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8년 설립된 영국 전통의 백화점 체인 기업 데베넘스(Debenhams)는 201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2020년 파산합니다. 데베넘스는 2019년 기준 영국, 덴마크 등에서 165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뷰티 영역(이후 스포츠)에서 강력한 시장 위치를 차지했던 데베넘스의 몰락은 리테일 산업의 지각 변동을 그리고 코로나가 미친 영향을 가늠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데베넘스는 2021년 1월 패션 전문 이커머스 기업 부후(boohoo)에게 넘어갔습니다. 부후는 데베넘스를 인수했지만 165개 지점을 모두 닫고 데베넘스를 온라인 브랜드로만 남겼습니다.

16세부터 30세까지를 주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부후는 "ultra-fast-fashion retail" 현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른바 fast-fashion은 제품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매우 단축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스웨덴의 전통 패션 기업 H&M이 1990년대 후반 이 모델을 적용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밀라노, 파리, 런던, 뉴욕 등 세계 4대 패션쇼에 H&M의 디자이너들이 '관객'으로 참여합니다. 여기서 본 이른바 '명품 브랜드'의 신상품을 카피해서 빠르게 생산 및 판매에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패션쇼에서 선보인 명품 브랜드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6개월입니다. H&M은 이를 2-3개월로 단축시킵니다. 제품을 인도 및 중국에서 생산하면서 가격 또한 명품 브랜드와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낮춥니다. 스페인의 Zara는 생산지를 터키 등으로 바꾸고 공정 관리 등을 혁신하면서 이 시간을 더 단축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