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에 따르면 "트위터는 점차 망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망하고 있는 지는 몰라도, 머스크와 트위터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이 상황에서 무척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일부러 망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사업가이자 개발자이기 때문에, 그의 이상한 행보들이 모두 계산된 것이고 그 목적은 ‘인류에게 달린 족쇄를 풀어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무려 일론 머스크인데,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위대한 계획이 있을 거란 기대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흥미롭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에도 종종 ‘머스크의 천재성’ 혹은 ‘머스크의 계획’이라며 위와 같은 주장을 담은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받고요. Not Boring의 테크 전문가 패키 맥코믹(Packy McCormick) 등 해당 주장에 흥미를 느끼고 그 논리대로 머스크를 옹호해보겠다고 자처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 글에선 머스크에 대한 옹호를 정리해서 요약해보겠습니다. (물론, 반어법적 성격이 강합니다)
옹호: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위해 일부러 트위터를 망치고 있다.
-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재산 약 320조원).
-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X, 오픈AI를 설립한, 천재 중의 천재다.
- AI가 주목 받기 전부터 AI의 위험성을 강조한 혜안이 있다.
- 머스크는 인구, 식량 문제 등 인류가 겪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에 관심과 지식이 많다.
- 이런 천재가 겨우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하나를 유지조차 못하겠는가?
- 트위터가 망한다면, 이는 머스크의 의도된 결과다.
위는 이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트위터를 망친다’는 옹호의 주된 논리입니다. 이 옹호에 대해서 아주 쉽게 반박할 수 있습니다. ‘왜 그토록 똑똑한 머스크가 57조원이나 들여 산 회사를 망치는가?’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명: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망치려 할까?
- 머스크는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살기를 원한다.
-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해를 끼친다.
- 머스크는 직접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고 말했다.
- 또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높이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말했다.
- 트위터는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집중력을 갉아먹는다.
- 트위터는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부터 망해가고 있었다.
- 머스크는 이를 막지 않으려는 것 뿐이다.
우선 첫번째 항은 머스크를 이타심이 있고, 인류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가정합니다. 이 가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할 순 있습니다. 특히 최근 그가 벌인 기행들을 지켜봤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영화에 나오는 사이코패스나 인류 멸망을 원하는 빌런이 아니라면, (또 그가 10명의 자녀를 뒀단 걸 고려하면)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바란다는 가정은 자연스럽습니다.
다음 항들은 트위터가 인류의 미래에 해를 끼친다는 가정입니다. 생성AI에 대한 우려들(조작된 콘텐츠를 제공해서 인간들의 사고를 평준화시키거나 편향되게 만든다 등)은 이미 트위터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오직 유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알고리즘을 사용했고, 그 결과 유저들은 콘텐츠를 편향되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어그로가 끌리는’ 공격적인 트윗만 피드에 노출되고, 그런 류의 트윗은 네트워크 효과를 얻으며 확산됩니다. 결국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선 그런 류의 트윗을 작성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런 트윗들이 많다는 점이 트위터의 대체불가능한 특징이 되었고, 덕분에 트위터는 부실한 경영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서비스이기에 없어져야 하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아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머스크가 등장해 트위터를 없애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따라서 결론은: 머스크가 없었다면 (인류가 망할 때까지) 사람들은 트위터 속에서 인생을 낭비했을 것입니다.
진짜 설명: 머스크는 트위터 경영에 있어 시행착오를 겪는 중
위 옹호와 설명은 허점이 많습니다. 지나치게 머스크를 신격화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따라서 반박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머스크는 성공한 경영가이자 엔지니어지만,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 전문가는 아니다.
- 머스크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하는 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해친 바 있다.
-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나 공익을 증진하는 대신 점점 보수화, 유료화될 뿐이다.
- 머스크의 트위터 경영은 지금껏 그의 기업 경영 방식과 비슷하긴 하다.
- 트위터는 머스크의 다른 기업과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머스크의 방식이 통하지 않은 것 뿐이다.
이중 머스크의 기업 경영 방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Wait But Why의 팀 어반(Tim Urban)에 따르면 머스크는 혁신이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일 때 가장 빠르고 잘 발생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으려면 즉 혁신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됨을 설득해야만 한단 것도 알고 있습니다. 테슬라, 스페이스X, 페이팔이 성공한 건 그 기업들의 혁신이 경제적이란 걸 대중에게 인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없는 산업(전기차, 우주선, 핀테크)에서, 최초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는 그의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존재하는 산업(소셜 미디어)에 속했지만 마땅한 수익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 두 사진 중 왼쪽은 머스크의 기업 공식을, 오른쪽은 트위터의 공식을 보여줍니다. 트위터는 다른 기업과 달리 광고주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직접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기 보다 다른 기업들이 혁신하도록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트위터가 하는 건 오직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신규 경쟁자(블루스카이, 마스토돈 등)를 막는 것뿐입니다.
옹호2: 머스크는 의도적으로 스레드를 탄생시켰다
이 옹호 역시 억지스럽지만 마찬가지로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트위터를 의도적으로 망치고 싶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트위터는 워낙 규모가 크고, 마이크로 블로깅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소셜 미디어이기 때문에 쉽게 망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혁신을 가져올 신규 경쟁자를 죽이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머스크는 또 다른 거대 기업, 메타를 이용해야만 트위터를 망칠 수 있음을 깨달았단 것입니다.
하지만 메타와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머스크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 트위터에서 광고주를 조금씩 몰아낸다.
- 트위터 열성 유저들이 트위터 운영에 불만을 갖게 한다.
- 저커버그에게 시비를 걸어서 열받게 한다.
- (조회 가능 게시물 수 제한, 트위터 블루 판매 등으로)활성화 유저 수를 줄인다.
- 위 작업으로 저커버그가 트위터와의 경쟁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 저커버그에게 계속 시비를 걸면서 스레드를 홍보해준다.
위 항들은 모두 머스크의 행동을 예측한 게 아니라 사후적으로 옹호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스레드 입장에서 이보다 매끄럽고 성공적인 홍보 방식이 또 어디있을까 싶긴 합니다.
각 항에 머스크의 실제 행동을 대입한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머스크의 과격한 발언과 이상한 검열 정책으로 광고주들이 트위터를 이탈
- 저커버그는 이를 지켜봄(+스레드 개발)
- 트위터 블루 판매와 그에 따른 차별적 서비스 제공 등으로 유저들의 불만 증가
- 저커버그는 이를 지켜봄(+ 스레드 개발)
- 6월 20일, 머스크, 저커버그에게 본격적인 시비 시작
- 주짓수 등으로 단련된 신체에 자부심을 가진 저커버그, 현피 응답
- 트위터, 유저 하루 조회 가능 게시물 수 제한
- 스레드 출시(+머스크, 저커버그 격투기 수련 인증샷 공개)
- 머스크, 더 수위 높은 도발 감행
- 저커버그, 머스크처럼 항공 자격증 보유했음이 언론에 공개됨
무척 유치하고 꼴 사납지만, 덕분에 트위터는 경쟁자의 성공적인 데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 모든 일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3분기 만에 이뤄졌습니다.

설명2: 트위터는 왜 망해야 할까?
패키 맥코믹은 트위터가 망하는 결과가 왜 좋은 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트위터는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고수
- 짧고 자극적인 텍스트 난립은 사고력과 집중력에 악영향을 줌이 과학적으로 증명됨
- 트위터의 익명성에 기댄 일방적인 대화 방식은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음
- 차라리 챗GPT와 대화하는 게 훨씬 유익해졌음
- 결과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소셜미디어가 필요하며 트위터의 존재는 그것의 등장을 방해함
- 트위터가 사라진다고 해서 디지털 소통방식이 사라지는 게 아님
이 설명 역시 트위터 유저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 때문에 패키 맥코믹은 트위터가 사라져야 할 이유와 일론 머스크가 잘한 점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합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 1세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레딧이 이상적인 소셜미디어라는 주장은 극히 드물었다. (이것들은 소셜미디어의 초기 형태 정도로 인식됐다.) 수십 년이 지나면 이 소셜미디어들은 도태되고, 다음 세대 소셜미디어의 전신이자 토대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는 마약과도 같아서 극복하기 어렵다. 1세대 소셜미디어들은 이상적이지 않고 허점이 많지만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유저들을 가뒀고, 고착화됐다.
일론 머스크의 무능이든 의도든, 트위터의 네트워크 효과와 차별성을 없애는 건 1세대 소셜미디어의 족쇄를 깨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따라서 일론 머스크를 칭찬하자.
머스크를 위한 옹호는 결국 트위터를 비롯한 1세대 소셜미디어의 폐단에 대한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합니다. 머스크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트위터의 쇠퇴로부터 시작될 차세대 소셜미디어는 지금보다 더 이상적인 모습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