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들의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주가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요. 분명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거의 모든 빅테크 주가가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때문에 2023년 전망에 관해선 비관론이 가득했지만, 막상 2023년초 빅테크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빅테크 주가의 상승세를 경제 회복의 시그널로 볼 수 있을까요? 빅테크 주가와 거시경제 성장률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둘 사이를 곧바로 연관짓는 건 다소 무리입니다. 단, ‘빅테크 주가→주식 시장→금융 시장→거시경제’ 같은 연쇄 작용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빅테크 주가와 주식 시장의 관계에 대해, 메타의 사례에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S&P 500 속 테크 기업의 비중

PER=주당 가격÷주당 순이익
주식 시장은 테크 기업에 호의적인 편입니다. 특히 높은 성장 속도/잠재력을 가진 기업에 더 호의적입니다. 지난 3년간 미국 테크 기업들의 PER은 약 32.3으로 전체 평균(24.2)보다 30% 이상 높았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IT 기업은 각각 58.4, 51.7의 PER을 기록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5년간 수익률을 봐도, 테크 기업들은 전체 평균을 훌쩍 넘어섭니다. 게다가 해당 자료에선 아마존, 테슬라 등은 테크 기업으로 분류되지도 않았습니다.


아마존, 테슬라가 속해 있는 소비자 재량지수(Consumer Discretionary) 카테고리의 3년 간 PER은 42.4였습니다. 더 세분화해서 아마존이 속한 소매·유통 카테고리의 5년 간 수익률은 70.73%, 테슬라가 속한 자동차 카테고리의 5년간 수익률은 189.01%였습니다.
이렇듯 주식 시장은 테크 기업에 호의적이며, 호의에 부응하듯 높은 잠재력을 보이는 테크 기업은 가치를 고평가해주는 식으로 보답해줍니다. 이와 같은 절차는 모든 빅테크에게 적용됐습니다.


메타와 아마존의 차트에서 중요한 공통점을 두 가지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주식의 고평가와 가파른 상승 곡선입니다. 둘째는 두 기업의 차트 모두 상승 곡선만큼 가파른 하락 곡선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이렇게 상승과 하락이 대칭적인 경향을 보이는 지표들은 보통 1) 해당 지표를 인위적/직접적으로 조정할 수 없고 2) 따라서 다른 다른 지표/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정됩니다.

대표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있습니다. 최근 Fed나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고 있는 걸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주식도 비슷합니다. 분할이나 주가 조작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가 자체를 직접 타겟팅해 임의로 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빅테크의 주가 역시 다른 지표의 등락을 따르게 되는데, 가장 관계가 깊어 보이는 것이 주식 시장의 주가 지수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일 수밖에 없는 게, 빅테크가 주로 포함되어있는 IT 섹터는 S&P500을 기준으로 전체 주식 시총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IT 섹터 주가 지수 변화 그래프와 S&P500의 주가 지수 변화 그래프는 매우 닮았습니다. 하지만 S&P500에서 각각 두번째, 세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헬스케어와 금융 섹터의 주가 지수 변화 그래프를 보면, 단순히 빅테크가 전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두 그래프가 닮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빅테크 주가와 주식 시장의 등락, 무엇이 먼저일까

위의 그래프는 지난 10년 동안 S&P500 주가 지수의 변화(분홍색)와 IT 섹터 주식 가치의 변화(흰색)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교의 편의를 위해 출발점을 똑같이 표시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미세하지만 S&P500의 전체 주가 지수가 먼저 변화한 뒤, IT 섹터의 주가가 그 뒤를 따라서 변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의 주가 지수가 빅테크의 주가를 단순하게 반영만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오히려 빅테크의 주가가 전체 주식 시장의 등락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주가와 전체 주가 지수의 변화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무엇이 먼저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늘날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가 기술, 특히 빅테크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기 때문입니다.
우선 주식시장과 경제가 빅테크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Amazonchronicles의 팀 카모디(Tim Carmody)의 주장을 인용하면, 경제와 기술은 완전히 결합했습니다. 모든 생산, 유통, 소비 방식이 인터넷, 클라우드, AI 등에 의존하면서 거시경제의 흥망성쇠는 곧 그것의 바탕을 이루는 빅테크의 흥망성쇠로 이어지게 됩니다.
빅테크 주가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경로는 간단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미국 주식 시장 시총의 4분의 1가량이 IT 섹터에 몰려 있습니다. 헬스케어, 금융, 소매·유통 등 다른 섹터들에 속한 빅테크도 굉장히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빅테크 주가의 등락은 전체 주가지수에 빠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세부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빅테크와 주식시장은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메타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메타, 메타버스, 하이 리스크
메타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메타는 2021년 10월,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을 바꿀 것임을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고점을 찍고 조금씩 내려오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발표 시기가 10월이라면, 사명 변경을 결정한 시기는 아마도 주가가 고점을 향해 빠르게 치솟고 있을 시기였을 것입니다. 다소 위험할 수 있는 결정에 대해서 주커버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우리 목표는 앞으로 10년 안에 10억 명의 사람이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수천 억 달러 어치의 디지털 커머스를 유치하는 동시에 수백 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멋진 포부지만, 불확실하기도 합니다. 리스크도 꽤 큽니다. 하지만 이는 메타는 테크 산업과 주식 시장에서 성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리턴도 크다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메타가 만든 시장 규율
하지만 지난해부터 메타의 리스크 지향적인 태도는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테크 섹터의 주식, 암호화폐 등 하이 리스크에 투자됐던 자본의 대부분이 국채나 MMF로 이동했습니다. 한때 세계 시총 6위까지 올랐던 메타의 주가는 지난 1년만에 약 4분의 1이 됐습니다.

애플의 앱 추적 금지 정책 등 온라인상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메타가 꿈꾼 '일상의 메타버스화'의 실현은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메타버스 속에서 특정 장소를 갈 때마다, 특정 상품을 볼 때마다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를 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계속되는 부진한 실적과 주가 하락에 메타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을 막을 순 있어도 회사의 미래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재정 규율이었습니다. 스냅,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빅테크들도 메타의 뒤를 따라 대규모 해고를 발표하는 등 테크 산업 전체가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행보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리스크 회피적인 성향을 보이는 기업은 공급량, 수요량, 투자 등 변수들을 자신의 통제 범위에 두려고 합니다. 이러한 평활화(Smoothing)가 일반화되면 올해, 내년, 내후년…모든 기간의 변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리스크가 줄어들 순 있지만, 유동성도 줄어들게 되죠. 앞서 살펴본 것처럼 테크 섹터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기 때문에, 빅테크에서 비롯되는 유동성 경직은 전체 시장의 침체를 더 악화시킵니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메타의 행보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최근 한 달간 메타의 주가 변화를 나타냅니다. 굴곡이 있긴 하지만 보기 좋은 우상향 그래프인데요. 이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메타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다만 이를 온전히 메타의 공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현재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ChatGPT입니다. 최근엔 미국 뉴스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ChatGPT를 활용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자마자,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는데요. 적극적으로 기술을 공개하는 오픈AI 덕분에 테크 기업들 전반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도가 커진 게 아닐까 합니다. 메타 역시 AI와 가상 현실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메타가 오픈AI 못지 않은, 오히려 더 나은 기술을 가졌을 거라 생각하는 건 합리적인 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타의 주가가 상승세에 접어든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어쨌든 빅테크 주가는 다시 상승 곡선에 올라탔습니다. 이 기세가 얼마나 갈 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분명한 건 이 상승세가 '빅테크의 우수한 실적' 때문은 아니란 것입니다. 빅테크가 보여주는 대규모 감원을 잠깐 잊게 해줄 만큼 마법 같은 기술들을 보여주는 도전적인 테크 기업들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테크 기업이 (가치평가의 측면에서) 성공하는 최고의 방법은 도전 정신과 변화라는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타를 포함한 빅테크는 지금의 주가 상승을 보며, 다시 도전적이고 진보적인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