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미국 국채의 역설…금리 6%가 시장을 바꾸는 방식
🇺🇸 26년 만의 6% 경고
-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중 하나인 핌코(Pimco)가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현재 5.29% 수준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현실화하면 약 26년 만에 처음 보는 수준입니다. 핌코의 댄 아이버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만으로도 금리가 6%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금리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부터 기업의 자금조달, 세계 각국의 채권과 주식 가치평가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 그런데 최근 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AI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 견조한 경제성장 전망입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에게 불리합니다. 채권에서 받는 이자와 원금은 대부분 고정돼 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미래에 받을 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 매도가 매도를 부르다
- 핌코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국채금리 상승 자체보다 시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연쇄반응입니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입니다. 국채를 파는 투자자가 많아져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올라갑니다. 문제는 금리가 오를수록 기존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 헤지펀드처럼 차입을 활용해 채권에 투자한 기관들은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국채를 매도하면 가격은 더 떨어지고 금리는 더 올라갑니다. 그러면 다른 투자자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나섭니다. 부동산투자신탁(REITs)처럼 금리 변동에 민감한 투자자들도 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 즉 '국채 매도 → 가격 하락 → 금리 상승 → 투자자 손실 확대 → 추가 매도'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건데요. 아이버슨 CIO은 "최근 몇 주간의 국채시장 움직임에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절매와 기술적인 매도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의 매도 압력이 펀더멘털 변화 이상으로 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5.5%부터 주식도 위험
- 핌코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5% 이상으로 올라가면 주식과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도 상당한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비용도 높아집니다.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만 보유해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이나 회사채를 살 유인이 줄어듭니다.
-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는 이미 충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차입금리는 이달 17%까지 올라 2020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지만, 금융시장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는 높은 금리의 부담이 드러나기 시작한 셈입니다.
🏠 부동산으로 번지는 충격
- 높은 국채금리의 충격은 금융시장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월 8일 기준 평균 7.4%로 집계됐습니다. 전주보다 0.12%포인트 올랐으며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 구매자의 월 상환 부담이 늘어납니다. 주택 거래가 위축될 수 있고 기존 대출을 갈아타려는 가계에도 부담이 커집니다. 핌코는 상업용 부동산을 비롯한 사모시장에서도 문제가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부 자산은 여전히 취약한 자본구조와 사업 여건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상업용 부동산은 대출을 통해 건물을 매입하거나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한다면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상장 주식이나 회사채는 시장가격이 실시간으로 움직이지만, 사모자산은 문제가 재무제표와 거래가격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핌코는 이를 ‘느리게 진행되는 충격’이라 설명했습니다.
🛡️ 높은 금리가 만든 역설
- 그렇다고 미국 국채금리가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버슨은 금리가 충분히 높아지면 오히려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장기간 확보하려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의 수요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는 다시 내려갑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국채의 투자 매력도 커지는 역설이 금리 상승의 상한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실제로 이번 주 미국의 10년물과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모두 견조한 투자 수요가 확인됐습니다. 핌코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당장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단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반드시 미국 국채만 보유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국 밖으로 향하는 자금
- 아이버슨은 미국 외 채권시장의 투자 매력에도 주목했습니다. 호주의 우량 회사채와 영국 채권이 대표적입니다. 영국은 자체적인 재정 문제가 있지만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캐나다와 독일 채권 역시 미국 달러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이는 세계 채권시장에서 중요한 변화입니다. 미국 국채는 오랫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의 핵심 안전자산이었지만, 미국의 재정 부담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다른 선진국 채권으로 투자 대상을 넓힐 유인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실제 투자수익은 환율과 환헤지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미국 국채금리 5.5%는 위험자산의 부담이 본격화될 수 있는 구간이고, 6%는 채권시장 내부의 매도 악순환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입니다. 미국 국채가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할수록, 다른 자산은 그만큼 더 높은 수익을 약속해야 투자자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주식부터 회사채, 부동산까지 세계 금융시장의 가격이 다시 매겨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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