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트렌드] 멍때리기 콘텐츠, 왜 인기일까?

‘자극에서 벗어나기’ - 멍때리기 콘텐츠의 인기

2020년 연말,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중에 독특한 게 있었다. 러닝타임(Running Time)은 무려 4시간. 그런데 내용은 단순하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모습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오디오는 ‘타닥타닥’ 장작이 불타는 소리만 생생할 뿐이다. 그게 전부다.

흔히 불멍, 물멍, 산멍이라고 말하는 ‘멍때리기 영상’ 이다.

이미 유튜브에는 멍때리기 영상들이 많다. ‘불멍’으로 검색하면 장작불 타는 영상이 숱하게 나온다. 각 영상의 조회수는 작게는 몇 만부터 백만이 넘는 것도 있다. 물멍 영상도 있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하듯 산호초 사이를 누비며 여러 열대어들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높은 곳에서 자연을 훑듯이 담아낸 항공영상도 멍때리기에 좋다.

현대인들은 하루종일 여러 자극에 접하며 온종일 쉴틈 없이 일한다.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비디오로 영화 한 편 때리기’가 예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 요즘에는 비디오의 자리를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차지한 상황. 하지만, 스토리에 몰입하다보면 이 또한 피곤해질 때가 있다. 쉬려고 누웠는데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달까.

반면 멍때리기 콘텐츠는 정말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다. 그냥 틀어놓고 눈의 초점을 풀고 쉴 수 있다. 이런 멍때리기는 하루종일 뇌를 써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뇌건강을 도와주는 방법이라고 한다.

멍때리기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카이스트대학의 정재승교수가 ‘알쓸신잡’ 방송에서 설명한 내용이 유튜브에 올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집안에 갇힌 채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때 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 멍때리기 영상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특히 자연의 풍경을 통해 심신을 풀어보는(Relax) 방법을 권한다. 혹은 겨울철이니 불멍 영상을 통해 벽난로 같은 따스함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표적인 불멍, 물멍 영상을 하나씩 소개한다.

[ 요즘 인기, 이 광고! ]

성동일의 무한루프 - KCC 창호

배우 성동일은 까칠하게 할 말 다하지만 그럼에도 하라는 데로 다 하는… 요즘 말로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다. 이런 성동일의 매력과 ‘멀티버스’의 무한 반복이 만난 게 바로 KCC창호 광고 영상이다.

특히 이 영상에는 40/50세대라면 금방 알아챌 만한 클리셰적인 장면들이 많다. 아마도 창호를 바꾸는 대상층이 이들 세대여서 그 눈높이를 맞췄으리라. 그 세대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고 만약 그 세대라면 무릎을 치며 볼 수 있는 영상. 당신이 알아채는만큼 연식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요즘 인기, 이 콘텐츠!]
꼰대희 채널  ‘밥묵자’

작년 6월 KBS의 개콘(개그콘서트)이 폐지되었다. 그 여파로 2020년 KBS 연예대상에는 코미디 부분 시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이 결국 각자도생의 길 위에서 오아시스 같은 곳으로 여기는 공간이 있다. 바로 그 엘도라도 같은 땅이 유튜브다.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은 특유의 순발력과 연기력을 겸비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TV와 달리 유튜브에선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위 또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물만난 고기처럼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개그와 호응의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개그맨들은 무명이라도 컨셉만 잘 잡으면 수백 만의 구독자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  <유튜브 트렌드 2021> 책에도 ‘피식대학’과 ‘미선임파서블’ 같은 개그 채널을 소개한 바 있다.  다만 이들 채널은 개그맨이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짠 것이 특징이었는데 요즘 기존 개그방송의 코너를 그대로 옮겨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채널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인기 코너를 가져오게 되면, 이미 코너의 인지도와 클리셰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웃음을 유발시키게 된다.

김준호와 콤비인 김대희는 개콘 ‘대화가 필요해’ 코너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유행어  ‘밥묵자’는 점점 해체되어가는 가부장 사회에서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똑같은 코너를 재현했는데, 심의에서 자유로워진 ‘밥묵자’는 톡톡 튀는 상황들로 조회수를 폭발시켰다.

김대희는 40대 꼰대라는 컨셉으로 ‘꼰대희’ 채널을 개설하고 100% 리얼 상황극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대본 없이 즉석 상황극을 펼친다. 유민상과 신봉선 등이 김대희와 마주 앉아 즉흥적으로 펼치는 콩트 영상은 불과 2주 사이에 각기 4백만 조회수를 넘겼다. 엄숙한 듯 하지만 결국 뒤통수 맞는 김대희의 꼰대 아저씨 역할을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큭큭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무대를 빼앗긴 개그맨들의 무대를 찾아주고 싶은 김대희 대표의 고민까지 담긴 채널이기도 하다. 새로운 무대를 찾은 개그맨들이 더 멋진 웃음을 전달해주길 기대해본다.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더코어 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