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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마저 지갑 열었다… AP 독점 계약과 '백도어 소송'

앤트로픽마저 지갑 열었다… AP 독점 계약과 '백도어 소송'

'공정이용(Fair Use)'의 최후 보루를 자처하던 앤트로픽마저 결국 언론사에 지갑을 열었습니다. 5일, 앤트로픽은 미국 최대 통신사 AP와 실시간 선거 및 뉴스 데이터 공급을 위한 사상 첫 유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Adweek의 단독보도). 계약은 중간선거 직전에 이뤄졌다고 하며 선거관련 정보를 커버하기 위해 급히 진행된 걸로 보입니다. 이로써 AP는 OpenAI(2023년 7월), 구글(2024년 2월)에 이어 앤트로픽까지 빅테크 3사 모두와 공식 계약을 맺은 유일한 언론사가 됐습니다.

동시에 뉴욕타임스(NYT)와 시카고트리뷴 등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AI 기업들의 '데이터 세탁 통로' 역할을 해온 브레이브(Brave) 브라우저를 상대로 맨해튼 연방법원에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언론사들의 집단적인 크롤러 차단(디지털 엠바고)과 사법적 압박이 맞물리면서, 빅테크의 '뉴스 무임승차' 현상은 종착역에 다다른 것으로 보여집니다.


■ 2년 버티기의 붕괴: '공정이용' 외치던 앤트로픽은 왜 굴복했나

OpenAI와 구글이 일찌감치 대형 미디어들과 손잡고 라이선스를 맺는 동안, 앤트로픽은 "웹 데이터 학습은 공정이용"이라며 언론사 협상을 완강히 거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앤트로픽의 버티기는 두 개의 벽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첫째는 글로벌 언론사들의 집단적인 크롤러 차단(robots.txt)이 낳은 '디지털 엠바고'였습니다. 주요 언론사의 60% 이상이 AI 봇을 막아서자,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최신 시사 이슈와 실시간 팩트 확인에서 치명적인 정보 공백에 직면했습니다. 검증된 실시간 데이터가 끊기면 모델의 효용성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둘째는 코앞으로 다가온 기업공개(IPO)입니다.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앤트로픽에게 언론사들의 저작권 소송과 데이터 불확실성은 기업가치를 깎아내리는 최대 위험 요인이었습니다. 결국 앤트로픽은 상장 문턱에서 합법적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원칙을 꺾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 크롤러 막히자 '백도어'로?… NYT의 브레이브(Brave) 연쇄 제소

언론사의 차단이 빅테크를 얼마나 궁지로 몰아넣었는지는 뉴욕타임스 등이 브레이브 소프트웨어를 제소한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소장에 따르면 앤트로픽과 퍼플렉시티, xAI, 미스트랄 등 AI 기업들은 언론사의 크롤러 차단을 피해 브레이브의 검색 인덱스를 '백도어'로 삼아 기사를 우회 조달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브레이브는 언론사의 유료벽과 광고를 우회해 기사를 긁어모아 검색 인덱스를 구축한 뒤, 이를 단속을 피하려는 AI 기업들에게 API로 재판매해 왔습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를 두고 "훔친 뉴스를 쓰다 현행범으로 잡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브라는 뒷문을 샀다"며 '장물 공급책'에 비유했습니다. 직접 크롤링이 막히자 벌어진 '데이터 세탁'마저 법정으로 끌려간 셈이고, AI 기업들의 편법 우회로는 차단되는 상황입니다.


■ AP가 세운 라이선스 표준, 저널리즘이 나아갈 길

AP가 일궈낸 트리플 라이선스는 전 세계 미디어 산업에 중대한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첫째, 언론사의 집단 크롤러 차단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빅테크를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가장 실효적인 '경제적 레버리지'임이 입증되었습니다. 둘째, AI 검색과 자율 에이전트 시대에 환각을 제어하고 최신성을 담보할 '검증된 팩트'는 대체 불가능한 고부가가치 원자재라는 점이 확립되었습니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 역시 이번 사태의 함의를 읽어야 합니다. 포털의 AI 요약 서비스로 트래픽 절벽을 겪는 국내 언론사들은 여전히 개별 협상이나 관행적 전재료 모델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전선은 이미 '무단 스크래핑 차단'을 지렛대 삼아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는 대등한 라이선스 모델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회로는 닫히면, 정문이 열리게 마련입니다. 앤트로픽의 항복이 알린 사실은, AI 혁신이 고도화될수록 그 지능을 지탱할 저널리즘의 팩트 데이터는 '공짜'일 수 없다는 시장의 냉엄한 법칙입니다. 물론, 한국이라는 로컬 시장의 특성과 글로벌 AI 플랫폼에 대한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 연대의 필요성 등 추가적인 노력도 요구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전략적 고민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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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비즈니스, 미디어를 다루는 구독 기반 경제미디어 더코어(The Core)의 대표이자 스타트업 BluedotAI의 공동 창립자이다. 고려대 미디어대학원에서 ‘AI와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겸임교수로도 활동중이다.

이전에는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서 근무했으며, 'Neo Touchpoint'를 창업했었다. KBS 이사로 활동했고 현재 한겨레신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와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AI 인물열전' 등의 책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출간했다. 문의 : heenb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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