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왜 주식을 토큰으로 바꾸려 하나
🏛️ 뉴욕증권거래소의 새 도전
- 미국 뉴욕주지사를 지낸 앤드루 쿠오모가 월가의 새로운 실험을 이끌고 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운영사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와 암호화폐 거래소 OKX가 설립한 합작회사 'OKXICE'의 공동회장으로서 미국 주식의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OKXICE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4시간 연중무휴로 토큰화 주식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출시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ICE와 OKX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이 회사는 새로운 제도를 활용하려는 초기 사업자 중 하나입니다.
- 주식 토큰화는 기존 주식의 권리나 가치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거래소의 정해진 개장시간에만 주식을 사고파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이를 활용하면 미국 주식을 전 세계에서 하루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쿠오모는 미국 주식이 전 세계에서 언제든 거래된다면 미국 경제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규제 공백이 만든 기회
- 흥미로운 것은 이번 실험이 암호화폐 규제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좌초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입니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포괄적인 법안이었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쿠오모는 법안이 무산되면서 오히려 규제 공백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의회가 명확한 규칙을 만들지 못하자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같은 연방 규제기관이 행정조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의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SEC가 도입한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가 대표적입니다. 새로운 금융기술을 제한된 범위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제를 면제하는 방식입니다. OKXICE는 이를 활용해 토큰화 주식 거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다만 처음부터 모든 주식을 무제한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 가능한 종목 수와 거래량에 제한이 있고, 기업에는 자신의 주식이 토큰화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30일의 선택 기간이 주어집니다. SEC가 새로운 기술을 허용하면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려는 접근입니다.
🚧 상장기업은 왜 반대할까
- 모든 기업이 주식 토큰화를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시스템스처럼 자사 주식의 토큰화에 반대 의사를 밝힌 기업도 있습니다. 쿠오모는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토큰화는 단순히 주식 거래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금융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기존 주식시장은 거래소와 증권사, 청산·결제기관 등 여러 참여자가 역할을 나눠 운영합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 거래가 확대되면 일부 기능은 축소되거나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거래방식이 주가 형성과 투자자 보호, 시장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쿠오모는 그래서 처음에는 제한된 범위에서 실험하고 문제가 나타나면 규칙을 수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설명합니다. 주식 토큰화가 성공할지 여부는 실제 거래가 시작된 뒤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시장
- 하지만 행정조치만으로 새로운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SEC가 마련한 제도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과 달리 향후 정책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쿠오모 역시 이런 불확실성을 우려합니다. 그는 의회가 결국 클래리티법과 같은 포괄적인 규제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규칙이 불명확하면 금융회사들이 더 예측 가능한 제도를 갖춘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 그는 중간선거 이후 의회 구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다만 이는 쿠오모 개인의 정치적 전망입니다.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더라도 토큰화 주식의 거래방식과 투자자 보호 기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에서는 법률이 새로운 금융시장의 구조를 확정하기 전에 규제기관과 민간기업이 먼저 실험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주식·결제·AI를 한곳에
- 쿠오모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24시간 주식 거래소보다 훨씬 큽니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OKXICE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넘어 종합 금융기술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 하나의 플랫폼에서 주식을 거래하고, 결제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투자자는 주식시장 개장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거래할 수 있고, 금융서비스도 여러 앱을 오갈 필요 없이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SEC의 제한적인 실험이 실제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상장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의회가 어떤 법률을 마련할지가 관건입니다.
- 그럼에도 중요한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전한 기술이 이제 미국 주식시장의 거래·결제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https://www.wsj.com/finance/investing/tokenized-stocks-bring-radical-change-to-markets-cuomo-says-fe1962b6?mod=finance_lead_pos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