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뉴스(Non-News)라는 단어를 요즘 더 자주 접하실 겁니다. 더코어에서도 자주 다뤘던 주제이기도 하죠. 주로 버티컬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소개를 해왔던 기억입니다.
비뉴스(Non-News)라 하면 기자들은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기자는 뉴스를 생산하는자'라고 정의되기 때문이죠. 기자의 본업과는 관련 없는 업무로 이해하게 되면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그렇진 않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다양한 버티컬 혹은 비뉴스 콘텐츠가 뉴스레터 등의 형태로 발행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사들은 상당한 관심을 두고 투자를 이어가기도 하죠.
오늘은 국내 언론사들이 비뉴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하는 이유를 2-3가지 차원에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이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그리고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론사 정치 뉴스에 대한 회피
'뉴스 회피'(News Avoidance)는 언론 산업 안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고 연구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뉴스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여러 형태로 뉴스 소비를 피하는 행위를 일컫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뉴스 회피의 방법도 다양해 지고 있습니다. 이미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2023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이 주제를 비교적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먼저 뉴스에 대한 관심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뉴스에 대한 관심을 7~8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를 했습니다. 비록 한국의 경우 3% 포인트 내외 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추세적으로 관심이 낮아지는 경향은 다른 나라들과 다르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수용자들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이미 관심도가 낮아져 있는 상태여서(40% 내외 수준),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뉴스에 대한 낮은 관심도는 뉴스 회피의 맥락과 연결이 됩니다. 관심도가 낮다는 건 곧 소비를 하지 않고 있거나 피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선택적 뉴스 회피' 경향들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을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올해 데이터에서는 선택적 회피(가끔 또는 자주 적극적으로 뉴스를 회피한다고 응답한 사람들)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헤드라인 비율(healine rate)은 36%로 2017년 수치보다 7%포인트 높았지만 작년보다는 2%포인트 낮았습니다.
물론 이 비율에서 한국은 그리 높지 않은 편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가장 높은 그리스(57%)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20%)입니다. 심지어 지난해보다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 통계만 보면, 한국은 뉴스에 관심은 낮은 편이지만 뉴스를 회피하는 경향은 강하지 않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만 남아서 뉴스를 회피하지 않고 소비하고 있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선택적 뉴스 회피는 정치 기사에 대한 선택적 거부로 이어집니다. 미국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국가의 경우 중앙 정치 관련 기사에 대한 선택적 회피도가 높게 형성이 되고 있죠. 한국의 지표는 공개되지 않아서 확인이 어렵긴 하지만 미국과 유사한 정치적 대립/양극화 문화를 갖고 있기에 이와 유사한 회피 경향이 나타나고 있을 것으로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뉴스 회피는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에 대한 낮은 관심 이로 비롯된 뉴스 회피는 뉴스 소비 자체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뉴스가 수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한다면 뉴스 생산을 담당하는 언론사들은 영향력 측면에서 힘과 권위를 잃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뉴스 소비를 근간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유지해온 언론사 입장에선 대안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비뉴스에 대한 투자는 1차적으로 뉴스 회피가 만연해가는 시대, 언론사 생존을 위한 첫번째 조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뉴스 사이트에서 정치 정보 소비 현상
뉴스 소비가 줄어든다고 수용자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뉴스가 아닌 사이트에 방문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골치 아프고 우울감을 주는 뉴스 사이트를 방문하느니 즐겁고 유익한 다른 사이트에 방문해 자신에게 최적화한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유튜브, 소셜미디어, 기타 인플루언서 사이트에 머물면서 그들만의 정보 수요를 채워가고 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현상 한 가지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비뉴스 사이트에서 정치 정보를 접하고 소비하는 현상입니다. 이미 개별 차원에서 이러한 사례가 목격이 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머 게시판, 교육 전문 유튜버, 연예인 유튜버 등에서 정치 정보를 소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국내에서도 이런 경우는 자주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학술지 'Political Communication'에 게재된 최근 논문(Non-News Websites Expose People to More Political Content Than News Websites: Evidence from Browsing Data in Three Countries)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다른 나라에서도 공히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과 네덜란드, 폴란드 시민이 방문하는 사이트를, 조사 기간별로 각각 90일간 'Web Historian'이라는 오픈소스 툴(크롬 익스텐션)로 추적을 했는데요. 이들이 방문한 기록 중 뉴스 사이트의 비중은 평균적으로 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처럼 뉴스에 대한 불신이 높은 지역에서는 2.4%에 불과했습니다. 뉴스 사이트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외면받고 있는지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방문한 페이지 가운데 정치 뉴스 페이지는 1%에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전세계 언론사들이 Informed Citizen의 형성이라는 목적으로 공들여서 작성하는 정치 뉴스가 시민들에게 거의 소비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 비뉴스 사이트에서 정치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중은 2% 내외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뉴스 사이트 내 정치 뉴스 페이지 방문수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언론사의 정치 뉴스가 더이상 정치 정보를 소비하는 핵심 소스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미국과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적 관심이 낮은 시민이 뉴스 사이트보다 비뉴스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정치 콘텐츠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 콘텐츠 소비 경향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정치 참여를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도 확인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 신호도 감지됐다고 합니다. 아래는 논문 14페이지의 한 대목입니다.
미국과 폴란드에서 비뉴스 사이트의 정치 콘텐츠에 노출되면 특정 정당 지지자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하고, 미국의 경우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도 증가합니다. 이러한 효과는 뉴스 노출의 효과와 유사합니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비뉴스 사이트 정치 콘텐츠에 노출되면 원외 정당 지지자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중략) 이 수치는 뉴스 외 정치 콘텐츠에 대한 노출이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 모두에서 뉴스 사이트 내 정치 뉴스 노출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 비뉴스 사이트가 정치적 측면에서 뉴스 사이트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비뉴스 사이트에서 다루는 정치 콘텐츠는 저널리즘의 일반 원칙을 준수하고 지켜야 할 동기가 없습니다. 얼마든지 본인의 이해관계와 이익에 따라 극단적인 정보를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것입니다.
정치 뉴스는 어떤 영역보다 저널리즘의 일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언론사를 위시한 뉴스 사이트들이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일선 현장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보도 준칙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써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만약 비뉴스 사이트에서 정치 정보를 얻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다면, 저널리즘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정치 정보 생산이 더욱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해 극단화하는 경향은 더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더많은 정치 참여를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가져올 위험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언론사들이 비뉴스 콘텐츠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존재하는 겁니다. 언론사들은 정치 뉴스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수용자들을 다시 뉴스 사이트로 데려와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용자들이 더 극단적인 정치 정보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뉴스 콘텐츠 생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수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하며 건강한 정치 뉴스와 연결시킬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정치 뉴스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비뉴스 콘텐츠에 투자해, 떠나간 수용자를 불러오고, 이들에게 다시 건강한 정치 뉴스를 노출될 기회를 높이는 것, 이것이 저널리즘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 뉴스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뉴스 사이트에 대한 회피와 이탈을 부추기는 것보다 더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구독과 광고 등 비즈니스 개선 목표
이미 한 차례 더코어에서 소개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뉴스 비수기 시즌에는 뉴스로 인한 구독 증대는 다소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욕타임스가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래는 뉴스와 비뉴스의 유료구독자 증감분을 집계한 그래프인데요. 보시다시피 뉴욕타임스의 경우 뉴스 유료 구독은 2022년 2분기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뉴욕타임스의 전체 구독자수가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늘어났죠. 이는 비뉴스 부문, 즉 스포츠와 게임 등 비뉴스 부문의 구독자수 성장세 덕입니다. 구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면, 뉴스 비수기(대형 이벤트가 없는 시기) 뉴스 구독의 감소세를 보완할 만한 콘텐츠 제품의 발굴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그 역할을 비뉴스 제품이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뉴욕타임스는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의 관점에서 봐도 결과는 다르지 않습니다. 뉴스에 대한 회피 경향이 강해질수록 방문자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콘텐츠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수용자들의 선호가 높은 비뉴스 콘텐츠 개발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비뉴스 제품에 대한 편견깨기

얼마전 중앙일보의 운세 애플리케이션 사례를 미디어고토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갖고 개발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뉴스 사이트 방문의 습관 형성을 위해 지면 내 비뉴스 제품의 디지털 전환을 꾀한 흥미로운 사례라는 것입니다. 당장 대단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과 도전이 누적돼 작은 성공 효과를 만들어내게 된다면, 비뉴스 제품에 대한 뉴스룸의 편견은 서서히 깨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듯, 수용자들이 더 건강한 정치 뉴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뉴스 회피를 극복하고 뉴스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사들은 비뉴스 콘텐츠에 대한 투자나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과 잡지는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투자를 해왔습니다. 다만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그 DNA를 잠시 잃었을 뿐입니다.
비뉴스 콘텐츠는 저널리즘이나 비즈니스 차원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뉴스에 비해 하찮은 영역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