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애플, 새로운 시도

지난 13일에 있었던 애플의 아이폰12 발표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하는 가상발표 형식을 사용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시작된 애플의 WWDC나 제품 발표행사는 마치 유명 영화상 시상식처럼 잘 작성된 대본과 연습으로 이루어진 공연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등장인물도 중요해진다. 스티브 잡스 때야 잡스가 주인공이었고, 다른 임원과 기술인력은 잡스가 발표한 제품의 기능들을 설명하기 위해 조연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팀 쿡이 CEO가 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도입부와 제품, 서비스 소개를 CEO가 하는 건 여전하지만, 각 발표자의 시간도 눈에 띄게 늘어났고, 무엇보다 여성과 비백인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과거 백인 남성 일색이었던 발표자들로 비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본인이 성소수자이기도 한 팀 쿡은 민권의 상징인 로버트 케네디를 자신의 우상이라고 말할 뿐 아니라 로버트 케네디 인권재단의 이사로 활동할 만큼 다양성과 민권에 민감하다.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국 전역에 확산되던 지난 6월, 팀 쿡은 회사 내외적으로 인종정의(racial justice)를 증진하는데 1억 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외부 활동과 노력에 돈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적으로도 소수인종들의 채용과 계발, 지원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백인남성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애플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이런 노력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그 핵심에는 항상 팀 쿡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