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제2의 비전펀드’ 추진…오픈AI 집중투자 시험대
🌍 다시 중동으로 향한 손정의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대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새로운 투자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이미 오픈AI에 65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AI 산업에 대한 베팅을 한층 확대하려는 움직임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걸프 지역의 주요 투자자들과 자금 조달을 논의했습니다. 다만 협상이 실제 투자 약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 중동은 손 회장에게 낯선 자금줄이 아닙니다. 2017년 출범한 첫 번째 1000억달러 규모 비전펀드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UAE 무바달라가 참여했습니다. 걸프 국가들 역시 석유·가스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 특히 아부다비는 AI 투자펀드 MGX와 AI 지주회사 G42 등을 통해 글로벌 AI 산업의 주요 자금 공급자로 떠올랐습니다. 손 회장에게는 새로운 투자금을, 중동에는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입니다.
🏭 기업을 산 뒤 AX
- 이번 펀드 구상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투자 대상입니다. 과거 비전펀드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기존 기업을 인수한 뒤 AI와 첨단기술을 도입해 사업 운영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쉽게 말해 AI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해 다른 산업의 생산성을 직접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의 로봇·피지컬 AI 사업인 '로즈(Roze)'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손 회장은 로즈를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시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기존 기업을 인수해 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로봇 기술을 도입하면 운영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후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는 새로운 전략의 구상일 뿐, 실제로 어떤 기업을 인수하고 얼마나 큰 생산성 개선을 이뤄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오픈AI 상장 지연의 충격
- 손 회장이 새 자금을 찾아 나선 시점도 중요합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만 650억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대해온 오픈AI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확인할 시점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의 높은 AI 투자 비중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해 들어 여전히 25% 상승했지만, 지난 6월 고점에서는 30% 넘게 하락했습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잠시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FT가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회사가 제시했던 수준보다 약 200억달러 적다고 보도한 뒤에는 소프트뱅크 주가가 하루 만에 5% 떨어졌습니다. 오픈AI의 사업 전망과 기업가치 변화가 소프트뱅크 주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빚으로 이어가는 AI 베팅
-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자체 자금과 외부 투자금뿐 아니라 차입을 적극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반도체 설계기업 Arm 지분 등 보유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도 중요한 수단입니다. 지난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발행해 11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수익률은 최고 9.75%에 달했습니다.
- 이처럼 높은 금리를 지급하면서도 자금을 확보한 것은 AI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재무적 여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재무지표가 곧바로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6월 말 기준 순자산가치(NAV)는 72조3000억엔, 자산가치 대비 차입 비율(LTV)은 13%였습니다. 통상적인 운영에서 목표로 삼는 상한선 25%를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차입 여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자산가치 자체가 오픈AI와 다른 AI 투자기업들의 평가가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 투자 집중의 역설
- 소프트뱅크의 AI 전략은 일종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의 가치가 높게 유지되면 소프트뱅크의 순자산가치도 뒷받침됩니다. 그러면 자금을 조달해 추가 AI 투자를 진행할 여력이 커집니다.
- 반대로 오픈AI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투자자산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차입 여력과 새로운 투자자 모집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AI 투자자산의 가치가 자금 조달 능력을 뒷받침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AI에 투자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 소프트뱅크 경영진은 주요 투자기업의 단기적인 평가가치 변동이 투자 계획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오픈AI와 AI 산업 전반에 집중돼 있는 만큼, 한 곳에서 시작된 가치 하락이 다른 투자자산과 자금 조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 제2의 비전펀드 실험
- 손 회장은 기술투자에서 극단적인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알리바바 투자는 소프트뱅크를 세계적인 기술투자 기업으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반면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고도 2023년 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 첫 번째 비전펀드는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투자이익 약 29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주로 자체 자금을 투입한 비전펀드 2 역시 오픈AI 투자 등을 포함해 누적 투자이익 20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1000억달러 조달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손 회장은 다시 한번 초대형 기술투자 실험에 나서게 됩니다.
- 다만 과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유망한 기술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존 기업을 인수하고 AI를 도입해 직접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이는 AI 산업의 수익 창출 방식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AI가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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