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봅시다. 지금까지 “가성비 무선 청소기 추천해줘”라고 검색하면, 파란 링크 10개가 줄줄이 뜨고 우리는 그중 몇 개를 눌러 비교했습니다. 가격, 배송, 리뷰, 브랜드… 귀찮지만 최종 선택권은 우리 손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됩니다: “당신에게 가장 좋은 무선 청소기는 이 제품입니다.” 끝! 링크도, 비교표도, 다른 선택지도 없습니다. 편하죠. 너무 편합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쇼핑 권력은 검색 결과가 아니라 답(Answer) 자체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정렬에서 선별로: 목록이 사라진다
검색엔진은 정렬(sorting & ranking)을 잘합니다. 네이버에서 “갤럭시 S 시리즈”를 검색하면 여러 판매처 및 가격이 나열되고, 우리가 직접 비교합니다. 하지만 AI(에이전트)는 정렬이 아니라 선별(selection & curation)을 합니다. 여러 선택지를 보여주는 대신 하나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비유하자면 전통 검색은 도서관 사서(librarian)와 같습니다: “이쪽 선반에 관련 책들이 있어요”라며 선반을 가리킵니다. AI는 선택지를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대신 골라주는 존재인 쇼핑 도우미(personal shopper)입니다: “당신에게 딱 맞는 건 이거예요”라며 정확하게 하나의 상품을 골라줍니다. 여기서 상거래 시장은 급격히 바뀝니다. 선택지 경쟁이 아니라 답변에 포함되느냐 또는 아니냐의 경쟁이 됩니다. AI 답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매우 잔인한 상거래 시장 규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