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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비치는 이렇게 운을 뜬다.

“우리가 진정 디지털이다라고 한다면 이런 존재의 실제 형식은 소프트웨어에서 오는 것이다”

디지털은 여전히 막연하다. 존재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정의가 애매하다. 아날로그에 대칭되는 추상적 관념에 머무른다. 그래서 두껑을 열어봐야 한다. 디지털의 뚜껑을 열면 그 내부엔 온통 코드로 가득차있다. 하지만 코드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 코드는 알고리즘으로 표화되고, 인터페이스로 구현돼있다. 그것이 뭉치고 뭉쳐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구조를 이룬다. 그리고 데이터가 자동차의 가솔린처럼 수시로 주입되고 빠져나간다.

그것을 관찰한 이는 이렇게 정의한다.

“디지털 미디어 같은 것은 없다. -중략- 디지털 미디어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술,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인터페이스 관습 및 은유 등의 점진적 발전 및 축적의 구조다”(레프 마노비치,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 198페이지)

디지털 퍼스트는 또한 모호하다. 소프트웨어화라고 하면 명징해진다. 소프트웨어화는 축적의 구조다. 엄밀하게 말하면 문화적, 사회적 축적의 구조다. 미디어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실체는 소프트웨어이고 그것의 누적과 구성물이 미디어다. 그래서 이재현이 분류한 것처럼 미디어는 사회적 소프트웨어다. 디지털 퍼스트는 그래서 소프트웨어화를 강조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