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브리핑 #14: 자율주행, 시장 판도 격변 시작

AI 브리핑 #14: 자율주행, 시장 판도 격변 시작

테슬라의 로봇택시 공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 세계 자율주행 기술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시장 관점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자동차 기업을 비롯 다양한 기술 기업의 노력 덕분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일어나는 시장의 변화에 있습니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 과정에서 새로운 브랜드 및 새로운 비즈니스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이후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FSD, 중국 샤오펑(Xpeng)과 바이두, 알파벳 웨이모(Waymo), 아마존 죽스(Zoox)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자율주행 차량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구조 변화에 직면한 이유

자동차 산업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중국 전기차 기업의 높은 경쟁력 및 해외 수출량 증가,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증가, 자율주행 등이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경계와 진입 장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자동차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많은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생산을 단순화합니다. 전기모터를 생산하는 것은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습니다. 생산의 복잡성이 낮을수록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집니다. 때문에 중국의 수 많은 전기차 기업이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발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테슬라는 종단간 인공지능(End-to-End AI)으로 FSD을 크게 그리고 빠르게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습니다. 중국 샤오펑(Xpeng)도 종단간 인공지능을 자율주행에 도입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한편 알파벳의 웨이모는 다른 방식으로 자율주행 시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의 대표주자만이 아닙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이 얼마나 많은 리드 타임(lead time: 시장 형성에 걸리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웨이모는 2016년에 알파벳에서 독립 자회사로 분사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은 이미 90년대 말 구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웨이모는 2018년 말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상용 로봇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Waymo One)을 출시했습니다. 로봇택시는 우부(Uber) 등과 같은 방식으로 앱을 통해 단거리(!)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1년 웨이모는 약 700대의 차량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23년 8월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시정부로부터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24시간 내내 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웨이모 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만 했습니다. 2024년 7월 웨이모 원은 샌프란시코에서 대기자 명단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구글과 알파벳은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약 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 3개 도시에서 매주 5만 건 이상의 운행 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추가될 도시는 텍사스 오스틴입니다. 2024년 3월부터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웨이모 원의 평균 이용료는 20달러 수준입니다. 앞선 3개 도시에서 연간 5천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3개 도시와 오스틴에서만 웨이모 원 서비스가 확장하더라도 웨이모 원은 앞으로 1~2년 안에 연간 수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입니다.

1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해서 이제야 연간 수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은 자율주행 로봇택시 비즈니스가 매우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웨이모 자체 기술로만 로봇택시 시장이 확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제너럴모터스(GM)의 로봇택시 크루즈는 다양한 사고로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이 때문에 웨이모에 대한 규제기관의 평가도 엄격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로봇택시 허가 또는 서비스 영역 확장 허가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는 8월 8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테슬라의 로봇택시도 웨이모에 긍정 또는 부정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업체는 총체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가 증가하거나 서비스 영역이 확장될 때 사고가 날 확률은 증가합니다. 이는 자율주행 서비스가 관련 시장을 더디게 그리고 느리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시말해 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완벽한 수준으로 발전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의 증가 및 서비스 영역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 형성을 늦추게 합니다.

웨이모와 우버 vs. 테슬라와 우버

웨이모는 업계에 획기적일 수 있는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웨이모 원(Waymo One)은 자체 앱뿐만 아니라 우버(Uber)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버는 피닉스에서 이미 "수만 명"의 승객이 우버 앱을 통해 웨이모를 이용했다고 말합니다. 우버에 따르면 이 웨이모 원은 손님들로부터 "평균 4.9점에 가까운 별점"을 받았습니다. 우버와 웨이모는 2024년 4월부터 우버 잇츠(Uber Eats)에서 레스토랑 식사 및 식료품 배달 서비스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에서 웨이모는 기술을 제공하는 우버는 풍부한 교통 및 고객 데이터 기반하여 고객 접점을 담당합니다. 이 때 웨이모의 기술은 최적화되며 그 결과 더 좋아지고 더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웨이모는 직접 고객을 확보할 필요가 없으며 우버의 유통망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버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차량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테슬라가 로봇택시 사업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입니다. 우버와 협력을 할까요 아니면 독립적으로 로봇택시 서비스를 운영할까요? 저는 전자에 무게를 둡니다. 테슬라에게는 택시 운영과 관련된 고객 이동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죽스(Zoox)

웨이모는 도요타 렉서스 모델, 재규어 I-Pace 등 기존 차량을 개조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해 왔습니다. 웨이모는 중국 지리(Geely)와도 협력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규제 장벽으로 이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면 아마존은 2020년 약 12억 달러에 죽스(Zoox)를 인수하였습니다. 죽스는 로봇택시 전용 차량을 개발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해 왔습니다. 죽스는 2020년 말에 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고 한 번 배터리 충전으로 16시간 동안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선보였습니다. 죽스는 현재 미국 5개 도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투자 급증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투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벤처 캐피털 투자 추적 서비스인 Crunchbase는 2024년 4월까지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에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가 투자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매우 낮은 투자 규모입니다. 그러나 5월 1일 이후 약 27억 달러가 자율주행 기술에 유입되었습니다. 제너럴모터스는 시장에서 철수했던 크루즈에 8억 5천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면서 테스트를 재개했습니다. 말그대로 자율주행 기술이 다시 투자자의 관심을 크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트럭과 농업용 트랙터 분야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와비(Waabi)입니다. 와비는 2024년 6월 2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와비는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와비는 우버 화물(Uber Freight)와 협력하여 첫 번째 상용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용 서비스 시작은 예정일은 2025년입니다. 와비의 투자자로는 엔비디아, 볼보, 포르쉐 등이 있습니다. 농업 분야에서는 디어(Deere)의 자율주행 트랙터 및 기타 차량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많은 스타트업이 군용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율주행 차량의 응용 분야는 승객 수송을 뛰어넘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자율주행

마지막으로 중국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은 고해상도 지도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테슬라도 지도 서비스 관련 바이두와 협업을 합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 규모는 미국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19개의 중국 기업이 16개 이상의 도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뉴욕타임스 보도). 인구 1,100만 명의 도시 우한에서는 500대의 로봇택시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BYD 및 니오(Nio)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하웨이와 바이두가 제공합니다. 바이두는 또한 로보택시를 위해 지리(Geely)와 합작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지리(Geely)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해 2022년부터 자체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야망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저궤도 위성은 자율주행 차량의 고정밀 위치 추적 기능 오에도 차량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참고로 테슬라가 테슬라 차량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연결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바이두는 로봇택시 서비스인 아폴로 고(Apollo Go)를 위해 자체 차량을 개발 중입니다. 바이두는 2023년부터 베이징 등에서 아폴로 고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검색 서비스 기업 바이두는 2025년까지 중국 65개 도시로, 2030년까지 100개 도시로 아폴로 고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바이두는 현재 2천만 킬로미터 이상의 자율주행 모니터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eadlines

  •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Adept의 최고 경영진을 고용하고 이들의 기술 라이선스를 취득했습니다. 사실상 기업 인수입니다. 뭔가 유사한 뉴스가 떠오르시나요? 마이크로소프트가 3월에 Inflection AI의 공동 창립자와 거의 모든 직원을 고용하고 기술 라이선스를 6억 5천만 달러에 구매한 것과 동일한 방식입니다. 기술 라이선스 비용은 Adept와 Inflection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이러한 인수 방식을 선택했을까요? 미국, 특히 유럽 규제 당국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에게 AI 기술이 집중되는 것을 감시 및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버지(The Verge)는 전통적인 인수 합병과 다른 이 기업 인수 방식을 ‘역 인수(Reverse Acquisitions) 전략’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 기업은 규제 당국보다 한발짝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The Core 구독자 여러분! 몇 년째 아이폰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아이폰 교체 주기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블룸버그 보도 참조). 애플도 이를 반영해서 2017년 애플 제품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디바이스 수명이 연장되는 것, 고객 입장에선 좋지만 기업 입장에선 죽을 맛입니다. 기업은 빠른 교체 수요를 원합니다. 애플은 이를 위해 하드웨어 업데이트 대신 애플 인텔리전스에 진심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The Core의 “Apple Intelligence: 우리 모두를 위한 AI”를 다시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애플은 OpenAI 이사호에 의결권 없는 이사를 한 명 파견합니다. OpenAI의 최대 투자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의결권 있는 이사 한 명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의결권은 없지만 OpenAI의 미래에 대한 모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것입니다. 이는 수억 개 이상 쓰이고 있는 애플 디바이스의 힘입니다.
  • 구글이 기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주 주요 이슈 중 하나는 구글의 탄소배출 증가입니다.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참조: AI 브리핑 #8: AI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 에너지 부족). 전력뿐 아니라 물(water) 소비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ChatGPT를 한 번 요청할 때마다 과열된 컴퓨팅 설비를 식히기 위해 물 한 병이 필요합니다.
    구글은 자체 발행한 연례 환경 보고서에서 AI에 우선순위를 둔 덕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했음을 인정했습니다. 2021년 구글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등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탄소배출량이 13% 증가하여02019년 대비 48% 증가- 가스 화력발전소 38개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1,430만 톤의 이산화탄소 오염 물질을 배출했습니다.
    탄소배출 급증과 관련하여 구글을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기업과 국가는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참고로 저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식을 1개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마태복음 7장에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구글의 연간 매출 대비 탄소배출량의 변화량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2019년 구글 매출은 1,620억 달러였습니다. 이는 2023년 3,070억 달러로 89% 증가합니다. 참고로 수익은 2019년 460억 달러에서 2023년 960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구글이 2019년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970만 톤입니다. 이를 탄소배출량 대비 매출로 환산하면 1톤당 16,801달러입니다. 이는 2023년 1톤 당 21,468 달러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28%가 개선된 것입니다.
    이를 미국 경제, 정확하게는 GDP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2019년 GDP는 21조 4,000억 달러였습니다. 2019년 미국은 51억 5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1톤당 4,155달러입니다.  이는 미국 경제 전체는 구글보다 달러당 4배 이상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2019년 탄소 배출량은 7억 137만 톤이며 GDP는 1조 6,510억 달러입니다. 탄소 1톤당 2,353달러입니다. 한국 경제는 2019년 미국 경제보다 2배 가까이, 구글보다 약 7배 이상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2023년 미국 경제 탄소배출량은 48억 톤으로 감소했고 GDP는 27조 4천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탄소 1톤당 5,708달러로 배출량이 37% 개선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이른바 탄소 효율성은 구글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4배 더 나쁩니다.
    구글의 탄소배출량에 대해 비판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 전체가 탄소배출량을 큰폭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즐겨 보시는 유튜브, 넷플릭스 또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합니다. 석탄, 석유, 가스 등에 기반한 화석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 생산을 빠른 속도로 그리고 폭발적 규모로 증가시키는 것도 유력한 해결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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