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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I 비서인데요”… 나 대신 식당에 전화한 ‘피클(Pickle)’ 직접 써보니

“안녕하세요, AI 비서인데요”… 나 대신 식당에 전화한 ‘피클(Pickle)’ 직접 써보니

실시간 통화 중계부터 메일·일정 관리까지 직접 겪어본 에이전트의 일상…
한·미 사용자 반응과 20대 한국인 창업팀의 네 번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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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이동 중에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이 되더군요. 예전 같으면 포털 검색창을 열고 맛집 블로그를 뒤졌겠지만, 이번에는 스마트폰 속 AI 에이전트 ‘피클(Pickle)’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일일이 타이핑하기가 번거로워 통화 모드를 켜고 전화하듯 요청했습니다.

먼저 우리의 이동 경로를 설명해 준 뒤 평판이 좋은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블루리본 등 객관적인 평점 근거를 갖춘 식당 세 곳을 추려왔습니다. 다 가볼 만한 곳이었지만 유명세가 있어 대기 시간이 길까 봐 걱정됐고, 동선도 따져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도상에 식당 세 곳의 위치를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이동 경로와 함께 식당 위치, 예상 소요 시간을 한눈에 띄워주더군요. 그중 한 곳을 골라 예약을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피클이 제 휴대폰 번호를 발신자로 해서 식당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평소 피클과 대화하던 채팅창 안에 별도의 박스가 뜨더니, 식당 직원과 주고받는 통화 내용이 실시간 텍스트로 중계되기 시작했습니다.

피클: “안녕하세요. AI 비서인데요. 오늘 12시 10분에 성인 4명 점심 예약이 가능할까요?”
식당: “오늘은 단체 예약이 있어서 예약은 안 되세요.”

예약이 안 된다는 말에 통화가 그냥 끊길 줄 알았는데, 피클이 곧바로 후속 질문을 던졌습니다.

피클: “혹시 현장 대기는 가능한가요?”
식당: “네, 현장 대기는 가능합니다.”
피클: “대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예상 대기 시간까지 꼼꼼하게 확인을 마친 피클은 통화를 종료한 뒤 제게 결과를 요약해 알려주었습니다. 차 안에서 이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던 가족이 한마디 하더군요. “정말로 제대로 된 비서를 한 명 두고 있는 것 같다”고요.

지난 글(AI 에이전트, 쓸만한 게 있나? - 비교 분석)에서 여러AI 에이전트를 소개해 드렸었죠. 그중 한국 독자가 눈여겨볼 후보로 꼽았던 ‘피클(Pickle)’을 일주일 남짓 제 일상과 업무에 직접 붙여 써보았습니다. 단순한 챗봇을 넘어 ‘내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비서’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저의 직접적인 체험기와 함께 국내외 사용자들의 반응, 그리고 이 서비스를 만든 팀의 이야기를 묶어서 전해드립니다.

Pickle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1. 일상과 업무에 붙여보니: 아침 브리핑부터 메일·기차표 예매까지

식당 예약 외에도 출근길부터 퇴근 후까지 피클에게 여러 권한을 연결해 두고 다양한 일을 맡겨봤습니다.

  • 모닝 브리핑 (오전 6시 30분 & 7시): 하루의 시작을 피클의 브리핑으로 엽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오늘 날씨와 함께 주요 일정, 밤사이 쌓인 메일 처리 현황을 정리해 줍니다. 이어 7시에는 제가 미리 설정해 둔 관심 분야의 해외 뉴스들을 추려 브리핑해 주는데, 아침 시간을 꽤 밀도 있게 쓰게 해줍니다.
  • 능동적인 일정 관리: 구글 캘린더를 연결해 두니 예정된 일정을 미리 리마인드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주고받은 메일 속에 미팅이나 약속 관련 대화가 오가면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어떠어떠한 메일에서 이런 일정 이야기를 하신 게 있는데, 캘린더에 등록하고 그날 미리 알림을 해드릴까요?”라고 묻는 식입니다.
  • 미리 제안하는 메일 관리: 지메일(Gmail)을 연동하자 오가는 메일을 살피며 “누구로부터 이런 요청이 왔는데 답장하셔야 합니다. 원하시면 제가 답변 초안을 작성해 드릴까요?”라고 제안합니다. 시험 삼아 간단한 답신 초안을 써보라고 했더니, 약간 손보긴 해야 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초안을 뽑아냈습니다. 허락만 하면 발송까지 대신해 주겠다고 했지만, 혹시라도 메일이 임의로 발송되면 곤란할 것 같아 마지막 ‘전송’ 버튼은 제가 직접 누르고 있습니다. 또 용량 확보를 위해 “대용량 첨부파일이 붙은 메일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가장 큰 파일부터 차례대로 정렬해 보여주고 삭제 요령까지 일러줘서 해묵은 메일함 정리를 편하게 끝냈습니다.
  • KTX 기차표 예매:     코레일톡 계정을 로그인해 연동해 두니 대화만으로 기차표 시간 조회부터 예매, 결제까지 가능했습니다. 저는 안전을 위해 일부러 자동 결제 단계는 연동하지 않고 결제 직전 단계까지만 활용해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앱을 켜고 시간표를 뒤지는 수고가 확 줄었습니다. “결제까지 한 번에 잘 넘어가서 편하다”는 다른 사용자들의 후기가 단번에 이해됐습니다.
  • 문서 작성 및 이미지 생성: 기획 아이디어를 던지며 문서 작업을 요청하면 제미나이(Gemini)나 클로드(Claude)가 하듯 빠르게 대응하며 초안을 써 내려갑니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편차는 있고, 최상위 최신 LLM 모델들에 비하면 살짝 약해 보이는 구석도 있었지만 체감상 큰 차이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동영상 제작은 안 되지만 콘텐츠에 쓸 썸네일 수준의 이미지 작업은 곧잘 해냅니다.

2. 한국과 미국 사용자들의 반응: ‘무료 로컬 실행력’의 찬사와 ‘자율성’의 숙제

그렇다면 저 말고 다른 사용자들은 피클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피클은 현재 미국에서는 유료 구독제(월 $20~$200)로, 지난 10월 중순 정식 출시된 한국에서는 ‘완전 무료(매일 새벽 4시에 리셋되는 일일 사용량 한도 제공)’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의 앱스토어와 커뮤니티 후기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입니다.

우선 호평받는 지점은 역시 ‘압도적인 접근성’과 ‘실행력’입니다.
한국 사용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은 해외 빅테크 에이전트(그록봇, 닷츠, 메타 뮤즈 등)처럼 비싼 구독료를 내거나 VPN으로 우회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 로그인 한 번으로 한국어 환경에서 즉시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겪은 식당 전화나 KTX 예매는 물론, 쿠팡이나 다이소몰에서 최저가 생필품을 찾아 주문하는 등 한국의 로컬 인프라 안에서 실제로 손발이 움직인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미국 사용자들은 도어대시(DoorDash) 주문이나 레스토랑 예약 외에도, 통화 대기 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은 미국 통신사·고객센터에 피클이 대신 전화를 걸어 요금 할인이나 환불을 받아내는 기능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이전트를 레벨 1부터 키우는 ‘다마고치’식 캐릭터 감성과, 내 피클이 친구의 피클과 알아서 대화해 저녁 약속을 잡아 오는 ‘에이전트 간 소셜(Agent-to-Agent)’ 기능도 미국에선 큰 인기입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주변에 피클을 쓰는 지인이 드물어 이 소셜 기능을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평이 많습니다.)

반면, 직접 써보며 느낀 아쉬움과 다른 사용자들이 지적하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1. PC/웹 작업 환경의 부재 (모바일 전용의 한계):
        차 안에서 음성으로 식당을 찾고 전화할 때는 모바일 앱이 최고였지만, 책상 앞에 앉아 업무용으로 긴 글을 쓰거나 PC에 있는 자료를 넘기려니 모바일 자판만으로는 상당히 답답했습니다. 결국 PC 화면에 스마트폰을 띄우는 윈도우 미러링 기능을 써야 했는데, 본격적인 업무 생산성 도구를 지향한다면 PC 웹 버전의 지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2. 과도한 자율성이 부르는 아찔함 (선의 문제):
        제가 메일 전송 버튼만큼은 직접 누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짧게 언급했지만, 국내 한 사용자 후기 중에는 지인과 나눈 대화 맥락을 피클이 스스로 판단해,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지인에게 임의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바꿔보세요”라고 다소 뜬금없는 권고를 해서 크게 당황했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알아서 일을 찾아 하는(Proactive) 능력이 지나치면 인간관계에서는 결례나 사고가 될 수 있습니다.
  3. 국내 특유의 보안·인증 장벽:
        코레일이나 쇼핑몰은 잘 뚫지만, 정부24 같은 공공기관이나 금융사 웹사이트처럼 보안 가상 키보드와 PASS 본인인증이 강제되는 구간에서는 에이전트의 원격 브라우저도 멈춰 선다는 후기들이 보입니다. 여전히 사람의 수동 개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3.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의대·카이스트 출신 20대 한국팀의 ‘네 번의 피봇’

한국의 로컬 서비스까지 이토록 집요하게 파고든 이 서비스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피클(Pickle, Inc.)은2024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창업팀은 모두 20대 한국인 청년들입니다.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의 2025년 겨울 배치(W25)를 200대 1의 경쟁률로 통과했고, 크루캐피탈과 NFX 등 실리콘밸리 VC들로부터 약 6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초기 창업 멤버 5인의 이력도 독특합니다. 만 22세에 연 매출 20억 원 규모의 신선식품 스타트업을 4년간 창업·운영했던 박채근 대표(CEO, 링크드인)와 학부 시절 의료 AI 모델을 연구·개발한 정상엽 공동창업자는 모두 경희대 의대 출신입니다. 의사 가운 대신 실리콘밸리행을 택한 것이죠. 여기에 한국과학영재학교와 KAIST 전산학부를 거치며 숏폼 데이팅 앱 창업과 파운데이션 모델 인프라를 다뤄온 유호진·김기현 공동창업자, 그리고 성균관대 컴퓨터공학부 출신으로 누적 1억 뷰 이상의 소셜 미디어 채널을 기획·운영한 강예강 공동창업자가 뭉쳤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젊은 팀이 지금의 피클을 내놓기까지 불과 2년 사이에 네 번의 과감한 피봇(사업 전환)을 감행했다는 점입니다. 2024년 말에는 줌(Zoom) 화상회의에서 내 얼굴과 입모양을 0.3초 내로 실시간 립싱킹해 대신 회의에 들어가는 ‘AI 아바타’로 출발했다고 하네요. 이어 2025년 중반에는 화면과 소리를 기억해 회의를 요약하는 오픈소스 데스크톱 비서 ‘글래스(Glass)’를 출시해 깃허브 스타 7,000개를 돌파했습니다. 2025년 말에는 사용자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기억하는 하드웨어 결합형 ‘AI 안경(Pickle 1)’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사용자 후기 중에 “아바타 만들다가 안경 만든다더니 왜 갑자기 에이전트냐”는 투정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6년 가을부터는 브라우저 조작과 전화 대행, 일정·메일 관리가 결합된 모바일 자율 에이전트 ‘피클’로 전면 전환했습니다.

처음엔 “사용자의 맥락을 보고 기억하는 AI”를 고민하다가, 결국 사람들이 진짜 지갑을 열고 열광하는 지점은 “기억을 넘어 내 대신 전화를 걸고 표를 예매해 주는 실행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고 하네요. 현재 이들이 YC에 내건 슬로건 역시 ‘아시아를 위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네트워크(The personal AI agent network for Asia)’입니다. 서구권 중심의 빅테크 에이전트들이 놓치고 있는 아시아 특유의 슈퍼앱·모바일 생태계를 정조준한 셈입니다.


4. 마무리: 고삐는 쥐되, 손발은 과감히 맡겨보세요

직접 써본 피클은 “AI 에이전트가 과연 내 일상에 쓸 만한가?”라는 질문에 꽤 직관적인 답을 주었습니다. 차 안에서 말로 지시해 식당 위치를 지도에 띄우고, 내 대신 식당 아주머니와 통화해 현장 대기 시간까지 알아 오는 경험은 기존 텍스트 챗봇에서는 느낄 수 없던 해방감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맡길 단계는 아닙니다. 제가 지메일 답신 초안만 쓰게 하고 ‘전송’ 버튼은 직접 눌렀던 것처럼, 혹은 코레일 기차표를 결제 직전 단계까지만 잡아두게 했던 것처럼 ‘최종 실행과 외부 발신의 고삐’는 사용자가 쥐고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직 피클을 써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주말 나들이 길에 가고 싶은 식당의 현장 대기 상황이 어떤지 피클에게 대신 전화를 걸어보라고 시켜보시면 어떨까요? 대화창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AI 비서와 식당 직원의 대화를 보며, 성큼 다가온 에이전트 시대를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피클, 써보고 싶은 분은 초대장 있으니 전달 드리겠습니다. 아래 댓글로 '초대장' 쓰시고 이메일 주소 올려주세요. 선착순으로 전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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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비즈니스, 미디어를 다루는 구독 기반 경제미디어 더코어(The Core)의 대표이자 스타트업 BluedotAI의 공동 창립자이다. 고려대 미디어대학원에서 ‘AI와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겸임교수로도 활동중이다.

이전에는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서 근무했으며, 'Neo Touchpoint'를 창업했었다. KBS 이사로 활동했고 현재 한겨레신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와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AI 인물열전' 등의 책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출간했다. 문의 : heenb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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