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위한 버티컬 디바이스는 불가능할까? 가끔 이런 허황된 상상을 한다. ‘뉴스를 위한 전용(or 범용? 활용?) 기기의 등장은 필연이지 않을까?‘. ‘뉴스만을 위한‘이 될지, ’뉴스 등을 위한’이 될지 선뜻 답변하긴 어렵지만 따지면 그리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정체가 무엇이든 AI 스피커의 흥행과 바람은 왜 디지털 콘텐츠가 다시 물질성과 결합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다.

왜 재물질화인가

‘디지털화‘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물질성의 분리를 통한 정보의 코드화, 비트화다. 말만 어려울 뿐이다. 쉽게 설명하면, 여기에 신문이 있다고 가정하자. 신문을 해체하면 기사와 종이, 편집체계가 남는다. 빈 종이 위에 뉴스라는 내용이, 편집 레이아웃과 폰트 등의 질서체계를 갖고 결합된 형태가 바로 신문인 것이다.

디지털화는 신문에 결합된 3개의 결합 방식을 해체하고 분리시켰다. 인터넷신문을 떠올려보면 금새 이해할 수 있다. 신문에서 떨어져나간 내용(뉴스)은 비물질성의 공간인 웹 위에 코드의 형태로 재현됐다. 이 과정에서 레이아웃과 같은 편집의 논리적 질서체계는 사라졌고, 신문이라는 물질성도 제거됐다. 신문 등에서 떨어져나온 뉴스는 웹이라는 공간에, 그에 적합한 새로운 논리체계를 갖고 다시금 재배열됐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벤클러(Benkler, 2010)의 3가지 미디어 레이어 프레임을 빌려온 것이다. 벤클러는 정보의 생산과 교환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3가지의 구성 요소로 분류했다. ▲물리적 하부구조(인프라) 레이어 ▲논리적 하부구조 레이어 ▲콘텐츠 레이어가 그것이다. 그의 3층 레이어 구조는 각 구조별로 제도에 제약을 받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를 확장하면 미디어의 주요 구성 요소로 전환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의 레이어 구조를 신문에 대입하면 물리적 하부구조는 종이고 논리적 하부구조는 편집의 구조와 질서(편집 구성의 프로토콜)다. 콘텐츠 레이어는 기사, 즉 뉴스라고 할 수 있다. 신문이라는 상품은 이러한 3가지의 레이어가 결합하면서 상품화됐고 독자들에게 판매됐다. 다만, 판매에는 배달이라는 서비스 레이어가 추가로 관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