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의 금융업계 진출이 활발합니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 서비스를 넘어서, 송금·투자·저축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은행의 역할을 넘보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등 다른 글로벌 빅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의 핀테크화가 눈에 띕니다. 2022년,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매출액은 각각 1조 2500억원과 52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빅테크 진출로 인해 금융업계엔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자사가 가진 플랫폼을 무기로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때문에 플랫폼 상 노출되는 금융 서비스의 우선 순위나 추천 방식이 플랫폼을 소유한 빅테크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즉,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플랫폼 기업은 빠르게 금융업을 장악하고 있고, 이를 '불공정 거래'로 보는 시선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 글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례를 중점으로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과, 빅테크의 핀테크화가 금융업계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리스크를 살펴봅니다.
빅테크 금융업 진출 배경
① 팬데믹
핀테크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크게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됐고, 수많은 산업이 디지털 전환을 맞이했습니다. 금융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등 비대면 결제 서비스의 사용량이 급증했습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뱅킹의 활성화도 팬데믹 시기에 촉진됐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핀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6.2%에서 2022년 66.6%까지 증가했습니다. 결제규모는 더욱 빠르게 증가해, 3년만에 143% 증가했습니다.
② 고금리
금리 인상도 빅테크의 핀테크화를 촉진했습니다. 금리 인상은 기존 은행의 이자이익을 늘려줬습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른 예금 금리 상승폭보다 대출 금리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인데요. 카카오뱅크 등 일부 핀테크는 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제시했습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6월, 카카오뱅크의 평균금리는 3.67%로, 5대 시중은행 평균금리인 3.22%보다 0.45%p나 높았습니다. 게다가 1~6등급까지의 모든 신용등급 구간에서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제시했습니다. 저신용등급(7~10등급)의 대출은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핀테크는 고신용자를 대상으로만 보수적인 대출을 진행했는데요. 중저신용자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를 지시하는 동시에 금리를 올리자, 중저신용자 대출 리스크를 고려해서 여타 시중은행보다도 높은 대출금리를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오히려 핀테크의 수익성을 높여줬습니다. 소비자층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면서, 빅테크들이 더 적극적으로 금융업계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네이버-카카오, 국내 핀테크 현황
국내 핀테크를 주도하는 빅테크는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입니다. 네이버는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네이버페이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약 140만 명입니다. 삼성페이(1,600만명), 카카오페이(360만명)에 비해선 한참 적지만,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수익성 기준으로는 경쟁자를 압도합니다. 카카오페이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네이버는 매년 500억원을 넘는 순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거래와 뱅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거래 분야에서 경쟁자들을 완전히 압도하는데, '기프트콘'을 주고 받게 하는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으로만 연간 5조 원 수준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실적이 그리 좋진 않지만,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면서 장기적인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잔액 기준, 카카오뱅크는 전체 은행 대출 시장 점유율 1%를 달성했습니다. 신규 취급액은 올해 2분기 3조 5,29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45%나 증가하면서 전체 은행 신규 취급액 중 7.1%를 기록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례를 볼 때 플랫폼 기업은 결제 시장 진출이 매우 유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은행 등 다른 금융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은행업에 진출하진 않았으나, 대출비교 서비스와 보험을 출시하면서 슬금슬금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빅테크 핀테크화의 긍정적 영향
빅테크의 핀테크화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내용은 한국은행이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 금융 분권화와 안정성 강화
핀테크 확산은 금융시장 경쟁자 증가로 이어집니다. 자연스럽게 금융 상품이 다양해지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금융 상품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핀테크 발전으로 편의성과 효율성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금융 거래 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Zamani · Giaglis, 2018)에 따르면 핀테크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기존의 금융 거래 시스템에 분권화를 가져옵니다. 금융 거래의 분권화는 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충격을 완화시켜줍니다. 블록체인 뿐만 아니라 AI,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 활용은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금융 분권화에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Weller · Zulfigar, 2013)도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주도하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금융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소비자 친화적
빅테크가 금융업계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플랫폼 덕분인데요. 플랫폼을 통한 금융 거래는, 전통적인 금융 거래 방식보다 훨씬 쉽고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기반의 핀테크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더 많이, 빠르게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거래 상대방과의 소통 능력도 향상시켜줍니다(Liberti · Peterson, 2019).

- 보안 강화
핀테크의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에 따라 사이버 보안 역량이 강화됩니다.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은행 해킹은 자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은행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빅테크와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와 복원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은행을 대신해 금융권을 향한 사이버 공격을 막아줄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 리스크와 규제
그러나 위의 장점들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선 다양한 제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빅테크의 핀테크화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모기업 리스크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뱅크는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빅테크의 금융계열사입니다.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테크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금융업계와 무관하게 일어난 테크 산업의 악재가 빅테크의 금융계열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금융안정성의 저하입니다. 앞서 언급된 장점(금융안정성 강화)와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융업 경쟁자 증가가 금융 상품의 다양성과 소비자 편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나, 경쟁이 지나치게 심해질 경우 기존 금융 기관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폭락할 수 있습니다. 이에 기존 금융 기관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면 금융 시장 전체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을 활용한 불공정 경쟁입니다. 빅테크가 금융상품을 출시한다면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금융상품을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노출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과거 쇼핑, 택시 사업 등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불공정 경쟁을 한 전력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허점들로 인해, 빅테크의 핀테크화에 제동을 걸기 위한 규제들이 여러 차례 제시됐습니다.
우선 2021년 개정된 '금융소비자법'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의 금융상풍 추천 서비스도 광고가 아닌 중개행위로 구분됩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중개 관련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추천 서비스는 위법행위입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의 보험상품중개 서비스, 네이버파이낸셜의 보험대리 서비스 등이 반강제적으로 종료됐습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핀테크라고 해도 금융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금융업에 종사할 자격을 증명하라는 여론이 반영됐습니다.
미국과 EU의 빅테크 규제를 참고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국은 2022년 ‘온라인 선택과 혁신 법안’을 통과하며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빅테크가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경쟁사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인앱결제 금지 법안’ 역시 빅테크가 플랫폼을 통해 불공정하게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입니다.

EU는 ‘디지털 시장법(DMA)’이라는 강력한 규제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애플,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 MS가 자사 플랫폼을 우선시하거나 개인 정보를 남용할 경우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심할 경우 유럽 내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위의 규제들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빅테크의 핀테크화는 분명 금융 불안정성과 불공정 경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기에 안정성과 공정성을 보장해 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빅테크의 핀테크화가 가진 편의성과 기술 혁신이란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빅테크가 가진 시장 지배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