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유튜브에서 흥한 '한국' - Feel the Rhythm of Korea

임성희의 K엔터현장 #6

5초 동안만 광고를 보면 스킵할 수 있게 한 유튜브의 “트루뷰” 광고 덕분에 광고 자체가 재미있어졌다면 과한 해석일까? 5초 후 스킵 광고 포맷이 등장 한 후 광고를 만드는 이들은 사람들이 스킵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 덕에 유튜브에서의 '광고'는 피하고 싶거나 참아야 하는 영상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서라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로서의 인식을 얻게 되었다.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현장의 주인공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최근 2021년 유튜브에서 가장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을 선정하는 YouTube Works Korea 시상식이 열렸다. 유튜브를 활용한 여러 브랜딩 캠페인 중에서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가 인지 제고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작년 말과 올 초, 온라인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유명한 영상이지만 그새 다 잊으셨을 수 있으니 조금 설명을 해보자.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의 매력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서울과 한국의 관광 거점 도시 6곳에서 퓨전 판소리 가락(이날치 밴드의 “별주부전”)에 맞춰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사위가 펼쳐지는 뮤직비디오 시리즈다. 눈길을 사로잡는 퍼포먼스와 귀에 감기는 독특한 음악 덕분에 하루에 한 번 영상을 찾아보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해서  “1일 1범” 신드롬이 생기기도 했다. 유튜브는 이 영상들이  5억 6천회가 넘는 누적 조회수와 30만 개가 넘는 댓글, 80%라는 높은 평균 지속 시청시간을 기록했다고 선정 근거를 밝혔다.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은 관공서가 만든 홍보 영상인데도 기존 홍보 영상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면서 또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정말 신기한 영상이었다. 그래서 이 칼럼에서 꼭 한 번 다루고 싶었지만 시의성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차 YouTube Works 2021에서 상을 탔으니, 이 캠페인이 갖고 있는 미덕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이 참에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기용한 남다른 선택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의 가장 큰 미덕은 남달랐다는 데 있다. 사실 한국을 홍보한다고 하면 쉽게 가는 방법은 누구나 알만한 셀럽을 섭외하는 일이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같은 K-POP 아이돌을 섭외해 그들의 팬덤에 기대면 수월하게 영상의 조회수를 높일 수 있다.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 역시 걸그룹 “있지(ITZY)”가 모델로 등장한 메인 캠페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 메인 캠페인을 보완해서 바이럴을 만들어내기 위해 저예산으로 만든 서브 캠페인이 대박이 난 것이다.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을 기획한 HS애드 서영종 CD(Creative Director)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기용하는 결단을 내린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온스테이지 공연은 인디 씬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었고, 이 영상을 보던 6살 아들이 따라 춤을 추자 이들을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한다. 본능에 충실한 어린이를 매혹시킬 수 있는 리듬과 춤이라면 전세계 누구에게라도  먹힐거라고 생각했고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편집하는 등 영상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2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절묘한 결합

춤추며 도시를 소개한다는 아이디어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유사한 컨셉의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치 밴드의 음악과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이 아니면, 배경 영상 자체는 전형적인 홍보 영상에 가깝다. 한국관광공사에서 홍보 영상을 만들면 당연히 나올 것 같은 배경 영상에 낯선 음악과 춤을 배치함으로써 5초 스킵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계속 보게 만든 셈이다.

이처럼 이 캠페인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을 교차하면서, 동시에 낯선 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유튜브 문법과 결합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스파크가 튄 것이다.

#3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게 만든 깨알 기획

이 캠페인을 기획한 서용종 CD는 시청자들이 영상 속에서 재미를 ‘찾아내고, 공유하고, 얘기하게’ 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이를테면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된 장소를 집어넣어 ‘발견하는 재미’를 주려고 했다. 또 별주부전의  스토리텔링을 영상 곳곳에 녹여 넣었다고 한다. 가령 목표 편에서 토끼가 케이블카를 타고 도망가는데, 강릉 편에서는 별주부의 뒷모습이 잠깐 등장하는 식이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처럼 사람들은 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그런 장면을  찾고, 이를 신나서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영상 시청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갖고 놀 “꺼리”를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콘텐츠가 흥행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대박이 난 “오징어게임”도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처럼 시청자에게 놀꺼리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폭발할 수 있었다고 하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Imagine your Korea
Imagine your Korea!Imagine your Korea is Korea’s official tourism brand developed by the Korea Tourism Organization (KTO).

참고기사

HS애드 한국관광공사 캠페인, 공공기관 홍보 영상의 역사를 바꾸다

'범 내려온다' 판 짠 그의 3억 뷰 비결…"1년 뒤를 상상하라"

이날치 &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21세기 우주대스타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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