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 발행된 글 AI 에이전트 커머스 혁명: 쇼핑의 주체가 AI로 바뀌는 시대는, 상거래(커머스)는 오프라인, e커머스, 모바일 커머스를 거쳐 이제 AI 에이전트가 주도하는 에이전트 커머스(Agentic Commerce)로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가장 큰 한계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 판매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매우 빈약한 답변에 있습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아래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커머스 플랫폼 사업자, 개별 브랜드 등은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를 준비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네 개의 테제(These, thesis)를 제시하겠습니다. 저는 테제(These, thesis, 가설)를 명확히 세우고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사고 체계를 또는 사고 놀이를 좋아합니다. 하나의 테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도출하거나, 반대되는 주장과 비교하면서 미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테제의 단점 또한 명확합니다. 미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합니다. 그런데 하나의 테제에 집중할 경우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과도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 개라는 복수의 테제(These)를 소개하려 합니다. 또한 이에 앞서 공유하고픈 출발점들(initial situations)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출발점 1: 범선은 증기선을 이길 수 없습니다
19세기 후반 증기기관이 장착된 증기선(steamer)이 확산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가 빠르게 재편됩니다. 이 새로운 기술 흐름에 저항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미국인 토마스 W. 로선(Thomas W. Lawson)입니다. 로선은 190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로선호를 제작합니다. 로선호는 증기기관이 전혀 없는 전통 범선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선호에는 18명의 승무원이 탑승했습니다. 한편 당시 증기선에 탑승하는 승무원 규모는 평균 50명이었다고 합니다. 증기기관을 다룰 수 있는 기술자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W. 로선은 인건비를 기준으로 범선이 증기선보다 유지비가 낮고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굳이 범선 로선호가 경제성에 있어서도 증기선과 경쟁할 수 없었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 비용 경쟁력도 없었던 로선호는 1907년 폭풍에 좌초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