크와 스티븐 호킹마저도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인공지능 논의. 이제 인문학, 사회과학자들이 여기에 답을 내놓을 차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