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28] 페이스북의 욕망, 메타버스

강정수

2021년 8월 1일

애플과 구글에 종속된 페이스북, 새로운 생태계를 원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왓츠앱(WhatsApp)까지 기업 페이스북은 플랫폼 세계의 거대한 지배자입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스마트폰 생태계의 주인이 아닙니다. 애플(의 앱스토어)과 구글(의 구글 플레이)이 스마트폰 생태계의 지배자입니다. 애플이 정책을 바꾸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제약을 받습니다. 이용자 데이터는 페이스북의 생명줄과 같습니다. 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도 주커버그는 이 (억울한)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모바일 폰-스마트폰-이 페이스북과 같은 시기에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플랫폼들의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생각엔, (스마트폰) 플랫폼들의 발전은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One of the reasons why we’re investing so much in augmented and virtual reality is mobile phones kind of came around at the same time as Facebook, so we didn’t really get to play a big role in shaping the development of those platforms. So they didn’t really develop in a very natural way, from my perspective.)"

위 발언을 요약하면 "난 애플과 구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스마트폰 생태계가 싫어! 그래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그리고 메타버스에 페이스북이 큰 투자를 하는거야"다. 실제 메타버스의 (맹아적) 사례로 평가 받는 로블록스(Roblox), 포트나이트(Fortnite) 그리고 암호화폐/블록체인은 애플과 구글이 지배하는 세계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는 애플 및 구글과 수익분배 관련 이른바 수수료 전쟁을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고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 또는 Walled Garden으로 변해버린 현재의 스마트폰 생태계가 올바르다는 말은 아닙니다. 인터넷은 정부 주도로 탄생했습니다. 인터넷은 학문(academic) 세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초기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가 참여하여 표준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도큐멘트(documents)가 연결되는 월드와이드웹도 표준을 발전시키며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특정 기업에 지배를 받는 Walled Garden으로 진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참고로 표준은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의 전제입니다. 메타버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표준과 상호운영성이 필요합니다). 메타버스 또한 Walled Garden으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초기에는 메타버스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다수 기업은 표준과 상호운영성 그리고 공익성을 외치겠지만 메타버스가 시장성을 갖기 시작한 순간 메타버스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기 위해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메타버스 또한 Walled Garden으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메타버스 정의: "체화된 인터넷(Embodied Internet)"

주커버그는 아래와 같이 메타버스를 정의합니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그 안에 들어가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체화된 인터넷(Embodied internet)’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2D 앱이나 웹페이지에서는 할 수 없었던 춤이나 피트니스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멀리 있는 사람도 곁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You can think about the metaverse as an embodied internet, where instead of just viewing content — you are in it. And you feel present with other people as if you were in other places, having different experiences that you couldn’t necessarily do on a 2D app or webpage, like dancing, for example, or different types of fitness). -번역: 씨로켓-”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이상의 것입니다. AR/VR의 조합 이상의 것입니다. 완전한 시뮬레이션 공간에서 아바타로 분장한 여러분과 제가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도 매우 추상적입니다. 메타버스는 앞으로 수많은 주체(라 적지만 사실 기업)가 그 의미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큰 싸움의 결과가 될 것입니다.

투자자 Matthew Ball의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Matthew Ball은 메타버스 관련 9편의 글을 썼습니다. 이 글 묶음은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글 중 가장 풍부하고 훌륭합니다. 다소 선언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Ball의 주장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블록체인 시스템입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이더리움(Ethereum)과 NFT 등이 상업적 인프라를 구성합니다. 주커버그는 이와 달리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의 인프라가 되길 희망합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논의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는 기업은 로블록스(Roblox)입니다. 로블록스는 다양한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고 게임용 아이템을 판매하여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입니다. 게임만이 아닙니다. 콘서트도 개최할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를 투자자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사용합니다. 기업공개에 성공한 로브록스의 기업가치는 450억에서 500억 달러에 이릅니다. 포드 자동차 수준의 기업가치입니다. 주커버그는 로블록스의 성공을 보았고 이를 복사하려고 합니다. 스냅쳇, 유튜브, 클럽하우스, 틱톡의 성공 요소를 복사하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