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 줄 요약!
1.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하며 크립토 산업의 확장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2. 우리나라도 크립토를 제도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무척 낮습니다.
3. 크립토로 인해 금융시스템은 크게 바뀌겠지만, 크립토가 국제적인 법정화폐로 인정 받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1개의 뉴욕 증시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죠? 크립토 대장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이 탄생 15년 만에 정식 투자 종목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그와 관련해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지난 한 달 동안 크립토 업계를 둘러싼 이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지난 23일,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미국 하원 의원이 메타의 크립토 관련 특허 신청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워터스 의원은 크립토 회의론자로 알려진 만큼, 메타의 참여로 크립토 산업이 확대될 것을 걱정한 것입니다.
  • 지난 11일, SEC는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등 11개 발행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습니다.
  • 현물 ETF 승인 당일인 11일, 비트코인은 한국 기준 6670만 원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23일 기준) 5500만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 지난 8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크립토와 같은 탈중앙화 금융의 장단점을 논의하고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 작년 12월 28일 미국 연방 법원이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의 증권법 위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사기 혐의 재판 기일이 오는 3월 25일로 연기된 와중에 테라폼랩스는 21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현물보다 선물을 먼저 승인한 이유는?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선물 상품이 기관의 승인을 받은 지는 꽤 됐습니다.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됐습니다.

선물 ETF가 먼저 상장된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시장조작위험이 작기 때문입니다. 현물 ETF 거래가 기초상품인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선물 ETF 거래가 그것에 미치는 영향보다 큰데요. 물론 선물 ETF도 현물 시장에 꽤 큰 영향을 주긴 합니다.

둘째는 유동성입니다. ETF는 일일 변동을 추종하는 동시에 일일 상환이 가능해야 합니다. 따라서 충분한 유동성을 갖춰야 하는데요. 크립토는 변동성이 커서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지만, 역시나 현물에 비해선 선물 시장의 유동성 관리가 쉽기에 현물에 앞서 선물 ETF가 허용된 듯합니다.

마지막은 보관의 용이성입니다. 선물은 직접 현물 비트코인을 보관할 필요가 없지만, 현물 투자 ETF는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을 매수해 보관해야 하는 만큼 사이버 보안에 대한 대비책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서 인지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왔습니다. 정당성도 부족하고 가만히 둬도 위험하니 제도권 안에 두고 관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후 작년 8월 그레이스케일이 SEC의 현물 ETF 규제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고, 그 여파로 지난 11일엔 현물 ETF도 뉴욕 증시에 상장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 중개는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을 따라 현물 ETF 투자를 준비하던 금융계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현물 ETF를 금지할까요?

금융위는 현물 ETF 허용 시 금융사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17일 한국거래소 토론회에서 “크립토는 가격 변동성이 무척 커서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법상 크립토는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현물 ETF를 승인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미루는 건 일종의 '쇄국정책'으로,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결정이란 것이죠. 금융위가 문제시한 '변동성'에 대한 반박도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 기준 국내에서 거래된 크립토의 평균 가격 변동률은 65%에 달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강력한 보호를 받으면서도 40% 내외의 변동성을 기록한단 걸 고려하면 제도권 안에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할 거란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2004년 금 ETF가 나온 뒤 금 관련 거래와 투자 상품이 보편화된 것처럼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으로 크립토의 세계적 수요가 폭증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크립토 산업을 제도화해 글로벌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짜 화폐' 선 그었다?

반면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역설적으로 '크립토는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단 시각도 많습니다. 크립토가 기존의 금융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존 금융계가 크립토를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흡수한 꼴이란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안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크립토의 법정화폐 인정 가능성을 부정하던 금융기관들입니다. IMF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크립토가 화폐로 인정되면 통화 정책이 무용해질 뿐더러 금융 범죄가 난무하고 과세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BDC, 크립토 대체할까

각국 금융기관은 위와 같은 걱정을 없애고자 크립토를 대체할 화폐를 개발 중입니다. 바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인데요. CBDC는 일종의 모바일 화폐로, 달러, 위안 등 다양한 화폐 단위를 CBDC로 환전한 뒤 모바일로 결제나 송금하면 됩니다.

CBDC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화폐입니다. 가치 변동성이 무척 큰 크립토와 달리 CBDC는 액면가가 고정됐으며, CBDC를 이용한 모든 거래는 중앙은행 전산망에 기록되므로 범죄에 악용하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귀금속이 여전히 화폐로 사용되듯이 CBDC가 생겼다고 해서 크립토가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특히 달러 가치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처럼 법정화폐와 연결된 크립토가 발전할수록 크립토의 소멸 가능성은 옅어집니다.

반등 기다리는 비트코인

한편,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현물 ETF 승인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차익 실현 매물이 급증한 악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크립토 업계는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와 반감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인데요.

크립토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준이 예상대로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한다면 크립토와 같은 위험자산의 상대적인 수익률과 투자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4월 22일에 있을 비트코인 반감기를 향한 기대감도 큽니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제한된 탓에 약 4년을 주기로 채굴에 따른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요. 이번 반감기에는 보상이 6.25개에서 3.125개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보상이 줄어들면 시장에 풀리는 비트코인 수가 줄어들어 가격은 높아집니다. 가장 최근 반감기였던 2020년 5월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8500달러에서 수직 상승해 11개월 만에 6만 47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모건스탠리 "크립토가 금융 시스템 재편할 것"

비트코인을 비롯한 크립토가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할 거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22일(현지 시간)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등 크립토 발전이 금융 시스템을 재편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1월 8일 기준, 비트코인 시총은 9210억 달러였습니다. IMF의 2024년 국가별 명목 GDP 조사에 따르면, 이는 스위스의 GDP(9770억 달러)보다 살짝 적고 폴란드(8800억 달러), 대만(7910억 달러)의 GDP보다 많은 금액인데요. 엘살바도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들도 있을 만큼 크립토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