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달러 몸값 앞둔 오픈AI, 매출 숫자 검증대에 서다
다만 오픈AI의 매출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AI 기업마다 클라우드 파트너 매출을 다르게 반영하면서 서로 다른 숫자가 비교됐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수십억~수백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이제 단순한 성장률보다 실제 현금흐름과 매출의 질을 더 따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700억 달러는 어떻게 500억 달러가 됐나
혼선의 출발점은 앤트로픽과 오픈AI의 매출 계산 방식 차이였습니다. 앤트로픽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 같은 파트너를 통해 판매된 서비스의 총액까지 매출 지표에 포함하는 반면, 오픈AI는 파트너 몫을 제외한 순매출에 가까운 숫자를 사용합니다. 투자자들이 두 회사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오픈AI의 수치를 조정하면서 8월 연환산 매출이 약 400억 달러라는 추정치가 만들어졌고, 이후 회사가 매출 성장률이 70%를 넘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약 700억 달러라는 숫자가 확산됐습니다.
회사 자체 기준으로는 9월 말 약 연환산 매출은 약 500억 달러였습니다. 이 역시 매우 빠른 성장입니다. FT에 따르면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은 3분기 동안 70% 이상 증가했고, 올해 전체 매출 전망도 GPT-5.6 출시 이후 350억 달러로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연환산 매출’ 자체가 특정 시점의 매출 속도를 1년으로 단순 환산한 지표라는 점입니다. 실제 연간 실적과는 다를 수 있고, 계산 방식까지 회사마다 다르면 AI 기업의 성장성을 비교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 1.4조 달러 몸값, 매출 배수가 다시 커졌다
매출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오픈AI의 기업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오픈AI는 최소 3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면서 약 1조 4,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환산 매출을 700억 달러로 보면 약 20배지만, 회사 자체 수치인 500억 달러를 적용하면 약 28배로 올라갑니다. 두 숫자가 완전히 동일한 회계 기준은 아니지만 같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향후 성장 폭이 더 커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장 반응도 민감했습니다. 관련 보도가 나온 8일 엔비디아는 2.9%, 오라클은 5% 넘게 하락했고 AMD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 종목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금리와 유가 상승 등 다른 변수도 있었지만, 아직 비상장사인 오픈AI의 매출 수치 하나가 공개시장 전체의 AI 종목을 흔들 정도로 시장의 기대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 AI 인프라 IPO도 제동…Firmus 상장 철회
같은 시기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비슷한 경고음이 나왔습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호주 AI 데이터센터 업체 Firmus는 약 50억~55억 달러를 조달하려던 호주증권거래소(ASX)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Firmus는 불과 석 달 전 약 105억 달러 수준이던 기업가치를 IPO에서 약 3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려 했지만, 투자자들의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Firmus는 앞으로 사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은 높은 기업가치뿐 아니라 아직 완공되지 않은 데이터센터에 성장 계획이 크게 의존한다는 점, 대규모 부채와 추가 자금조달 필요성 등을 부담으로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가동 중인 용량은 계약된 전체 규모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AI라는 이름만으로 높은 미래가치를 인정받던 시장에서도 이제는 시설이 실제로 얼마나 지어졌는가, 언제 매출이 발생하는가, 얼마의 부채가 필요한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AI 투자, 이제 ‘얼마나 벌 수 있나’를 묻는다
앞으로 투입될 돈이 훨씬 더 크기에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관련 자본지출이 올해 약 8,000억 달러에서 내년 1조 2,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투자를 회수하려면 향후 연간 약 3,000억 달러의 AI 관련 매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입니다.
AI 수요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픈AI의 매출도 여전히 빠르게 늘고 있고,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의 질문은 AI 시장에 대한 투자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AI 기업의 성장 기대를 설명하는 숫자에도 이제 더 엄격한 회계와 검증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https://www.ft.com/content/b66a9858-f8fb-46cb-b506-44bfe26fca2a?syn-25a6b1a6=1
더코어 에디터 (서울대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