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로켓리서치랩에서는 매달 한국 유튜브 상위권 250개 채널의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20년 2월 동향을 보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신규로 진입한 채널이 아예 하나도 없는 것.
그간 추이를 보면 매달 적게는 대여섯, 많게는 수십개 채널이 빠지고 새로 들어오는 등 변화가 나름 있었다. 그런데 최근 6개월 사이 조금씩 움직임이 약해지는가 싶더니 2월에는 새로운 채널 진입이 없었다. 일부가 밀려나면서 새로 진입한 채널이 서너개 있지만 모두 이전에 순위권내에 있었는데 빠졌다가 다시 들어온 채널이어서 신규진입이 아니다.
국내에서 유튜브 붐이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2017년 무렵으로 보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거기다 2018년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정책변경과 함께 기업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콘텐츠마케팅에 주력하다가 유튜브로 선회하면서 더욱 유튜브 붐이 가속화됐다. 2019년은 이렇게 개인과 기업 단위의 다양한 채널들이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수없이 등장하고 성장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연예인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시장내 전체적인 신규진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셈.
그런데 구독자가 최소 110만명을 웃도는 상위 250위권에 한정된 움직임이긴 하지만 신규진입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유튜브도 성숙했고 포화된 레드오션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짐작되는 것이다. 대조적 풍경이다.
평균 콘텐츠 업로드양은 지난 달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평균 조회수는 전체적으로 전월대비 소폭(1,000만 View) 증가했다. 조회수와 관계없이 평균 구독자 증가율은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방탄소년단, 한국 유튜브 점령하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들은 제법 있다.
방탄소년단 컴백과 함께 빅히트 채널이 1위로 등극했다. 6개월동안 TOP 1위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BLACKPINK'가 'Big Hit Labels'에게 자리를 내준 것. 방탄소년단의 정규 4집 앨범 발매와 함께 6편의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됐고 전월 대비 구독자는 180만 명이 증가해 3,360만명대가 됐다. 2위 블랙핑크와는 10만명 남짓한 차이다.
참고로 3위가 방탄TV(구독자 2,600만명)이고 4위가 SMTOWN(2,150만명)이다. 방탄소년단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5위는 1Million Dance Studio(1,900만명)로 대형기획사가 아닌, 가장 큰 채널이다.
먹방 유튜버들의 글로벌 성장
또 하나의 눈길 끄는 움직임은 먹방(MUKBANG)의 강세다.
쏘영과 홍유, 햄지, 푸메 등 여성 먹방 유튜버 4인방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지난해 10월, 쏘영과 홍유가 구독자 1백10만명 안팎의 규모로 상위권(230위대)에 처음 진입한 이래 매달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늘여가며 순위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햄지가 11월, 푸메가 12월에 상위권으로 합류하며 4인방 체제가 형성됐다. (비슷한 규모로 성장한 여성먹방 유튜버 ‘쯔양’도 있는데 쯔양은 국가 표기를 한국으로 하지 않고 비워 둬 산정되지 않음)
2월말기준, 쏘영은 전월대비 41만명이 늘어난 291만명의 구독자를 기록하며 71위를 차지했다. 홍유 또한 전월대비 42만명이 늘어난 231만명, 햄지는 31만명이 늘어나서 219만명, 푸메는 19만명이 늘어나 174만명 수준이 됐다.
여성 유튜버들의 먹방 채널이 이렇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뭘까.
우선 ‘먹방’을 창조해낸 원조국답게 콘텐츠 포맷을 적절하게 잘 만들어내서 시청의 재미를 한껏 높였다. 4개 채널 공통적인 포맷상 특징이 있는데 바로 ASMR이다. 음식의 소재와 소리에 집중하는 먹방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이런 포맷은 언어의 제약을 뛰어넘기가 좋아 콘텐츠 진입장벽이 낮고 세계 각 국의 다양한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하게 만든다. 글로벌 이용자 유입이 많아서 채널 성장이 빠른 걸로 이해가 된다. 이들은 1달 동안 평균 13개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영어제목과 자막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293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쏘영은 무려 11개 언어로 자막을 서비스 하고 있다.
아울러 먹방의 대표채널로 인식되어온 기존의 ‘벤츠’ 채널처럼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면서 절대적인 섭취량도 많은 ‘대식가’의 면모를 보이는 건 기본이다.
여성먹방이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가운데 남성먹방 유튜버 ‘이공삼’도 요즘 핫한 채널이다. 트러플 짜파게티와 양념치킨 먹방 영상으로 1,6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한국 유튜브의 안정세와 OTT 성장 전망
2월 순위 변화 중 ‘재진입’ 채널들과 리스트에서 탈락한 채널들을 살펴보자. 재진입한 채널들로는 ‘5분 트릭스’와 ‘내쇼널지오그래픽’가 있다. 또 국가를 '한국'으로 변경하면서 재진입한 ‘로미유스토리’와 ‘턱형’이 있다. 반대로 탈락한 채널인 '철구', 'NU'EST', '성수커플', '섭이는 못말려'는 재진입 채널들에 순위가 밀렸다.
2월 유튜브 동향을 살펴보다보면, 2020년은 유튜브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해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더불어 OTT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유튜브와 OTT는 대체관계라기보다는 보완적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TV시청하는 시간이 대폭 늘고 있다보니 OTT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TOP 250 순위에서 '펭수' 는 몇 위일까요?
EBS(한국교육방송공사)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하는 인기 캐릭터 '펭수'. 얼마 전 펭수 캐릭터와 제휴를 맺은 상품이 식품, 의류 등 여러 업계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라상무랑 펭상무 중에 누가 먼저 전무로 승진할까"라는 말이 최근 유통업계에서 도는 이야기라고 한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펭수'의 대결이 불꽃 튀는데, 유튜브에서도 ‘펭수열풍’은 유효할 것인가.
유튜브에서 캐릭터 채널의 순위는 어떨까. 먼저 상위권 채널 중에서 펭수와 같은 캐릭터를 내세운 곳은 총 9개 정도로 파악된다.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17위에 등극한 ‘핑크퐁’이다. 이어 캐릭터 ‘라바’와 ‘콩순이시크릿쥬쥬’, ‘베이비버스’가 50위권내에 올라 있다. ‘뽀로로’는 57위, '미니특공대 TV' 73위, '또봇V 메탈리온' 은 127위, ‘꼬마버스 타요’는 208위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다. 핑크퐁과 베이비버스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해외채널은 제외한 수치다. 이를테면, 핑크퐁의 미국 기반 글로벌채널은 구독자가 3천10만명, 총조회수도 125억뷰에 달한다. 베이비버스는 언어권별로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구독자 기준으로 1,300만명을 넘어선 미국기반 채널을 필두로 멕시코(1,100만명), 인도네시아(780만명), 일본(360만명), 베트남(290만명), 브라질(260만명) 등이 있다.
펭수는 채널 순위에서는122위로 '미니특공대 TV' 와 '또봇V 메탈리온' 사이에 있다. '자이언트 펭TV' 는 구독자 수가 200만 명을 넘으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한 상황이다.
하나의 좋은 캐릭터가 열 명의 영업사원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다. 인기를 증명하듯 세제, 체크카드, 편의점 등 일상으로 깊이 들어와 캐릭터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통계청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중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전반기 대비 0.1% 증가했고, 전년 대비 0.7% 증감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어떻게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채널을 만들어가는지 유튜브에서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