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로켓 유튜브 리포트 ㅣ UP&DOWN 3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극복 릴레이 챌린지’가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400번 저은 ‘달고나 커피 만들기’, 1000번 저은 ‘계란 수플레 만들기’ 등 재미 위주의 챌린지가 유행했다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공익적 차원의 ‘릴레이 챌린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챌린지를 이어갈 다음 타자를 지목하면서 관심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같은 방식이다.
그 뿐 아니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판매가 감소한 강원도 감자를 주문해 감자 농가를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포켓팅’(포테이토와 티켓팅의 합성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재고가 쌓여 폐기 상황에 놓인 강원도산 감자 10㎏을 택배비를 포함해 5,000원에 판매하겠다고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감자 주문 경쟁이 치열해진 현상을 ‘티켓팅’에 비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 및 야외활동 자제 기간이 길어지며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앱에이프에 따르면 ‘YouTube’는 월간 앱 랭킹에서 전체 카테고리 2위로 ‘Google Play Store’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사용자 수를 보유했다. 이미 너무 많은 사용자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어려운데 그래프를 보면 1월을 기점으로 전과 후가 꽤 달라 보인다. 최근으로 갈수록 DAU(Daily Active Users, 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가 상승하고 있으며, 2월 이후에는 DAU의 변동 폭이 줄어들고 평평한 모습을 띠고 있다. 주말마다 사용자 수가 늘어났던 기존과 달리, 2월부터는 ‘집콕생활’이 지속되면서 주말과 평일의 경계 없이 사용자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3월은 어떤 변화의 흐름이 있었을까. 씨로켓리서치랩에서는 매달 한국 유튜브 상위권 250개 채널의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2020년 3월 동향을 보면, 2월에 비해 신규 진입한 채널들이 9개로 나타났다. 분야도 다양하다.
언택트, 유튜브 놀이 같은 일상이 되다
20년 3월 신규채널의 특이점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콘텐츠들이 주를 이룬다. 일단, 유치원과 초등학교 개학 연기 탓에 키즈 채널 ‘AKN Kids House’, ‘Kids Toys Review’ , ‘미니팡TV’ 유튜브 채널이 신규 진입했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동요 등 놀이와 음악 위주의 채널들이란 공통점을 보인다. 그리고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인 슬라임 채널 ‘jenny slime’이 순위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약 12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고 500개의 슬라임 영상이 업로드됐다. 다른 슬라임 채널과 다르게 하나의 색으로 메이크업박스와 메이크업용품을 만들어낸다.
3월에도 여성먹방의 인기는 꾸준하다. 외식이나 카페 생활이 비대면문화의 확산 탓에 가지 못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먹방’에 더 투영된 것으로 사료된다. 그중에서도 리얼사운드 먹방을 올리는 ‘설기양SULGI’은 3월 하루 평균 구독자가 2만 명 씩 증가할 정도로 급상승세를 보였다. 고퀼리티 화질과 직접 선보이는 요리로 다른 크리에이터와 차별화되어 급성장 중이다. 빨간 양념이 들어간 비빔국수, 비빔냉면, 비빔라면 등을 좋아해 그런 류의 먹방이 많다. 빨간색과 같이 따뜻한 계열의 색상들은 ‘먹고 싶다’는 식욕을 증진시키는 측면이 있다.
Top 250 순위에서 일상 브이로거 유튜버의 진입이 신선하다. 12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일상 브이로그 ‘해그린달’은 ‘아이와 함께 하는 잔잔하고 평범한 엄마 일상을 예쁘게 담아보았습니다’라는 소개글과 딱 들어맞는 영상과 소소한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보여진다. 브이로그가 특별한 콘텐츠가 아니다 보니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영상미와 소리에 중점을 둔 기획력이 돋보인다.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던 워크맨이 예상 못한 '일베 논란'으로 인해 전달 대비 17만 명의 구독자 감소가 있었다. 그리고K-POP에서는 그룹 NCT127가 상위 250채널에 신규 진입했다. 정규 2집 앨범 ‘엔시티 #127 네오 존(NCT #127 Neo Zone)’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에 진입했고 앨범 발매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듯 다른 타인의 삶 엿보기 : 일상 브이로그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글이나 사진이 아닌 비디오의 형식으로 인터넷에 올라가는 콘텐츠를 가리킨다. 브이로그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브이로그를 직접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다.
알바몬이 잡코리아와 2030대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브이로그 콘텐츠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9%가 ‘브이로그 콘텐츠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2030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이 브이로그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으며, 선호하는 이유는 텍스트나 이미지보다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거나 동영상 콘텐츠가 익숙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날마다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습관적으로 기록하는 모습은 여성과 10,20대에서 좀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콘텐츠 유형인 ‘브이로그’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많은 브이로그 채널들이 활동을 시작했거나 입지를 굳건히 다진 시기가 2018년이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그것을 소비하는 구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브이로그 콘텐츠에는 ‘일상’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직장인, 의사, 주부 등 하는 일과 관련해서 나누어질만큼 다양하다. 브이로그가 큰 인기를 얻는 비결은 ‘공감’과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하게 사는 타인의 모습을 통해 현실에 대한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브이로그 열풍은 스타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한예슬is’을 시작으로 신세경, 이하늬, 윤승아, 김나영, 방탄소년단과 같은 아이돌까지 그들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브이로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런 브이로그 열풍은 광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룸이 공개한 신규 브랜드 캠페인 ‘나의 일룸 생활’ 광고에서는 공유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광고 제작했다.
요리, 살림, 미니멀라이프, 여행, 패션, 뷰티, 제품 리뷰까지 브이로그 콘텐츠가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Top 250순위에 브이로그 유튜버로 잘 알려진 ‘해그린달’이 진입했다. Top 250에 올라온 해그린달의 브이로그는 다른 콘텐츠들과 다른 어떻게 다른지 분석해봤다.
잔잔한 일상 브이로그. 해그린달
‘밤새 아침을 그려놓은 달’의 의미를 담은 ‘해그린달’. 이 채널의 테마는 ‘살림, 브이로그,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리즘 콘텐츠가 정갈한 화면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그 방면에서 압도적이다. 한 편 한 편이 영화처럼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해그린달의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잡지나 책의 표지, 교과서 등의 삽화 작업을 하며 살림도 하고 아이도 돌보는 주부 브이로거다.
‘해그린달’은 2018년 10월 3일 첫 영상을 올렸다. 주로 자신의 일상과 아이의 성장 기록을 담고 있다. 마치 영상 앨범과 같은 그의 브이로그는 일본 영화 <카모메식당>, <안경>등을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영화처럼 아름다운 영상미가 압권이며 그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1년 여 만에 44편의 일상 브이로그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현재 12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다.
해그린달의 채널은 콘텐츠당 조회수와 구독 전환율이 매우 높다. 해그린달 구독자수 증가추이를 보면 월 평균성장률이 28.2%에 달할 정도로, 2019년 6월 후반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금까지 성장 중이다. 아직 50개의 영상만 업로드한 상태인데 콘텐츠당 조회수가 83.3만에 이르고, 한 번 영상을 보면 구독자로 전환되는 비율도 2.9%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해그린달의 영상은 계절을 잘 담은 빼어난 영상미가 특징이다. 같은 공간이라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디테일하게 영상에 담는다. 그리고 외국인 시청을 염두해 첫 시작할 때부터 6가지 자막 지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16개의 자막을 지원 중이다. 그가 운영하는 브이로그 주제도 ‘하루 한 시간씩 혼자만의 시간 갖기’, ‘청소하고 싶어지는 영상 브이로그’, ‘나의 기분 좋은 루틴 찾아보기’ 등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상의 소소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테마가 주를 이룬다. ‘해그린달’ 외에도 5만 5천명의 구독자를 가진 ‘슛뚜’ 역시 15개의 자막 서비스를 지원한다.
일상 브이로거들은 공통적으로 멀티채널을 운영 중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하나의 소셜미디어를 유튜브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채널 운영 측면에서 원소스멀티유즈 방식은 콘텐츠 접점 다변화와 노출 극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서로 상생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상’이라는 키워드로 꾸준히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직접적으로 얼굴이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 취향으로 공유한다. 해그린달과 슛뚜는 라이브 영상으로 구독자와 관계를 돈독히 하며 소통의 포인트들도 잘 짚어낸다.
브이로그 유튜버들은 그들의 직업과 삶이 주제가 될 때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들이 처한 환경과 풀어나가는 이야기, 그 일상에서 느껴지는 취향과 성격이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결과물이 브이로그만의 가장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