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미개척지, 오디오

미국에서 대학생들도 슬슬 휴대폰을 들고 다니기 시작하던 2000년 대 초(물론 스마트폰이 나오기 한참 전이다). 당시 미국 내 주요 통신사 중 3, 4위 정도를 하던 스프린트(Sprint)가 무전기 기능을 폰에  넣은 '푸쉬투토크(push to talk)'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기능은 당시 미국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가까운 친구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고 받을 필요없이 즉각적으로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전기처럼 상대방의 스피커폰을 통해 큰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수업 중이나 도서관에서 울리면 난감하겠지만, 상대방이 지금 뭘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거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듯 했다.

2000년대 초, 무전기 기능이 내장되었던 스프린트 폰

그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런 기능이 필요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공사장에서 중장비를 사용해 작업을 하는 사람들 처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그냥 당시 인기를 끌던 '프렌즈(Friends)' 속 등장인물들 처럼 그저 같이 몰려다니는 친구들 사이에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렇게 바로 연락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