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가격 25달러에서 6달러로? 공급 과잉의 역설
🚢 사라진 카타르 물량
- 4년 전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잃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곳은 카타르였습니다. 당시 유럽은 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고 있었고,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이던 카타르가 빈자리를 메웠습니다. 카타르는 26년 넘게 한 번도 공급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지난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자 카타르는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계약 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이후 카타르가 수출한 LNG는 98척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36척, 3900만톤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9%에 해당합니다.
- 아시아 LNG 가격은 100만BTU당 약 25달러로 전쟁 전보다 140% 뛰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기록한 70달러까지는 오르지 않으면서 아직 버틸 만하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 유럽은 ‘따뜻한 겨울’에 베팅
- 문제는 진짜 시험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유럽은 보통 여름에 가스를 비축해 겨울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시아가 대서양에서 나오는 LNG 물량까지 상당 부분 가져가는 동안 유럽은 적극적으로 물량을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 유럽이 믿는 것은 날씨입니다. 엘니뇨 영향으로 겨울이 온화하고 난방 수요가 늦게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 가스 저장률은 약 72%에 불과합니다. 같은 시점 기준 역대 최저이며 2022~2025년 평균인 90%를 크게 밑돕니다. 독일은 더 낮은 약 57%입니다. 에너지업체 식스원커머디티스가 현재 재고로 과거 10년의 겨울을 다시 겪는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10번 가운데 3번은 봄이 오기 전에 저장량이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가스 인출 속도를 줄이고 비상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 날씨가 따뜻하고 카타르 공급이 12월까지 정상화된다면 큰 문제 없이 겨울을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상황은 급변합니다. 11월이 예상보다 추우면 LNG 가격이 30~40달러까지 뛰고, 혹한이 계속되면 유럽과 아시아가 같은 LNG를 놓고 경쟁하면서 가격의 상단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2027년까지 비쌀 수도
- 카타르가 아직 LNG 액화시설을 재가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불안요인입니다. 공급이 조기에 정상화되지 않으면 유럽은 내년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LNG를 추가로 2000만톤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면 올해 겨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이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LNG를 대량 구매하면서 2027년 내내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 여기에 수력발전용 저수지 고갈이나 원전의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 러시아의 유럽 에너지 인프라 공격 같은 변수가 하나라도 더해지면 전력 생산을 위한 가스 수요까지 급증할 수 있습니다.
- 결국 현재 LNG 시장은 평소 공급량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는데도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지만, 이는 공급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라기보다 겨울 수요가 본격화되기 전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 LNG 공급 과잉의 시작?
-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공급 부족은 미래의 공급 과잉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세계 각국이 ‘다시는 카타르나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LNG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LNG 액화능력은 2030년까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캐나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섭니다. 작은 모듈형 액화설비가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LNG 수출시설을 짓기 어려웠던 아르헨티나와 세네갈 같은 국가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 현재 계획된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가동되면 전 세계 LNG 공급능력은 2030년 연간 6억3000만톤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거의 60% 증가하는 규모입니다.
- 그런데 수요 전망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LNG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신규 수입터미널 계획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대신 석탄발전소를 다시 돌리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며 원전까지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 25달러가 6달러 아래로?
- 리스타드에너지는 2030년 세계 LNG 수요를 연간 5억7400만톤으로 전망합니다. 전쟁 이전 예상치였던 5억8300만톤보다 낮아졌습니다. 카타르가 완전히 복귀하고 계획된 신규 LNG 프로젝트까지 모두 가동된다면 공급이 수요보다 5500만~7500만톤 많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LNG 한 척을 구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몇 년 뒤에는 생산자들이 팔 곳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그 경우 LNG 가격은 100만BTU당 6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아시아 가격 25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심지어 상당수 장기계약의 LNG 조달비용보다 낮은 가격입니다.
- 그래서 LNG 기업들의 고민도 벌써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 JERA와 독일 유니퍼 같은 대형 업체들은 트레이더를 늘리고 저장시설과 재기화 설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LNG를 사더라도 저장해뒀다가 가격이 좋을 때 다시 팔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리는 겁니다. LNG 개발업체들도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하기 위해 자체 트레이딩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 부족해서 더 넘칠 수도
- LNG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결국 시간차에 있습니다. 지금 가격이 높고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생산설비를 한꺼번에 늘리면, 몇 년 뒤 그 설비가 가동될 때는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지금은 ‘누가 LNG를 확보하느냐’가 문제지만 2030년에는 ‘누가 남는 LNG를 떠안을 것이냐’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장기계약을 많이 맺은 기업은 필요 없는 물량을 되팔아야 하고, 트레이더들은 서로 같은 물량을 사고파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26/10/04/the-world-is-facing-an-almighty-lng-c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