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ad
광고 ad

AI가 월급을 줘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일자리 없는 세상, AI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 AI 기업들의 걱정

  •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기술 발전의 경제적 부작용을 어떻게 보상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월 18일 앤트로픽은 회사 주식의 5%를 공익기금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금은 향후 AI로 인한 경제적 변화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음 날에는 일론 머스크가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스페이스X 주식 한 주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아직 AI가 대규모로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후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AI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보다 없애는 일자리가 훨씬 많아진다면 사회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실직자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일을 하지 않는 삶에서도 사람들이 행복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흔히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여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기업이 충분한 소득만 보장한다면 사람들은 정원을 가꾸고 여행을 다니며 취미생활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심리학·경제학 연구는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일자리가 사라질 때 잃는 것은 월급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일이 주는 것들

  • 지난달 구글 딥마인드의 스테퍼니 챈 연구진은 노동과 행복에 관한 기존 학술연구들을 검토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유급 노동이 소득을 넘어 다양한 심리적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더라도 단순한 현금 지원만으로 노동이 제공하던 모든 기능을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심리학자 마리 야호다는 일자리가 제공하는 다섯 가지 숨은 혜택을 제시했습니다. 하루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구성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만들며, 공동의 목표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유도합니다.
  •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동료들과 대화하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직장에서 인정받거나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소득과 별개로 자존감과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월급을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더라도 이런 일상의 구조와 사회적 관계까지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 복권에 당첨돼도...

  •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로운 사람들의 행동도 이를 보여줍니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가운데 모든 일을 그만두고 취미생활에만 전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돈을 벌 필요가 없어졌더라도 여전히 기업을 운영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에는 권력과 성취욕 등 여러 동기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벵트 푸라케르와 안나 다비드손 연구진은 복권 당첨자들이 당첨 이후 노동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분석했습니다. 당첨금이 클수록 무급휴가를 사용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일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 이 연구는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충분한 돈이 생기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늘릴 수는 있지만, 반드시 노동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돈을 벌 필요가 없어져도 일에서 얻는 성취감과 사회적 관계, 일상의 규칙성을 유지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 직장 밖에도 있는 '일의 의미'

  • 그렇다고 반드시 유급 일자리가 있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직장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일은 성취감보다 스트레스와 피로를 더 많이 안겨줍니다. 또한 자녀를 돌보거나 가족을 간병하고,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임금을 받지 않는 활동도 충분한 의미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호주 멜버른대의 미셸 용겐엘리스 연구진은 은퇴자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일주일에 단 한 시간 정도의 봉사활동만으로도 삶의 만족도와 목적의식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특별한 보상을 받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 이는 AI 시대에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반드시 전통적인 직장에 다니지 않더라도 돌봄과 봉사, 공동체 활동을 통해 노동이 제공하던 심리적 혜택의 일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활동이 유급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일의 의미를 직장 밖에서 찾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사람이 원하지 않는 실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 같은 은퇴라도...

  • 영국 리즈대의 클레멘스 헤치코 연구진은 독일 성인들이 은퇴하는 과정에서 삶의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은퇴 직전까지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은 은퇴 이후에도 삶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상과 소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행복 수준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 반면 오랫동안 실업 상태에 있다가 은퇴 연령에 도달한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들은 은퇴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얻거나 소득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상의 변화도 상대적으로 작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 연구진은 그 이유를 사회적 지위의 변화에서 찾았습니다. 일할 나이인데 직장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실업자라는 부정적인 범주에 속합니다. 하지만 은퇴 연령에 도달하면 같은 비경제활동 상태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은퇴자가 됩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같아도 사회가 그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실업자와 은퇴자는 왜 다를까

  • 실업과 은퇴는 모두 유급 노동에서 벗어난 상태이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은 다릅니다. 은퇴는 오랜 노동을 마친 뒤 누리는 자연스러운 삶의 단계로 여겨집니다. 반면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실패감과 사회적 낙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이 차이는 AI가 대규모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 때문에 직업을 잃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생활비를 지급하더라도, 그들이 자신을 사회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느낀다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가 유급 노동을 성인의 정상적인 역할로 간주하는 한, 일을 하지 않는 상태에는 경제적 문제와 별개로 심리적 부담이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AI 시대의 진짜 과제

  • AI가 노동을 대체할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은 현금 지원입니다. 기본소득이나 공익기금, 기업의 이익 공유처럼 기술 발전으로 창출된 부를 사회 구성원에게 나누는 방식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공익기금 계획과 머스크의 주식 지급 약속도 넓게 보면 기술 발전의 경제적 성과를 공유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현금 지원은 노동이 제공하던 혜택 가운데 소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지, 자신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느낄지는 여전히 개인과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습니다. 특히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AI가 정말로 인간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적인 진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일하지 않는 삶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필요합니다. AI가 사라진 월급을 대신 지급하는 일도 어렵지만, 사라진 일자리와 함께 잃어버린 자존감과 삶의 목적을 되찾게 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거나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6/10/22/if-ai-displaces-human-workers-they-will-lose-more-than-just-pay

Newsletter
디지털 시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세요!

더코어 에디터 (미라클랩 매니저)

더코어 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