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간경향에 게시된 칼럼의 초벌본입니다..


정치적 선동이 알고리즘 덕을 보고 있다. 그럴 듯한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를 거치며 진실로 둔갑한다. 조작과 강제, 억압의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선동의 주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선동의 확산은 서서히 기계의 몫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를 옥스퍼드의 한 연구팀은 컴퓨테이셔널 선동(Computational Propaganda), 혹은 자동화한 선동이라 부른다.

미국 플로리다 고교 총격 사고가 발생한 며칠 뒤. 미국의 일부 음모론자들은 데이비드 호그라는 17세 청년이 재난 전문 배우라는 검증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총기 규제론자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덧입혀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유튜브에 영상도 올렸다. 이 콘텐츠는 얼마되지 않아 유튜브의 인기 영상 공간인 ‘트렌딩’ 코너에 배치됐다. 음모론이 사실로 둔갑하고 인기 콘텐츠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유튜브는 뒤늦게 이 영상을 삭제했지만 이미 수많은 사용자들이 돌려보고 공유하며 진실로 믿어버린 결과를 되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컴퓨테이셔널 선동의 대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