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봤습니다. 바비와 달리 오펜하이머를 보려는 관객이 팝콘을 들고 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바벤하이머(Barbenheimer) 현상은 한국엔 없었습니다. 바비는 인형에 관한 인디 감독의 메타 코미디이며,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발명가에 대한 3시간짜리 드라마로, 일부는 흑백으로 촬영되었습니다. 바비는 한국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없었던 영화지만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역대 최대 규모의 개봉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3년 가장 성공적인 실사 영화가 될 것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전기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플래시부터 인디아나 존스까지 헐리우드 대다수 영화가 (재정적으로) 실패한 것과 비교하면 바벤하이머의 성공은 더 돋보입니다. 어떻게 이 성공이 가능했을까요? 인터넷이 중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의 효과를 단기적으로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우리는 트위터-이제는 X-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인터넷의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로 바꾸고 싶습니다. 바벤하이머는 트위터에서 탄생했지만, 실제로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왓츠앱을 통해 유명해졌습니다. 미국에서 오펜하이머가 바비가 매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첫 주말에 500만 달러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밈 현상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망한 바비 팬들은 미션 임파서블 7을 보러 갈 수도 있었지만, 원자폭탄에 대한 3시간짜리 드라마를 선택했습니다.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공통점은 딱 두가지 뿐입니다. 두 영화 모두 매우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입니다. 바비는 훌륭하지만 제겐 큰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순위가 반대인 분들도 이해합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컴퓨터로 생성된 장면, 이른바 CG의 범람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올해 3억 명의 관객을 동원한 슈퍼히어로 영화 플래시(The Flash)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보여줍니다(아래 영상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