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고용'하고 사람은 대체될까? - 직업 대체율 평가

ChatGPT가 촉발한 AI 논쟁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지점은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까?’입니다. 사실 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많은 영화/소설에서 다뤄질 만큼 진부한 주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GPT를 필두로 한 생성AI는 AI의 일자리 위협이 현실화될 거란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 직종에선 이미 AI 사용이 평범한 일이 되기도 했고요.

AI가 우리 일자리의 상당수를 대체할 능력이 있음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논의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건 이미 전제로 깔고, ‘어떤 직업이 (먼저) 대체될까?’에 초점을 맞추죠.

이런 논의에서 고려되는 변수는 오직 AI의 업무능력 뿐입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애초에 인풋이 적다면 무용지물입니다. 1년에 1경기만 출전하는 S급 투수보다 30경기 꾸준히 출전하는 B급 투수가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듯 말입니다.

이런 인풋의 양을 '노력의 정도'라 하고, 노력의 정도는 직원의 도덕성에 비례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AI가 도덕성에서 인간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선 고용과 계약에서 도덕성의 중요도와, 이를 고려한 AI의 직업 대체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생산성보다 도덕성이 중요

AI로 특정 직업을 대체하는 건 기존 직원(인간)을 해고하고 새로운 직원(AI)을 채용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본인의 이익을 증가시켜줄 직원을 채용하려 할 것입니다.

기업의 이익을 다음처럼 단순화하겠습니다.

기업 이익 = 생산량(또는 생산 수입) - 직원 급여

생산량을 X로, 직원 급여를 S로, 그리고 X는 직원의 노력 정도(a)에 비례해서 결정된다고 하면 다음과 같아집니다.

기업 이익 = X(a) - S. X(a)는 a에 비례해 증/감.

그렇다면 직원의 이익은

직원 이익 = S - a

만약 S가 고정됐다면 기업과 직원의 이익은 모두, 직원의 노력 정도 a에 의해 결정됩니다. (아주 단순한 예시: X(a) = 1.5a)

따라서 기업의 고용과 계약 구조는 ‘어떻게 하면 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쏟게끔 만들어 최대 생산량을 얻을 수 있을까?’를 최종 목표로 둡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직원을 고용할 때 직원이 특정한 수준의 a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걸 중간 목표로 삼습니다.

반면 고정급 하에서 직원은 a가 줄어들수록 이익이 커집니다. (직원 이익 = S - a)

기업과 직원은 a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집니다. 직원은 최대한 편하게, 덜 일하고 싶어하는 반면 기업은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기를 요구합니다.

이 경우엔 직원이 (쉽게 말해) 갑의 위치에 놓입니다. a의 수준은 전적으로 직원이 결정하며, 기업이 직원을 매순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합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보다 낮은 수준의 a를 얻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고자 기업은 직원이 최적의 a를 달성하도록 유도/강제하는 계약을 설계합니다. 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를 위해선 큰 비용이 필요합니다.

결국 AI가 가지는 비교우위는 인간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고 ⓑ최적 수준의 a를 항상 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고려해 'AI와 인간 중 누구를 고용할 것인가?'를 계산하려면 'AI의 계약 구조는 어떻게 짜여질지'와 '그때 바뀔 기업의 이익이 인간을 고용할 때의 이익보다 큰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AI 고용 시 기업의 이익은?

AI의 비교우위를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고 ⓑ최적 수준의 a를 항상 달성할 수 있다로 볼 때 기업과 AI의 이익 함수는 다음처럼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AI 이익 = S

S를 급여가 아니라 AI 운용 비용이라 하겠습니다. AI는 100% 확률로 기업이 입력한 만큼의 a를 실행합니다. 따라서 AI의 이익 함수는 고정된 S로만 이뤄지고, a를 감소시킬 유인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a를 감소시킬 능력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익은

(AI 고용 후)기업 이익 = X - S

a가 고정됐기 때문에 X도 고정됐습니다. 만약 a가 X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값으로 설정된다면 기업의 생산량은 늘 극대화 됩니다. 비용(S) 감소와 외생변수만 고려하면 됩니다.

이제 AI 고용 전과 후 기업 이익을 비교하겠습니다. 업무 능력이 똑같다고 가정하기 위해 두 경우 모두 X=1.5*a, (AI가 쏟을 수 있는 최대 a(기업 입장에서 최적의 값)를 10으로, 인간은 6≤a≤12 중 하나의 값을 랜덤하게 선택) 함수를 가진다고 가정하면

  • 고용 전 기업 이익의 기댓값 = 13.5
  • 고용 후 기업 이익 기댓값 = 15

로 AI를 고용할 때 기업 이익의 기댓값이 더 높습니다. 인간의 a 확률 분포가 a<10에 집중돼 있을 거라고 가정하면 이익의 기댓값 격차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업무 능력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도덕적 해이만 제거해도 AI의 기댓값이 훨씬 높습니다.

이제 업무 능력만 고려했을 때와 도덕성만 고려했을 때 AI가 생산량(X(a)) 곡선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정말 단순히 표현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왼쪽은 업무능력만 고려했을 때, 오른쪽은 도덕성(a의 확실성)만 고려할 때 X(a) 기댓값을 보여줍니다. 업무능력(기울기)은 노력의 투입량이 같을 때 산출되는 양의 정도에 영향을 줍니다. 도덕성(a값의 범위)은 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노력을 투입하도록 해줍니다.

왼쪽 그래프처럼 AI를 통해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들기)할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 AI의 역할은 생산량 그래프의 기울기를  증가하는 것이라고만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AI는 오른쪽 그래프처럼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도 합니다. 인간을 고용할 시에는 투입되는 노력의 양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X(a)의 기댓값이 (0+1.5k)/2=0.75k입니다. 반면 AI를 통해 늘 a=1로 고정할 수 있다면 기댓값이 k가 됩니다.

도덕적 해이와 직업 대체율

앞서 언급했듯 기존에는 업무 능력에 중점을 둔 채로 AI의 직업 대체율을 계산했습니다. 지금껏 직업 별 AI 대체율 전망이 어떠했을까요?

우선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직업 별 자동화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가, 사진가, 작가,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등 창작자나 숙련된 업무능력이 필요한 직업은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며, 생산직 등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직업은 대체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최근엔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작년 12월 TIDIO의 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캐셔(63%), 드라이버(51%), 번역가(42%) 등 반복 작업이 중요한 직업은 대체율이 높고, 화가/뮤지션/치료사 등 숙련된 업무능력이 필요한 직업의 대체율은 낮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올해 3월 27일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업종 별 자동화 비율을 다음과 같이 계산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순위를 앞부터 보면: 1위 사무/행정 지원 근로자(46%), 2위 법률(44%), 3위 건축/공학(37%), 4위 생명/사회과학(36%), 5위 경영/금융(35%).

뒤부터 보면: 1위 빌딩 청소(1%), 2위 설치/보수(4%), 3위 건설/채굴(6%), 4위 생산직(9%), 5위 물류 운송(11%).

육체 노동이 필요한 직업의 대체율은 낮고, 법률/과학 등 데이터 위주의 직업의 대체율이 높을 거라 전망한 것 외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시 예체능 계열은 순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의 전망들은 '직원이 얼마나 최적의 a를 성실히 달성할지', '직원이 a를 달성할지를 얼마나 잘 관찰(감시)할 수 있는지'는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정보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다음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 직원의 성실함(a)을 관찰하기 용이한지(=근무태도 등을 엄격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
  • 직원이 얼마나 기복 없이 일을 하는지(=직원이 매 근무마다 비슷한 수준의 a를 쏟는지)

위의 요소들만 고려할 때 주요 직업들의 AI 대체율은 아마 다음과 같지 않을까요?

 AI 대체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

  • 업무 과정을 모니터링 하기 어려워 생산량/결과물로 직원의 a를 추정해야 하는 직업들

ex) 화가/뮤지션/작가 등 - 고용주로부터 분리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성실함보단 결과물의 완성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애초에 a를 모니터링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 모니터링을 할 순 있지만 불완전하거나 직원이 임의로 관측되는 성실함을 조작할 수 있는 직업들

ex) 국회의원 - 국민에 의해 고용된 입법부 직원이라고 볼 때, 눈에 띄거나 이슈가 될 행동에만 집중해(일종의 이미지메이킹) 자신의 성실함을 과장할 수 있습니다.

 AI 대체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

  • 늘 고용주나 상사 옆에 붙어 있거나 보고를 해야 해서 항상 모니터링 당하는 직업들

ex) 비서, 군인 - 직업 특성 상 고용주나 상사와 (물리적 공간 상) 함께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성실하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 성실함 자체가 중요한 직업들:

ex) 캐셔/상담원 등 서비스직 - 업무 자체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정해진 근무 시간에 '제자리에' 존재하는 게 다른 직업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직업 유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모니터링 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이렇듯 계약과 도덕적 해이를 고려한 관점에서 예상한 AI 직업 대체율은 기존의 예상과는 꽤나 대치됩니다. 숙련된 업무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덜 성실해도 되고, 낮은 업무 난이도의 직업은 성실함을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AI 직업 대체율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AI와 인간 중 누구를 고용할까?'를 고민하듯이 도덕성도 고려할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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